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란다는 건 때때로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야.
넌 그냥 너 자신이었을 뿐이야. 그것만도 힘들거든.”
가장 어렵고도 아름다운 여정
성장에 대한 진실한 그래픽노블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데브 JJ 리의 자전적 그래픽노블 『외꺼풀』(In Limbo)이 창비만화도서관 시리즈 열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껴 온 시린 감각을 생생히 전하며, 청소년기 경험했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주목받는 신예 작가 데브 JJ 리는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 오케스트라와 미술반 사이, 불안정하고 어렵기만 한 가족과 친구 관계 속에서 주인공 데버라가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을 몰입감 있게 표현한다. 데버라가 찬찬히 기댈 곳을 만들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는 성장의 과정이 마치 수묵화처럼 섬세한 그림과 함께 마음을 울린다.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이주혜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번역이 작품의 감동을 온전히 전달하는 가운데 미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곳곳에 보이는 한국적인 문화 역시 독자들에게 더욱 반갑게 다가올 요소다.
★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 스쿨라이브러리저널 2023 최고의 책 ★
★ 뉴욕 공공도서관, 시카고 공공도서관 최고의 책 ★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내 놀랍도록 아름답다. _틸리 월든(만화가)
삶을 구원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_숀 탠(그림책 작가)
성장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아름답게 발굴해 낸 작품. _쭝 레 응우옌(만화가)
날것 그대로의 디아스포라 감각이 가득한 매혹적이고 생생한 성장담. _키쿠 휴즈(만화가)
낯설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나는 영원히 외톨이가 되고 말까?
나는 비-미국인이면서 동시에 비-한국인이다.
영원히 그 사이에 있을 것이다. (본문 98면)
고등학교에 진학한 데버라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어딘가 조금씩 어색하다. 남들과 다른 외모, 아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이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몇 배로 어렵게 만든다. 원제인 ‘In Limbo’는 ‘불확실한 상태’를 뜻하는 관용구로, 어디에도 확실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선 데버라의 상황을 표현한다. 한국어판의 제목은 데버라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 속에서 느끼는 그러한 이질감을, 작품 전반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소재인 ‘외꺼풀’이라는 단어에 담았다. 태어날 때부터 쌍꺼풀이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계에서, 데버라의 쌍꺼풀 없는 눈은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감각을 계속해서 일깨운다.
『외꺼풀』은 소심하고 외로운 십 대 데버라를 통해 청소년 시기의 고유한 불안을 실감 나게 들여다보며,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선다. 오랫동안 안식처가 되어 준 바이올린 연주에는 더 이상 재능도 흥미도 느껴지지 않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겁다. 가장 아끼는 친구는 어쩐지 내게서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아 매일이 불안하다. 이렇듯 성적과 진로 문제로 인한 고민과 혼란, 친구 관계에서 나타나는 집착과 좌절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핍진한 묘사는 데버라의 복합적인 두려움과 청소년기의 방황을 솔직하고 깊이 있게 보여 준다. 분투하는 데버라의 앞에는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누구보다 미워하고 사랑하는
나의 최초의 세계, 엄마
하루는 매섭게 화를 내며 몰아붙이다가, 하루는 올해의 모범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구는 엄마와의 관계는 데버라의 마음속에서 가장 해답을 찾기 어려운 숙제다. 미국 이민 1세대로서 엄마는 자식 교육에 열성을 다하며 데버라를 압박한다. 눈에 보이는 성적과 성공이 중요하다고 믿는 엄마의 모습은 비단 이민자 가족이나 유학생뿐만 아니라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자아낼 만하다.
상담을 시작하며 데버라는 비로소 자신의 관계와 상황들을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소원해졌던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화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그들의 마음과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 이해해 보려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잊고 있던 기억과 자신을 일으켜 준 삶의 진실들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엄마도 지금 나 같은 자세로 이 침대에서 잤을까.
혹시 우리는 늘 같은 자세로 잤던 건 아닐까. (본문 312-313면)
때로 부서지고 무너지더라도
다시 기댈 수 있는 기둥을 세우는 일
『외꺼풀』은 데버라의 혼란스러운 내면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 만큼, 주변과의 갈등이 심화되며 한차례 마음이 무너졌던 데버라가 조금씩 새로워지고 다시 단단해지는 과정 또한 차근차근 보여 준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미술반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뉴욕이라는 새로운 도시에 발을 디디며 데버라는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간다. 마음을 주었던 존재가 설령 사라지더라도, 다른 기둥에 기대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해 간다.
‘작가의 말’에서 데브 JJ 리는 이 이야기가 “내게 꼭 필요했던,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상담 시간”이 되어 주었다고 고백한다. 혼란스러운 성장통의 시간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적이 있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깊이 아파해 본 적이 있다면, 또 어떤 면에서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이 있다면 데버라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작가 자신에게 그래 주었던 것처럼, 책을 집어 든 이들에게도 묵직한 위로를 전해 줄 것이다.
일 Part 1 004
이 Part 2 085
삼 Part 3 185
사 Part 4 253
오 Part 5 297
작가의 말 350
『외꺼풀』을 향한 찬사들 354
내 삶은 괜찮다. 내 정신 질환이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한편 그 병을 건강하게 다룰 방법들을 찾아냈다. 그건 내 몸에 귀를 기울이고,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고, 기어이 나를 다시 살게 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로 주위를 채우는 것이다.
(…) 부모님과 나는 대부분의 아시아 이민자 가족들처럼 다소 소원한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생일날 저녁을 함께 먹거나 명절을 같이 보내는 등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사이의 역사는 험난했지만, 내가 독립적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부모님 덕분이다. 먹고사는 일로 분주해 자녀와 사이가 소원한 양육 방식에 익숙했던 엄마와 아빠를 알아 가려면 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두 분은 정말로 최선을 다했고, 심지어 어린 유아와 10개월 아기를 안고 미국에 이민을 온 힘겨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이 책의 내용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엄마를 예쁘게 그려 달라”고 다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마음에 들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