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나라다운 나라를 어떻게 만들까

백낙청  지음
출간일: 2025.07.25.
정가: 23,000원
분야: 인문교양, 정치사회

새로운 세상은 멀지 않다!

변혁적 중도로 이루는 통합과 전환의 미래

 

현대사의 부침 속에서 분단과 전환을 동시에 사유해온 한국 지성의 좌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정치비평서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나라다운 나라를 어떻게 만들까』가 출간되었다. 촛불혁명 이후 약 10년, 두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쳐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한 2025년, 한국사회는 다시 한번 중대한 기로 앞에 서 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중도’와 ‘통합’을 국가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지금, 그 구체적 방향과 내용을 두고 깊이 있는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는 이러한 격변의 정세를 위기가 아닌 전환의 기회로 삼아, 통합과 개혁을 아우르는 새로운 체제, 이른바 ‘2025년체제’의 비전을 제시한다. 지금이야말로 저자가 오랫동안 연마해온 개념 ‘변혁적 중도’를 발판 삼아 대립과 반목을 넘어서는 새로운 중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굴곡마다 이론과 실천을 함께 고민해온 저자의 시선은 내란 정국을 포함한 최근의 정치적 흐름을 예리하게 진단하는 한편, 오늘날 ‘빛의 혁명’을 이끈 시민의 역량을 역사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위한 동력으로 평가한다. 어제의 혼란을 걷어낸 응원봉들이 앞으로 어떤 사상적 기초 위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이 책은 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자 시민과 함께 써내려가는 체제 전환의 설계도다.

 

비정상의 시대를 넘어

‘변혁적 중도’로 이루는 새 세상

 

이번 책을 통해 저자는 2021년 윤석열정권 수립부터 2025년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의 정치적 격변을 생생히 담아낸다. 특히 윤석열정권을 일종의 ‘변칙적 사태’로 규정하고, 87년체제가 사실상 수명을 다한 이후 촛불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체제가 아직 성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시적이지만 심각한 일탈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내란 정국이라는 엽기적 종말로 귀결된 이 사태 속에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12·3 항쟁 당시 주력세력이 된 젊은 세대, K팝 응원봉을 든 새로운 시위 문화의 등장, 그리고 ‘남태령대첩’에서 확인된 세대 간·계층 간 단절의 극복은 그 변화의 조짐을 선명히 보여준다. K팝, K문학, K민주주의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촛불혁명의 놀라운 진전을 마주하며, 저자는 개인들의 각성을 하나로 묶어내는 실천적 사상으로서 ‘변혁적 중도’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변혁적 중도’는 단순히 좌우 사이의 중간 입장을 취하는 절충적 노선이 아니다. 한반도의 분단체제가 만들어온 정치‧사회적 구조를 넘어서는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심화시킨 불평등과 경쟁 중심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장기적 체제 전환의 전략이다. 이는 진보와 보수 등 다양한 흐름과 입장 간의 전략적 연대를 바탕으로 기존 이념의 한계를 뛰어넘고 대립과 반목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구조를 상상하는 정치적 기획이기도 하다. 특히 단기적인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분단의 극복과 민주주의의 질적 도약, 사회경제적 대안을 아우르는 장기적 비전과 실천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무엇보다 저자는 “비록 시민들이 ‘변혁적 중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낡고 익숙한 구호나 이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상과 노선에 대한 갈증이 분명히 드러났다”(「책머리에」에서)고 말하며, 변혁적 중도는 이미 촛불 이후 시민들이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실천해온 흐름과도 깊이 맞닿아 있는 노선임을 강조한다.

 

새 정부의 과제를 풀기 위해

실천의 언어가 필요하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평화혁명을 통해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내란 정국의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을 달성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단순히 원래의 체제로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87년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 운영의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저자는 가장 최신의 글인 제2장 「‘국민주권정부’와 중도정치」에서 무엇보다 “이재명정부가 그간의 비방자‧반대자를 무색게 할 정도로 잘해내는 것”(31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잘한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 능력을 넘어서 국가의 체질을 바꾸고 시민의 역량을 제도화하는 정치적 전환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의 승패 논리를 넘어서, 복합적인 시대적 과제를 진지하게 끌어안는 ‘변혁적 중도’의 자세와 상상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변혁적 중도’는 특정 정권을 위한 일시적 전략이 아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시민 중심의 실천적 언어이자 이론적 자산이며 분단체제를 넘어 신자유주의 질서가 야기한 불평등과 배제에 맞서는 장기적 체제 전환의 구상이다. 더이상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념 구도로는 한국 사회가 겪는 균열을 봉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변혁적 중도’는 새로운 연대의 기반이자 사유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상의 사회적 실천을 가능하게 할 구체적인 장치와 제도를 함께 상상하고 설계하는 일이다. 시민의 참여 역량, 세대 간 연대, 정치 바깥에서 축적되어온 사회적 실천들을 제도적 힘으로 피어나게 만들 정치적 상상력이 요청되는 지금, ‘변혁적 중도’는 단지 관념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실천의 노선으로 우리 앞에 있다. 2025년체제를 향한 여정에서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사상적 기초로서 ‘변혁적 중도’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제 더욱 절실하다.

 

‘변혁적 중도’로 열어가는

민주주의의 다음 100년

 

‘변혁적 중도’의 핵심에는 언제나 시민의 역량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중이 자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러한 시민적 역량을 단순한 정치 수사로 소비하지 않고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위치시키고 그 의미를 새롭게 밝혀낸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4‧19혁명은 물론, 그보다 더 먼 동학사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 근현대사에서 이어진 평화적 항쟁의 계보를 새롭게 구성하고자 한다. 촛불혁명 그리고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전환을 이끌어온 민중의 저력과 그 진화를 사상적으로 복원해내는 것이다. 이 작업은 현대사의 곡절마다 오랜 시간 이론과 실천을 함께 고민해온 저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며 그 깊이와 폭에서 독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 역량의 진화는 언제나 일직선의 진보로만 이어져온 것은 아니다. 2부 ‘변혁적 중도주의의 역사적 전개’에 수록된 글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전개 과정에서 마주한 굴곡과 좌절, 특히 기대와 현실이 어긋났던 순간들을 정직하게 복원한다. 저자가 한때 제안했던 ‘2013년체제’ 구상은 촛불 이전, 박근혜정권 시기에도 새로운 체제 전환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던 사상적 시도였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동력 부족, 정치권의 무기력, 국제정세와 국내 정치의 엇갈림 속에서 이 구상은 뜻대로 실현되지 못했고, 저자 스스로도 그 실패를 깊이 성찰하며 그 이후를 모색할 전환점으로 삼는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경험과 반성을 자산으로 끌어안고, 더 튼튼한 사상적 토대를 구축하려는 자세다. 4부 ‘2025년체제 구상을 위한 대담’은 저자와 정치학자 이남주 그리고 시민활동가 정현곤과 함께한 두차례의 대담을 수록해 ‘2025년체제’의 비전을 새롭게 그린다. 촛불 이후 시민의식의 변화와 참여 역량을 바탕으로 분단 극복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 기후위기 대응 등 복합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의 철학과 실천 가능성을 다각도로 모색한다. 전환의 열쇠는 여전히 연대하는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는 그 곁에서 퇴행하지 않는 민주주의, 반복되는 정치적 과오를 끊어낼 사상적 기반을 제안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다음 100년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성찰과 실천의 방향을 동시에 가리키는 사유의 이정표로 오래 남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I.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1.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2. ‘국민주권정부’와 중도정치 

 

II. 변혁적 중도주의의 역사적 전개

3. 변혁적 중도주의와 한국 민주주의 

4. 변혁적 중도주의와 소태산의 개벽사상 

5. ‘2013년체제’를 준비하자 

6.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 2013년체제론 이후 

 

III. 촛불혁명과 진화하는 K민주주의

7. 촛불혁명과 개벽세상의 주인노릇을 위해 

8. 성공하는 2기 촛불정부를 만들려면 

9. 2023년에 할 일들: 살던 대로 살지 맙시다 

10. 2024년 새해를 맞으며 

11. 한반도정세의 새 국면과 분단체제 

12. 시민의회 전국포럼 출범을 축하하며 

 

IV. 2025년체제 구상을 위한 대담

13. 2013년체제 구상에서 촛불혁명으로: 백낙청 · 정현곤 대담

14. 2025년체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백낙청 · 이남주 대담

 

수록문 출처 

찾아보기 

‘중(中)’이란 ‘가운데’가 아니다. 중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리의 삶, 즉 역사의 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균형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역사가 중을 향해 갈 때만이 고귀한 것도 아니다. 중에서 우리는 파(破)를 보고, 파에서 개벽을 지향하고, 울음 속에서 더 크게 웃어보려고 한다. 나이 듦에 관계없이 크게 웃는 사람, 백낙청이 있기에 이 민족의 도도히 흐르는 서사는 이어지고 있다고 감히 나 도올은 말씀드린다. 우리가 그토록 처참하게 가슴 졸였던 그 순간들을 해석하면서 창조적 전진을 감행하고 계신 선생님께 고개 숙일 뿐이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
이재명정부 수립 이후 쾌속으로 ‘정치 효능감’을 맛보고 있는 요즘이지만, 우리 가슴마다 깊이 새겨진 내란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반동의 역사’가 출현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상존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퇴행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지속할 수 있을까. 백낙청은 촛불혁명에 이은 빛의 혁명에서 다시금 확인된 시민들의 역량에 주목한다. 어제의 혼란을 걷어낸 응원봉들이 앞으로 어떤 사상적 기초 위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켜갈 것인가. 지난겨울 전선의 1열을 지켰던 수많은 청년들에게 이 책을 꼭 한번 읽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취재편의점’ 진행자

저자의 말

사람은 ‘이야기 들려주는 동물’(story-telling animal)이라는 말도 있듯이 복잡다단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평면적인 그림뿐 아니라 시간상의 전개를 서사화하는 작업도 필요로 한다. 이는 거의 본능적인 욕구인 것 같다. 윤석열의 어이없는 작태가 정신을 차리기 힘들 만큼 연속 발생하는 상황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어이없고 전례 없는 시기를 4·19 이후 내가 겪어온 민주항쟁의 역사 속에 자리매기는 작업을 나름으로 수행했다. 또한 그런 ‘스토리텔링’의 현실인지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 서사가 항쟁의 역사뿐 아니라 건설의 역사도 포괄할 필요성을 느꼈다. 동시에, 내가 직접 겪지 못한 더 먼 과거의 역사와 연결하면서 세계 전체의 역사, 적어도 우리가 지금 그 일부로 살고 있는 자본주의 (내지 ‘물질개벽’) 시대의 서사로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 그럼에도 냉소와 절망과 손쉬운 안주를 끝내 뿌리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민주시민들이다. 다행히, 어쩌면 당연히, 그런 국민을 믿고 끈질기게 싸워온 정치가도 배출되었다. 덕분에 ‘변혁적 중도의 때’를 염원해온 나의 지론을 ‘2025년체제’라는 새 표현마저 들먹이며 한껏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2025년 7월

백낙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