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순수한 놀이 세계를 그려 낸 우리 대표 그림책 『넉 점 반』의 20주년 기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넉 점 반』은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독자 곁에 머물며 세대를 거슬러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을 선사하였고, 이제는 우리 그림책 역사가 만들어 낸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시계가 집집마다 없었던 시절, 한 아이가 동네 가게로 시간을 물으러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심부름은 어느새 잊고 자연물을 관찰하며 자기만의 놀이에 몰입하는 아이의 모습은 독자도 이야기 속으로 함께 빠져들게 만든다. 작은 것까지 유심히 지켜보는 시선을 담은 새로운 표지와 언제 보아도 정겨운 그림이 또 한 번 감동을 전한다. 개정판은 그림의 색감을 보정하고 원화의 감성을 살리는 용지로 대체했다. 기존 책보다 좀 더 큰 판형으로 그림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 한국 그림책 역사에 길이 남을 독보적인 맑음. _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 내가 사랑하는 그림책. _김효은(그림책작가)
★ 천재다운 영감과 순정이 빚어낸 존재. _이상희(시인, 번역가)
★ 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책. _안희연(시인)
★ 읽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번지는 책. _서울신문
★ 너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 _시사IN
★ 어린이의 시선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책. _경향신문
★ 옛 정경의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 _연합뉴스
온 세대에게 사랑받는 우리 대표 그림책 『넉 점 반』
2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며 우리 그림책 역사에서 고전이 된 『넉 점 반』의 20주년 기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넉 점 반』은 윤석중 선생의 동시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으로, 그림책작가 이영경이 한국적 정서를 푸근하게 그려 내어 출간 이후 온 세대에게 사랑받았다. 누적 10만 부 이상 판매되어 많은 독자와 만나 왔으며 다수의 그림책작가, 비평가, 연구자, 독자에게 ‘꼭 읽어야 하는 그림책’으로 손꼽힌다.
이번 개정판은 다홍빛 접시꽃을 배경으로 화사해진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쪼그려 앉아 개미를 관찰하는 아이의 모습은 시간을 잊고 놀이에 몰입한다는 작품의 서사와도 맞닿아 있다. 본문에서는 그림의 배경색을 좀 더 밝게 조정하고 판형을 키워 그림을 보다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집집마다 시계가 없었던 시절을 생생하게 그려 낸 옛 시골 풍경이 정겹다. 해 질 때까지 세상을 관찰하고 걷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은 놀이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며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울림을 준다.
동시 문학의 큰 산, 윤석중 선생의 대표작
윤석중 선생은 1924년 『새소년』에 동요 「봄」이, 25년 『어린이』에 「오뚜기」가 입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선생이 작사한 작품 중에는 「어린이날 노래」 「졸업식 노래」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 「봄 나들이」 등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도 많다. 「넉 점 반」(1940)은 친근하고 깨끗한 우리말로 동시 고유의 리듬감을 잘 살렸을 뿐 아니라 재밌는 반전 덕분에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수작이다. 시계가 귀했던 시절, 지금 몇 시인지 알아보고 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을 받고 집을 나서지만, 놀이에 빠져 그만 잊어버리고는 해가 진 후에야 집에 돌아가 “시방 넉 점 반이래.”라고 전하는 능청맞은 아이의 행동이 웃음 짓게 한다. 지은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한국적이면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이영경 작가
우리 민족 고유의 해학과 낙천성이 돋보이는 그림책
『아씨방 일곱 동무』 『신기한 그림 족자』 등 한국적 정서를 짙게 풍기는 그림책을 만들어 온 이영경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시간적,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넉 점 반』을 탄생시켰다. 1960년대의 농촌 마을을 실감 나게 재현해 내기 위해 작가는 충남 서산의 운산마을을 여러 번에 걸쳐 꼼꼼히 돌아보았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로부터 말씀을 듣기도 했고, 김포 덕포진의 교육박물관 및 용인의 생활사 박물관 등에서 소품들을 취재하기도 했다. 욕심 없이 편안하게 그린 듯한 그림에는 작가 특유의 재치와 익살이 녹아 있다.
주인공 아이는 가겟집 영감님한테서 “넉 점 반이다.”라는 말을 듣고도 집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닭, 개미, 잠자리 등 제각기 노는 것들에 마음을 뺏기고 만다. 아이의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새로운 놀이 공간이 열리고, 그 안에는 제각각 놀이에 빠진 동무들이 있다. 시에서 언급된 닭, 개미, 잠자리뿐 아니라 고양이, 두꺼비, 메추라기 같은 동물들도 나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 아이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어느덧 아이를 따라 놀이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해가 꼴딱 져”서야 집에 돌아온 아이는 “시방 넉 점 반이래.” 하고 당당하게 말한다. 어이없다는 어머니의 표정, 저녁을 먹는 형제들 사이로 슬그머니 들어가는 멋쩍은 아이의 모습에 독자들은 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다.
세대를 거슬러 함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책
『넉 점 반』 본문의 서체는 시와 그림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의 글자를 하나하나 집자해 만들었다. 바랜 한지 느낌의 바탕색, 다홍 치마 입은 주인공 아이를 제외하고는 지극히 색을 제한한 덕에 차분해진 색조, 거기에 고졸한 느낌의 타이포그래피가 어우러져 오래된 듯 아주 친근한 느낌을 준다. 우리 동요계의 거장 윤석중 선생의 시를 이영경 작가가 신선하게 해석해 새로운 세계로 펼쳐 보여 주는 이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자근자근 읽어 주기 좋은 작품이다.
시와 그림이 만나 그림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우리시그림책’
‘우리시그림책’은 시와 그림의 독특한 결합 방식으로 그림책의 새 가능성을 보여 준 시리즈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엄선한 전래동요, 현대시, 어린이 시를 토대로 우리 시문학 고유의 운율과 이미지, 삶에 대한 성찰을 개성 있는 형식으로 표현했다.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제주도꼬리따기 노래, 권윤덕 고쳐쓰고그림)으로 첫선을 보인 후 10여 년간 『넉 점 반』(윤석중 시, 이영경 그림), 『준치 가시』(백석 시, 김세현 그림), 『영이의 비닐 우산』(윤동재 시, 김재홍 그림) 등 국내 최고의 그림 작가들이 참여하여 새롭고 깊이 있는 해석으로 우리 그림책의 지평을 넓혀 왔다. 작품마다 독창적인 캐릭터, 아름답고 전통적인 색감, 다양한 기법이 펼쳐진 그림책들로 빛난다. ‘우리시그림책’의 성과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각종 해외 전시에 초청받았으며 프랑스, 일본, 스위스, 중국 등으로 수출되어 세계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과 문화를 담아낸 이 시리즈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이어 주고,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며 세대를 넘어 정감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으로 오랫동안 독자 곁에 남기를 바란다.
● 작품 줄거리
엄마 심부름을 하게 된 아이는 동네 가게에 시간을 물으러 갑니다. 아이는 오다가 물 먹는 닭을 보고, 접시꽃 핀 담장 앞에서 개미 떼를 구경하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고추잠자리를 따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