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행원이던 아빠는 실직한 김에 평소 꿈꾸던 양치기 공부를 하겠다며 뉴질랜드로 떠나고, 엄마와 주인공 새록이, 초록이 형제는 생활의 변화를 맞게 된다. 우선 이사가 그 시작이다. 새록이 형제는 투명우주캡슐을 탄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강변아파트 17층에서 어둡고 눅눅한 반지하 집으로 이사한다. 새록이의 눈으로 그려진 새롭고 낯선 동네에서의 생활은 궁상맞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미화되지도 않는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새록이에게 엄마는 말한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 있어. 늘 넓은 아파트와 좋은 환경만 읽으면 재미없잖아. 편식하면 안 되는 것처럼 세상을 골고루 읽어 보렴.”
이 말처럼 이 동화는 딱 집어 뭐라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 대신 각 장마다 새록이가 읽어 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우선 새로 알게 되는 인물들. 동네를 한바퀴 둘러보다가 마주치게 된 도라지 파는 할머니한테 괜히 마음이 끌리고, 사람들에게 두부를 나눠주는 털보 목사 아저씨,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는 아이스크림 트럭 운전사 빙설대마왕 아저씨 들에게서 친근하고 푸근한 정을 느낀다. 또한 새로 사귄 동네 아이들하고는 개천 탐사를 하고, 동네에서 맘껏 뛰어 논다. 주인공 형제는 도시 변두리에서의 생활에서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과는 다른, 열린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활달함과 생기를 맛보지만, 여전히 가난해진 것을 싫어하고 부끄러워한다. 새록이는 새로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서 차츰 공통된 특성을 발견하는데, 그 사람들 모두가 `가만 있어도 웃는 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려움 앞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 혹은 꿋꿋함을 말할 것이다. 카피라이터였던 엄마가 직장을 잃고 신용카드를 정지당하고 자가용을 팔고 아빠의 수술 소식까지 날아들지만 이런 변화들은 모두 덤덤하게 처리된다. 주인공 형제는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하지만 차차 적응해간다. 이 작품을 시종일관 건강하게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신세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이다. 실직을 오히려 새로운 전기로 받아들이는 사고 방식을 가진 부모와, 엄마의 나약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위로해주는 아이들. 서로 동등한, 친구 같은 관계는 건강한 가족상의 표상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PC 통신을 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삐삐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등 요즘 아이들과 가족의 일상적인 생활도 그대로 담고 있다.
1. 누가 우리 집을 땅 속에다 묻어 놨지?
2. 서울이 왜 이렇게 깜깜해
3. 뻐꾹새가 서울에도 살아?
4. 보보 동생이니까 보동이지
5. 구름 위에 지은 교회 같아
6. 형아, 여기 서울 맞아?
7. 빙설 대마왕 손은 왜 파랄까?
8. 참새가 개천에 빠졌어!
9. 우리 집을 없어
10. 우리, 뉴--우질랜드 간다
11. 엄마, 울어?
12. 차 속이 고래 뱃속만큼 크네
13. 집이 움직이는 것 같아
14. 우리는 정말 괜찮은 거지?
15. 그냥, 웃음이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