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전체에서 작가 마크 트웨인은 당시 184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의 일상사와 관습, 그리고 그 곳 사람들을 생생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학교와 교회가 있고, 사람들은 일요일에 예배를 보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강에서 헤엄을 치고 함께 소풍을 간다. 마음씨 좋은 이웃들, 목사님, 판사님, 선생님이 사는가 하면, 주정뱅이, 살인범 들도 있다. 즉 쎄인트 피터즈버그는 인간 세계의 모든 현상과 경험을 압축해서 담고 있는 소우주이고, 그 속에 인간사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숨쉬고 있다. 트웨인은 톰의 세계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풍자하며, 어른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진정한 꿈과 동경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톰 쏘여의 모험』은 천진난만한 악동들의 모험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고 재미있지만, 해학과 기지 뒤에 숨어 있는 뾰족한 풍자도 놓쳐서는 안된다. 여러 가지 일화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작가는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하고 위선적인 인간성을 풍자하고, 교사, 목사, 법관, 탐정 등 각양 각색의 직업을 통해 당시의 미국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톰이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 가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온갖 철없는 장난으로 폴리 이모의 속을 썩이는 장난꾸러기지만, 톰은 무고한 죄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증언을 하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베키를 돌보며 올곧은 도덕성과 용기, 사랑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한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 가출한 헉을 찾아 짐짓 어른스러운 말투로 헉이 다시 더글러스 부인 집으로 돌아오기를 종용하는 모습을 보면, 톰이 점차 자신의 속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톰 쏘여의 모험』은 그간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해 펴냈지만,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책은 대부분 축약본이었으며, 완역본으로 나온 책들은 어린이 독자를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종이 시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스칼렛』등을 뛰어난 솜씨로 옮긴 바 있는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는 뉴욕주립대학에서 19세기 미국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답게 원작의 맛을 잘 살리면서도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문체로 어린이 독자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이번 완역본은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위대한 명작의 세계에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