책머리에
제1부 순간들
일몰 무렵
반 통의 물
존재의 테이블
점자들 속으로
북향 언덕의 토끼
실수
이름이라는 것
나는 지금 골목에 있다
제2부 나무들
내가 잃어버린 나무들
내 유년의 울타리는 탱자나무였다
새장 속의 동백꽃
어떤 우주
솔잎혹파리처럼
그는 새벽 다섯시에 온다
나와 루쉰과 고양이
모세상(像)의 흠집
속도, 그 수레바퀴 밑에서
제3부 사람들
가자미와 신호등과 칫솔과 유릿조각
오래된 내복처럼, 우리는
그곳에 무등이 있었다
그 불켜진 창으로
햇빛과 비
산골 아이 영미
연표화할 수 없는 향기
제4부 질문들
누가 저 배를 데려올 것인가
이 때늦은 질문
두 마리 새에 대한 단상
니체에 관한 오해
책 밖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자유
얼음과 물의 경계
꾸벅거리며 밤길을 가는 자
문밖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