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할 일

김동수  글•그림
출간일: 2024.08.23.
정가: 16,000원
분야: 그림책, 창작

“반가워요, 오늘의 어린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특별한 생태 감수성이 돋보이는 김동수 신작 『오늘의 할 일』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작가 김동수의 신작 『오늘의 할 일』이 출간되었다. 어린이의 내면 세계를 닮은 순수한 상상으로 사랑받는 김동수 작가가 창작그림책으로는 8년 만에 펴내는 신작이다. 그간 작가는 털이 뽑혀 추워하는 오리들에게 깃털을 하나하나 심어 주는 아이의 모습(『감기 걸린 날』)과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정성껏 염하는 애도의 과정(『잘 가, 안녕』)을 그림책에 담으며 우리 주변의 작고 여린 생명을 보듬는 이야기를 발표했다.

『오늘의 할 일』은 자연에서 생명력을 포착하는 작가 특유의 시선을 이어 가면서 한층 더 명랑한 상상으로 환상적인 물귀신 세계를 펼쳐 보인다. 묵묵히 자정작용 하는 자연을 물귀신에 빗댄 표현이 탁월하며, 재기 발랄한 이야기 기저에는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생각하는 사려 깊은 마음이 흐른다.

 

오늘날 환경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 오염 때문에 물속 세계는 늘 바쁘다. 물귀신들은 오염된 물을 들이마시고 깨끗한 물로 정화해 낸다. 아기와 어린이 물귀신들을 돌보는 일로도 하루가 숨 가쁘게 흘러간다. 갈수록 환경이 나빠지면서 일손이 부족해지자 물귀신들은 강물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단발머리 어린이를 일꾼으로 데려오기로 한다. 물귀신 세계에 초대받은 아이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

『오늘의 할 일』은 물귀신 세계를 창조해 낸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이 특별한 그림책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귀신’이 인간 세계를 살리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생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물귀신의 초월적인 힘이 아니라 기다란 머리카락이 환경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마치 곡예를 하듯이 서로에게 몸을 맞댄 물귀신들은 오염된 물을 들이마시고 몸속에서 정화한 후, 머리카락 끝으로 깨끗한 물을 쏟아낸다. 머리카락 힘을 기르기 위해 물구나무서기도 하고, 머리카락으로 아령을 드는 등 체력 훈련도 한다. 물귀신의 기상천외한 일상은 매일 힘겹게 자정작용 하는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일침을 재치 있게 보여 준다. 어른 물귀신이 아기 물귀신에게 가장 깨끗한 물을 먹이고, 어린이 물귀신들이 여럿이서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은 인간 세계와 닮아 있다. 『오늘의 할 일』은 서로를 돌보며 환경 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 우리가 할 일을 사유하게 한다.

 

생명을 돌보는 소중한 태도

주인공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흘려보내지 않고, 무엇이든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다. 어느 날, 강물에서 쓰레기를 건져 올리다가 물귀신에게 새 일꾼으로 점찍혀 물속 세계로 들어간다. 처음 마주한 풍경임에도 주인공은 찬찬하게 아기 물귀신들을 먹이고, 재우고, 이들과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맑은 물을 만드는 일귀신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장차 일귀신이 될 어린이 물귀신들과 함께 교육을 받기도 한다. 하루 동안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마친 어린이는 물방울다발을 선물로 받는다. 뭍에 나오면 사라질 선물이지만 결말에서 징검다리를 힘차게 건너는 아이의 표정에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무언가가 서려 있다.

『오늘의 할 일』은 어린이가 물귀신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린다. 어린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허리를 숙여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물귀신의 모습, 아이와 작별할 때 감사와 아쉬움의 포옹을 건네는 어린이 물귀신들의 태도가 정답다. 재치 있는 상상력, 힘 있는 주제 의식,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가 흡인력을 높이며 환경과 돌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 오늘날 폭넓게 읽힐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비하고 푸르른 세계로 초대합니다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산뜻한 그림

김동수 작가만의 단정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먹, 구아슈, 수채 물감, 수채 색연필 등 혼합 재료로 작업했다. 등장인물은 각각 따로 그리고 가위로 오린 뒤, 배경색을 칠한 화선지 위 알맞은 자리에 붙여 주면서 모든 장면을 정성스럽게 완성했다. 시원하면서도 따듯할 것 같은 푸른색이 주는 정서도 오묘하다. 『오늘의 할 일』을 다 읽고 나면 깊고 넓은 상상의 세계로 마음이 푸르게 물들 것이다.

 

 

 

● 작품 줄거리

깊은 물속, 물귀신들은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해요. 수질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자 일손이 부족해진 물귀신들은 어린이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어린이는 물귀신에게 어떤 부탁을 받게 될까요?

김동수의 그림책은 가지런하다. 흐트러짐 없이 온 마음을 집중하여 어린이의 작은 소망을 찾는다. 그렇게 발견한 ‘소망의 어린이’들은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눈감지 않는다. 세계를 똑바로 마주 본다. 『오늘의 할 일』은 “그것 봐. 내가 없으면 안 돼!”라는 어린이의 일상적 신념을 이해하는 즐거운 그림책이다. 이 세상 어린이들의 용기를 모아서 책으로 만든다면 김동수의 작품이 선두에서 노를 저어 나가고 있을 것이다.

김동수의 어린이들은 바쁘다. 항상 오늘의 할 일이 있다. 이번에는 물귀신의 초대를 받았다. 탁해져 버린 강물을 헤치고 돌봄의 모험을 떠난다. 잡히는 대로 버리는 손이 가득한 세상에서 건져 내는 손, 지키고 쓰다듬고 재워 주는 이 조그만 두 손은 눈물 날 만큼 귀하다. 신나게 책임을 다하고 훌쩍 자라 돌아온 어린이가 우리를 본다.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저자의 말

가끔 아이와 집 근처 천변으로 산책하러 나갑니다. 아이는 흐르는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여러 가지 것들을 나뭇가지 하나로 열심히 건져 내고 또 건져 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쪼그리고 앉아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물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와 교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벽 없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이라는 나뭇가지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