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감성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회모순과 생활의 단면을 포착한 59편의 시들. 꽉 짜인 듯 보이는 일상이 얼마나 많은 틈을 지니고 있는지, 그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들은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를 안타까이 바라보는 시선은 섬세하며 성숙해진 시세계를 보여준다.
제1부 그런 저녁이 있다
풀포기의 노래
서시(序詩)
그런 저녁이 있다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어느 봄날
찬비 내리고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젖지 않는 마음
잔설(殘雪)
소리에 기대어
다음 생의 나를 보듯이
기억의 자리
어린것
요즘의 발견
흔들리는 것들
제2부 못 위의 잠
못 위의 잠
몰매기를 기억함
저녁을 위하여
별
아카시아
빈 의자
양계장집 딸
밤, 바람 속으로
어느날 아침
너무 많이
십년 후
흐린 날에는
남편
달개비꽃 피는 창문
그믐
제3부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사북에서, 다만
허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살아 있어야 할 이유
배추의 마음
신정 6-1 지구
정도리에서
여기에 평화가 있어
학교다녀오겠습니다아
걸음을 멈추고
귀뚜라미
두부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산속에서
내가 마실 갈 때
제4부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태풍
해질녘의 노래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용서
낙조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후회도 없이
이 골방은
봄길에서
등이 시린 일
길 위에서
땅 끝
나 서른이 되면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발문 | 김기택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