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135

파이트

이라야  장편소설
출간일: 2025.05.09.
정가: 15,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휘청, 몸이 흔들렸지만 다시 스텝을 밟는다

나의 라운드는 이제 시작이니까

 

이라야 장편소설 『파이트』가 창비청소년문학 135번으로 출간되었다. 선교사인 아빠를 따라 캄보디아에서 자란 열일곱 살 ‘하람’이 격투기 선수라는 꿈을 찾아 낯선 땅 한국으로의 가출을 감행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만 챙기느라 바쁜 아빠, 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엄마 사이에서 외로운 시간들을 견뎌 왔던 하람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과 맞서는 모습이 애틋한 감동을 전한다.

외투 한 벌 없이 혹독한 한국의 추위를 버티는 하람을 이웃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하람을 유심히 바라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다정한 마음을 내준다. 그렇게 전해진 마음들이 용기가 되어 하람은 모두가 덮어 두었던 가족의 오랜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섣부른 화해로 갈등을 매듭짓는 대신, 상처를 다독이며 가족의 그늘을 극복하는 길을 열어 주는 대목에서 작가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하람의 절박한 내면과 어우러져 몰입감 있게 그려지는 격투 경기 장면이 리듬감과 재미를 더한다. 흔들리고 막막한 순간에도 스텝을 멈추지 않는 하람의 꿋꿋한 몸짓이, 외롭고 혼란한 시기를 견디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남는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우리의 삶은 넓고 평탄한 길이 아닌 공격과 방어가 난무하는 격투기 장에서 펼쳐지며 때로는 오래 버티는 기술이 필요하다. 버티다 주저앉고 싶을 때 주인공을 일으켜 세운 건 주위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보여 준 다정한 환대다. 동화의 세계에서 벗어난 청소년 독자가 읽어야 할 땀 냄새 나는 소설이다. 오세란(평론가)

 

★★ 작품을 미리 읽은 청소년 독자들의 후기 ★★

“읽으면서 계속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게 되었다.”

“진짜 너무 재밌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자꾸만 울컥하고 화가 날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다.”

 

낯설고 추운 한국에서 마주한 뜻밖의 사람들

각자의 라운드를 치르는 이들을 위한 다정한 환대

 

세 살 때부터 캄보디아에서 자랐던 하람은 무심하고 매정한 엄마 아빠에게서 벗어나고자 당찬 기세로 약 3,500킬로미터를 날아 낯선 고향 한국을 찾는다. 바짝 긴장한 채 마주한 공항과 기차역은 머릿속으로 돌려 보았던 시뮬레이션과는 달리 무척이나 춥고 황량하다.

맨몸으로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하람에게 뜻밖의 사람들이 손을 내민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이웃 할머니는 자신의 패딩을 건네주고, 체육관 관장은 등록비가 없다는 말에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하라고 받아 준다. 격투기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무하와 원지는 선뜻 다가와 친구가 되어 준다. ‘재수 없는 오지라퍼’라고 생각했던 동네 경찰 권 경위는 필요할 때마다 하람의 곁을 지켜 준다.

 

“씩씩한 사람도, 잘 웃는 사람도, 용감한 사람도 모두 한 점씩은 아픈 구석이 있지. 누구나 다. 나만 그런 줄 알고 이만큼 살았는데 어느 구석에서는 다들 그렇게 아프더라고.” (본문 193면)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고자 애써 분투해 왔지만 실은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했던 하람은 점차 다른 사람이 건네는 위로의 힘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구든 자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며, 그 아픔을 통해 오히려 주위에 더 다정한 마음을 건넬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하람에게 세심한 도움을 건네던 무하에게도, 활기차고 다정한 마음을 전해 주던 원지에게도, 기꺼이 하람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준 권 경위에게도, 뭐든 치고 때려야만 견딜 수 있었던 슬픈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내 눈은 늘 이렇게 엄마를 찾는다.

나를 한 번만이라도 봐 줬으면 좋았을 텐데.“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하람의 시선 끝에는 늘 엄마가 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방법조차 잊은 듯한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짝사랑은 이제 지쳤으니 그만두자고 매번 마음먹고도, 자꾸만 엄마를 향하는 시선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 하람은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되고, 엄마 아빠가 피하고 숨기던 아픈 비밀을 용기 내어 찾아낸다.

 

“엄마랑 친할 수 없고 사랑하는 관계가 아닌 건 아프지만, 엄마가 용서가 안 될 때는 용서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 (...) 용서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엄마 인생이 그렇구나, 안됐네 하고 바라봐. 너무 가까이 다가가 보려 하지 말고, 매이지 말고. 그건 엄마 인생이니까. 넌 너대로 살아.” (본문 193-194면)

 

하람은 아빠에게서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두껍게 쌓였던 마음의 벽 틈으로 엄마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엄마를 용서하려고 너무 애쓸 필요 없다는 권 경위의 조언처럼, 『파이트』는 손쉬운 용서나 화해를 말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사과는 하람이 열일곱 평생 견뎠던 고통과 상처를 다독이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세심히 짚어 낸다. 대신 하람은 ‘지독히도 모자란 방법으로 버텨 준’ 부모를 그저 갸륵하게 여겨 보기로 마음먹는다.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부모를 바라보게 된 하람은 자기만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3, 2, 1… 파이트!

내가 품고 싶은 세상을 향해

 

처음에는 엄마의 시선 끝을 좇다가 찾게 되었던 격투기 선수라는 꿈과 한국이라는 공간은 점차 하람 자신의 고유한 세계가 되어 간다. 주먹이 와도 피하지 않는 하람의 간절한 열망은 용기로 거듭나고, 섣부르기만 하던 펀치에 무게가 실린다. 혼자서 흔들리면서도 단단히 버텼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런 시간들을 알아보고 격려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시야를 넓혀 자신이 품고 싶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람의 걸음은 더욱 강하고 환하다. 각자의 링 위에서 삶을 버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용기를 건넬 소설이다.

 

이제는 엄마가 나를 한번 봐 주기를 갈구하지 않는다. 아빠의 바짓가랑이 뒤로 숨을 나이도 지났다. 두 팔 벌려 나를 안아 주길 기대하지도 않는다. 달려가 안기고 싶은 엄마 아빠 품보다 내가 품고 싶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 갈구는 이제 그 세상을 향해 있다. (본문 196-197면)

목차

한국의 겨울 7

낯선 보금자리 19

새로운 라운드 33

방심은 금물 50

계획에 없던 만남 68

찾아오는 사람들 86

엄마의 생일 103

곁에 있는 기분 116

드러나는 비밀 130

울지 마, 제발 143

파이트! 161

상처엔 연고 176

오늘부터 1일 185

 

에필로그 198

작가의 말 199

종합 격투기 선수를 꿈꾸며 3,500킬로미터를 날아온 주인공의 당찬 기세에 도입부터 압도당한다. 그러나 미래를 향해 마냥 돌진하기엔 원 플러스 원처럼 따라온 엄마가 발목을 잡고, 감추어진 비밀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의 삶은 넓고 평탄한 길이 아닌 공격과 방어가 난무하는 격투기 장에서 펼쳐지며 때로는 오래 버티는 기술이 필요하다. 버티다 주저앉고 싶을 때 주인공을 일으켜 세운 건 주위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보여 준 다정한 환대다. 동화의 세계에서 벗어난 청소년 독자가 읽어야 할 땀 냄새 나는 소설이다. 오세란(평론가)

저자의 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거리가 있을 것 같았고, 위로와 힘을 주는 관계에서는 서로의 마음이 가닿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사람을 어려워하고 마음 터놓기를 두려워하는 개인적인 고민에서 시작된 발상일지 모른다. 한편으로 내가 전달받은 위로의 힘을 나도 누군가에게 전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파이트』의 인물들은 그것을 참 잘 해냈다. 내가 감당하고 있는 고통이 버거울 때 주변에서 건네는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보여 주었다. 나이나 사회적 위치, 친밀한 정도를 떠나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앞으로는 나도 하람이, 무하, 원지, 권 경위, 감초 삼촌이 알려 준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 볼 작정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받은 것처럼 또 누군가에게 나도 위로를 전달하고 힘을 줄 수 있다면 더없는 삶의 기쁨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