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하에서 권력은 응당 공동체 구성원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권력이 위임받은 권한을 늘 정당하게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민의 인정을 받고 정당성을 얻기 위한 노력 정도는 해왔다. 그러나 경제·사회·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윤석열정부는 4월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국정운영 기조를 조정하거나 민심을 존중한다는 뜻을 조금도 표하지 않는다. 여전히 대통령거부권 행사를 일삼고 자격 없는 이들을 국가의 요직에 배치하는 자해 인사를 거듭하며 권력을 남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열성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통치’를 포기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본지 편집주간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무엇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하기 위해서 윤석열정부의 조기종식을 빠르게 이끌어내야”(‘책머리에’) 함을 강조하며, 지금이 바로 정치전환을 위한 폭넓은 상상력과 창조적 지혜가 필요한 순간임을 상기한다.
『창작과비평』 2024년 가을호는 한국사회가 창조적·평화적·민주적으로 정치전환을 이루어온 역사적 경험들을 기억하며 특집 ‘2기 촛불정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한다. 주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영향력을 발휘해온 미디어의 역할을 점검하고 정치권의 비전과 전략을 살펴보며 논의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논단’란에는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한 데 대한 평가와 함께 평화를 위한 향후 전망을 담는다. 의대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정작 의료공공성은 논의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대화’, 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 이후 남은 숙제들을 짚는 ‘현장’글을 소개한다. 고 신경림 시인의 시세계를 조망한 나희덕 시인의 문학평론, 9년 만에 신작 소설집을 낸 전성태 소설가의 작가조명 인터뷰 및 새 계절의 시·소설 신작들 역시 다채롭게 담겼다.
책머리에
권력이 ‘통치’를 포기할 때 해야 할 일 / 이남주
특집_2기 촛불정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전지윤 / 미디어, 촛불에 찬물을 끼얹는가
민병덕 / 2기 촛불정부로 가는 길
김보협 / ‘제7공화국’을 향한 조국혁신당의 제언
시
권선희 / 다시, 7월 외
김경미 / 그러하다 외
마윤지 / 작고 낮은 풀꽂이 외
박상순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42년 뒤 외
배시은 / 건강하지 않아도 친절한 사람들 외
백무산 / 열광을 주입하지 마라 외
안도현 / 북촌 외
안태운 / 부리 외
이기성 / 식인의 세계 외
이대흠 / Z 외
이하윤 / 개조 외
한재범 / 저스틴이다 외
김진선 / 때맞춰 외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작)
소설
김병운 / 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
김성중 / 새로운 남편
박문영 / 그린 로드
신경숙 / 밤의 다섯번째 모서리
윤성희 / 여름엔 참외
문소이 / 마이 리틀 그리니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
논단
백낙청 / 한반도정세의 새 국면과 분단체제
백지연 / ‘나라 만들기’를 향한 서사적 도정: 황석영 『철도원 삼대』로 보는 ‘K-문학’의 현재 (K-담론을 모색한다 3)
대화
김용진 박건희 백영경 백재중 / 의료공공성 확대는 1차 의료 강화에서부터
작가조명
전성태 소설집 『여기는 괜찮아요』
전기화 / 끝내지 못한 시간을 껴안는 법
문학평론
나희덕 / 수많은 노래는 한 사람의 울음에서 시작되었다: 고(故) 신경림 시인을 추모하며
현장
이미현 / 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학초점
김수이 / ‘살다’의 세가지 변주곡
남상욱 / ‘K’가 만들어가는 ‘보편’의 향방
권희철 / 모순 쪽으로 한걸음 더
산문
송준규 / 오래된 신도시에서 ‘고향’이란: 과천다움에 대하여 (내가 사는 곳 11)
촌평
황정아 / C. 더글러스 러미스 『래디컬 데모크라시』
천현우 / 6411의 목소리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조해진 / 이철 『장동일지』
권김현영 / 조돈문 『불평등 이데올로기』
지은숙 / 우에노 지즈코 『돌봄의 사회학』
소준철 / 탁장한 『서울의 심연』
이두갑 / 이언 해킹 『영혼 다시 쓰기』
윤영순 / 바실리 그로스만 『삶과 운명』
제42회 신동엽문학상 발표
2024 창비신인문학상 발표
제39회 만해문학상 최종심 대상작 발표
창비의 새책
독자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