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를 울린 ‘6411의 목소리’
이번엔 더욱 가까이, 깊이, 따뜻하게
낮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가장 뜨거운 목소리
읽고 나면 너와 나의 삶이 다시 보인다
일상 속에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질문들이 있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친밀한 안부나 “밥 같이 먹을래?” 같은 뜻밖의 초대처럼 말이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역시 그런 말과 닮아 있다. 낯설지만 묵직한 이 질문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이들의 일상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숫자와 통계로만 읽히는 노동 현장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직접 써내려간 생생하고 진솔한 언어로 된 이 책은 각자의 자리에서 진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감동과 연대의 기록이다. 황인찬 시인은 “나는 당신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연대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추천사)라고 말했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알지 못했던 삶과 얼굴, 숨은 고통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광장에서 만나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는 것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우리를 민주주의라는 버스에 태우지 않았던 사회에 맞서, 이제 우리가 직접 그 버스를 몰아야 한다”(추천사)라고 강조하며, 이 책이 던지는 사회적 책임을 환기한다.
이 책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의 두번째 책이다. 프로젝트명은 우리 사회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알린 고(故) 노회찬 의원의 명연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에서 따왔다. 전작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창비 2024)는 출간 직후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1위(알라딘)에 오르며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는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층 더 다양한 현장과 깊은 이야기를 품고 돌아왔다.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는 이들의 진심을 통해 우리는 또 한번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고, 함께 살아가는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6411, 그 두번째 목소리
이야기가 된 노동, 노동이 된 이야기
1부 ‘증언하고 기록하다’는 이름 없이 묻혀 있던 삶과 고통의 진실을 세상에 꺼내놓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기억부터 팔레스타인 난민이 한국 땅에서 바라본 고국의 비극, 제주 해녀가 마주한 오염된 바다까지. 이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모습의 아픔을 견뎌냈지만, 모두가 기록과 증언의 힘을 믿고 용기를 내었다.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무관심했던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한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절절히 보여준다. 2부 ‘견디고 움직이다’는 노동 현장의 부당함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셔틀버스 기사와 간호사, 홈리스 상담 활동가와 호텔 룸메이드까지. 사회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쓴웃음으로 기록되었다. 노동의 가치와 현실의 간극을 절감하게 하는 이들의 삶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 어떤 수치나 통계보다도 강렬하게 노동을 체감하게 만드는 이 글들은 독자들의 마음 깊이 오래 남는다.
3부 ‘맞서고 고발하다’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맞서 용감히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기록이다. 장애인 인권운동가와 지역아동센터장, 난민 출신 기자와 사회복지사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문제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작은 외침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한발짝씩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사회적 책임감과 깊은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4부 ‘연결하고 돌보다’는 서로의 존재와 삶을 돌보고 감싸는 따뜻한 연대의 기록이다. 대안학교 교사, 독서지도사, 협동조합 활동가 등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총천연색으로 펼쳐진다. 홀로가 아니라 함께하는 연대의 힘을 통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또한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서의 삶을 고민하게 만들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운다.
그리고 이 책의 모든 글에는 ‘다시 듣는 노회찬의 목소리’라는 코너가 함께한다.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남긴 말과 글에서 선별한 것으로, 책 전체를 관통하는 ‘6411 정신’과 이어진다. 차별 없는 존엄,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정치, 정의로운 연대에 관한 일관된 신념이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정하고 단단하게 전해진다. 또한 ‘닫는 글’에는 노동 현장과 정치 현장의 간극을 좁히고 모두가 같은 직장 동료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온 노회찬 의원의 깊은 신념과 따뜻한 마음을 담았다. 여기 실린 두 편의 글은 소외된 이들을 향한 진정한 연대와 공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과 연결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회찬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따뜻한 위로가 될 귀한 선물이다.
모두의 퇴근을 묻는 다정한 질문
서로를 비추는 내일에 대한 이야기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는 노동 현장을 넘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는 다정하면서도 묵직한 질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글을 통해 우리는 고된 일상을 넘어 삶 자체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영화감독 장항준은 “‘6411 투명인간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새로운 낭만주의 시대를 열어가면 좋겠다”라며, 이 책이 그러한 사회를 향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여기 실린 다양한 삶의 이야기는 바로 그 상상의 밑거름이 된다. 모두의 안녕한 퇴근을 묻는 질문에서 시작해 타인의 삶을 향한 다정함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마음. 이 책을 읽은 다음 우리가 바라보는 사회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여는 글
당신은 지금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살고 있나요?
1부·증언하고 기록하다
29년째, 의영이를 부릅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새가 되고 싶은 적 있나요? — 팔레스타인 난민
나는 해녀우다 — 제주 해녀
교통 상황은 바뀌어도 내 삶은 제자리 — 교통방송 리포터
미얀마에서 온 증언자 —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한국대표부 노무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오늘도 안녕! — 학교보안관
불 속으로 떠난 남편, 법 뒤로 숨은 회사 — 화재사고 노동자 유가족
구두로 딸을 키웠고 연대로 나를 키웠다 — 제화노동자
상담실 밖에서 쓰는 편지 — 상담사
쇳밥 먹은 도시의 뒷모습 — 1인 소공장 운영
간첩에서 시민으로 — 재일동포
비요일, 해요일, 바람요일 — 양봉가
방탄조끼도 없이, 스탠바이! — 독립PD
‘삼발이’ 골목의 노동조합 — 인쇄노동자
눈 감고도 살아야 하니까 — 시각장애인 안마사
2부·견디고 움직이다
재활용선별장에서는 인간도 선별된다 — 재활용선별노동자
빨고, 꿰매고, 건네며 — 세탁소 운영
오늘도 택배차는 과로를 싣고 달린다 — 택배노동자
눈에 선하게, 마음에 닿게 — 화면해설작가
사과하고 또 일하고 — 아파트 경비노동자
야근보다 힘든 질문들 — IT개발자
전화는 끊기지 않고 휴식은 오지 않는다 — 연예인 매니저
여권을 돌려주세요 — 조선노동자
다시 꿰매는 삶 — 수선집 운영
내려가지 않겠다, 일터를 돌려달라 — 공장노동자
교통약자를 싣고 고통도 함께 싣는다 —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누군가의 밤을 치우며 살아가는 일 — 환경미화원
서울을 떠날 결심 — 옥천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팀장
계약 없는 글쓰기의 나라에서 — 만화 칼럼니스트
사지 마세요, 살아 있어요 — ‘동공당’ 대표
3부·맞서고 고발하다
1퍼센트의 지분, 100퍼센트의 책임 — 셔틀버스 운전기사
‘영웅’이 사라지는 이유 — 간호사
나는 기자입니다 그리고 난민입니다 — 난민
보이지 않는 곳을 고치는 사람 — 가전제품 분해 청소노동자
차별과 환대 사이에서 — 협동조합 ‘쩜오책방’ 조합원
쿠팡은 사과하지 않았다 — 쿠팡 택배 사망노동자 유가족
이모도 여사님도 아닌 — 호텔 룸메이드
나의 이동권, 나의 운동권 — 지체장애인·인권활동가
‘닭강정’이 아니라 ‘작감정’이요 — 약국 파트타임 직원
쪽가위를 들던 손, 피켓을 들다 — 재봉사
그리고 쓰고 일하고 버틴다 — 읽고 쓰고 그리는 예술노동자
또다른 나그네를 찾아서 — 홈리스 아웃리치 상담활동가
툭툭, 지식의 먼지 위에 서다 — 물류업 종사자
적자로 계산되는 간호사의 하루 — 간호사
원자로 곁에서 겪는 차별 — 핵발전소 노동자
4부·연결하고 돌보다
‘패스트 케어’ 시대의 아이들 — 하늘샘 지역아동센터장
밥 냄새가 나는 사람 — 학교급식노동자
기다리는 몸, 기울어지는 삶 — 대전여성장애인연대 활동가
나는 지역에서 혁명을 꿈꾼다 — 두루미책방 대표
마루 위의 노동자, 법 밖의 노동자 — 마루노동자
빛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 상호문화교육 강사
손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듣는 시간 — 농·난청문화예술활동 강사
삶을 나누는 수업을 시작합니다 — 대안학교 교사
‘사과’가 검열 대상이 된 이유 — 도서관 사서
하루 2만보의 돌봄 — 사회복지사
‘가을 전어’는 돌아오지 않는다 — 기후소송 원고
‘미인도’가 말을 걸어오다 — 협동조합 ‘고개엔마을’ 사무국장
렌털 가전을 돌보는 나는 누가 돌봐주나요 — 방문점검원
오늘도 아이를 읽습니다 — 독서지도사
조선업 호황의 뒷면 — 하청노동자
닫는 글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우리는 직장 동료입니다
‘6411의 목소리’는 그렇게 녹아서 형체를 잃어가는 이들에게도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업입니다. 거대한 액체화 과정 속에 존재하지만, 이곳에 모인 각자의 이야기들은 윤슬처럼 빛납니다. 나의 각도로 말하면서 세상의 볕을 되비춥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떤 문학보다 진실한 예순가지의 기록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소 무심하게 지나친 이야기입니다. 혹은 알지만 모른 척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당사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경험은 여러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할 것입니다. 이들이 느꼈던 기분이 나의 경험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나의 언어가 출렁일 때, 나와 파동으로 연결된 다른 물결들도 감각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은 당신은 지금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묻는 것과 같습니다. 이 질문은 다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하게 하고,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헤아리게 합니다. 경쟁을 강요받는 한국사회는 겉으로는 선택지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하거나 새 판을 짜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전가됩니다. 성공과 실패는 손바닥의 앞면과 뒷면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논리는 자유와 공정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널리 퍼졌습니다. 외부 착취와 내적 착취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 다윈주의의 공모자가 되고 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노동자는 쓰러집니다.
우리는 온전히 퇴근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다녀올게” 하고 집을 나섰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도 지난 한해만 827명에 이릅니다. 안전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으며 안녕히 집으로 돌아가는 상식적인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이토록 어렵습니다. 오늘날의 휴식과 여가는 노동을 위한 준비 시간에 가깝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자기개선 강박 속에서 퇴근은 곧 다른 노동의 시작이며, 끝내 오지 않는 약속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퇴근의 굴레에 대해 질문해야 합니다. 자본주의라는 야만적 체제의 부품으로 속박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퇴근을 묻고 내일의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그것은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질문이 되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물음이 됩니다. 질문은 작은 울림에서 시작돼 한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이어집니다.
―6411의 목소리 편집자문위원, ‘여는 글’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