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가지 특징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서로 보조하며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문학을 규정해왔다. 현재 어린이문학은 이러한 근대의 유산을 자양분으로 하여 이를 뛰어넘는 실험과 모색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근대 아동문학 선집2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바로 이 근대 어린이문학의 유산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을 띤다. 방정환의 구연동화 「이십 년 전 학교 이야기」 「나의 어릴 때 이야기」를 빼면 대부분 해방 직후에 씌어진 작품들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현덕의 동화에 할애되어 있다. 근대 어린이문학에서 현덕이 차지하는 비중과 위치를 말해준다. 특히 표제작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근대 소년소설의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우는 그림을 그리는 데 빼어난 소질을 가졌지만 소작농의 아들이어서 소학교만 졸업하고 농사일에 매달려야 한다. 이에 견주어 상급학교에 진학한 경환은 바우 아버지가 소작농으로 있는 마름집 외아들이다. 바우는 경환이 아니꼽고 비위가 상한다. 그래서 경환이 달라는 나비를 날려보낸다. 심술이 난 경환은 나비를 잡는답시고 바우네가 참외밭을 결딴내고 만다. 그런데 바우 아버지는 되려 바우에게만 역정을 낸다. 그러고는 그림은 때려치우고 나비를 잡아 가지고 가서 경환에게 빌라고 한다. 하지만 바우는 경환에게 고개를 숙이기가 싫었다. 그만한 체면쯤 보아줄 줄 모르고 화만 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야속했다. 몰래 집을 빠져 나온 바우는 뒷산으로 올라가 풀 위에 벌렁 눕는다. 그런데 멀리 메밀밭에서 허연 그림자가 무엇을 쫓는 모양으로 움직인다. 경환이가 나비를 잡는 거겠거니 코웃음을 치던 바우는, 그게 아버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메밀밭을 향해 소리쳐 아버지를 부른다.
머리말
제1부
이십 년 전 학교 이야기/방정환
나의 어릴 때 이야기/방정환
제2부
뽐내던 불거지/이영철
애기와 크레용과 고양이/이호준
고양이/이영철
다람쥐와 곰/정태병
얼음 속에서/곽하신
늑대/이영철
모기와 황소/현동염
제3부
포도와 구슬/현덕
물딱총/현덕
모자/현덕
월사금과 스케이트/현덕
나비를 잡는 아버지/현덕
제4부
정거장/김남천
고향 생각/박춘명
개싸움/박인범
네 땅 내 땅/임서하
염소/김소엽
눈 내리는 날/이동찬
작품이 실렸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