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요, 틀려도 괜찮아요.
누구나 1학년은 처음이에요!“
자기만의 속도로 단단하게 자라는 1학년 첫 학교생활을 응원하는 이야기
2020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화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신영 작가의 동화집 『1학년은 처음이야』가 출간되었다. 수상작 「느린 아이」를 포함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는 가운데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이야기 다섯 편을 엮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대하는 게 어려운 아이, 배우는 속도가 느린 아이, 등굣길이 두렵고, 한글 공부가 귀찮고, 심부름하는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쿵쿵 뛰는 아이까지, 1학년 주인공들은 갑작스레 넓어진 삶의 반경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누구보다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단단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어린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으로, 예비 1학년은 물론 첫 학교생활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1학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에 공감하는 재미와 해방감을 선사할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1학년입니다!
어린이의 모든 ‘처음’을 다정하게 격려하는 동화
이신영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동화책 『1학년은 처음이야』는 초등 1학년 어린이들의 학교생활 적응기를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린 단편집이다. 다섯 편의 동화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은 채 1학년이라는 낯선 세계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작가는 실제 있음직한 1학년 인물들,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들을 통해 누구든 무언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순간에는 설레는 동시에 두렵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나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격려받을 만하다는 진실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입학식 날 거대한 운동장과 복잡한 학교 건물을 마주하자마자 당혹감을 느낀 어린이가 교실을 잘못 찾아가는 소동을 그린 「오늘부터 1학년」부터 학교만 생각하면 우는 어린이가 등굣길에 만난 동물들 덕분에 무사히 교실에 도착하는 과정을 담은 「고마워, 눈물!」,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느린 아이가 제 심정을 당당하게 토로하는 대목이 쾌감을 선사하는 「느린 아이」, 한글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의 비밀스러운 공부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받아쓰기왕」, 심부름하는 어린이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묘사한 「심부름하는 날」까지, 쉽고 단순한 서사 구조와 안정적인 작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모든 ‘처음’을 통과하는 어린이 독자들을 따뜻하게 격려할 것이다.
“저는 천천히 해야 잘해요. 끝까지 하고 싶어요.”
어른을 변화시키는 어린이의 진실한 호소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불어넣는 이야기
대부분의 어린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며 단체 생활을 경험하지만 학교생활은 그보다 규율이 엄격한 편이기에 어린이가 짧은 시간 내에 적응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끝까지 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린이라면 수업 시간과 교육 과정이 빽빽하게 짜인 학교생활이 더욱 힘들 것이다. 이신영 작가의 등단작 「느린 아이」는 무엇이든 “천천히 해야 잘하는” 주인공 ‘천이’의 목소리를 통해 이 같은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느린 아이’인 천이가 교사를 향해 속마음을 용감하게 밝히는 대목은 실제로 천이와 비슷한 고민을 품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을 만하다.
“저는 천천히 해야 잘하는데, 자꾸 빨리하라고만 하니까 끝까지 할 수가 없어요.”
(…)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저도 끝까지 하고 싶어요.” (60면)
정해진 수업 시간에 쫓기던 교사는 ‘천이’의 진실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결국 천이와 함께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 나간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기만의 목소리를 낸 천이의 굳은 심지가 인상적이다. 「오늘부터 1학년」에서 입학식 날 실수로 다른 반 교실에 간 ‘송이’ 역시 두려움을 극복하고 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송이는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의 입에서 끝까지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울음을 터뜨린다. 그런데 선생님의 얼굴도 심상치 않다.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알고 보니 선생님도 “학교가 처음이라 겁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던 것. 송이는 선생님을 보며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처음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나설 용기를 얻는다. 겨우 찾아간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은 자신도 “처음 선생님이 되던 날” 교실을 잘못 찾아 쩔쩔맸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1학년은 처음이야』에서 어른은 어린이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바, 어린이 독자들 앞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며 자신 역시 여전히 수많은 ‘처음’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낸 작가의 진심과 통하는 대목이다.
“저도 처음이라 설레고 두렵지만 이 책을 읽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용기가 난답니다.” (「작가의 말」)
현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이
하루하루 여무는 어린이의 몸과 마음
동화집에 등장하는 1학년 어린이들이 저마다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상상의 힘이다. 학교생활이 힘들어 매일같이 눈물을 펑펑 쏟던 ‘동이’는 등굣길에 만난 작은 동물들을 자신의 눈물로 도와주면서부터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졌고(「고마워, 눈물!」), 천이도 교실에서 만난 거북이와 소통한 후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느린 아이」). 「받아쓰기왕」의 ‘훈이’에게 공부의 효용과 재미를 알려 준 것은 책장 속에서 튀어나온 세종 대왕이며, 「심부름하는 날」의 ‘진이’가 첫 심부름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길을 이끈 것은 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다. 물론 이 동화들은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판타지 서사이고 주인공 어린이들에게는 상상 세계가 아니라 실제 눈앞에 판타지적 존재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작품 바깥에서 이야기를 조망할 때 어린이들이 자기만의 상상 세계를 자유롭게 넓혀 가는 가운데 문제 해결력과 자기 주도성이 높아지는 점은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창조적 상상력을 부드럽게 강조하는 대목으로 보여 흥미롭다. 예컨대 『1학년은 처음이야』의 주인공들은 긴장되고 초조한 상황에서 자기만의 ‘상상 친구’를 소환해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해소하고 용기를 얻는다. 무엇이든 빨리, 완벽히 해낼 것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성장하며 가장 잊어버리기 쉬운 능력이 상상의 친구를 불러내는 것임을 떠올린다면 어른 독자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남기는 지점이다. 자기만의 마법 세계를 손쉽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작품 속 상상의 존재들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친구가 될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 1학년에 재학 중인 어린이뿐 아니라 ‘1학년’을 통과한 적 있는 모든 이에게 이 동화집이 마법 같은 세계로의 초대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 작품 줄거리
「오늘부터 1학년」: 입학식 날 실수로 다른 반 교실에 간 ‘송이’.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 입에서 끝까지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울음이 터지고 만다. 그런데 가만, 선생님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는데…….
「고마워, 눈물!」: 매일 울면서 학교에 가는 ‘동이’에게 어느 날 동물들이 긴급한 부탁을 한다. 끝없이 흘러나오는 눈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 동이는 무사히 학교에 갈 수 있을까?
「느린 아이」: 모든 것을 빠르게 마쳐야 하는 학교생활이 힘든 ‘천이’는 자신을 찾아온 거북이의 격려 덕분에 용기를 내 선생님에게 말한다. “저는 천천히 해야 잘해요. 저도 끝까지 하고 싶어요!”
「받아쓰기왕」: 세상에서 받아쓰기가 제일 싫은 ‘훈이’는 위인전에서 튀어 나온 세종 대왕의 조언대로 자신만의 공부법을 익혀 간다. 이제 훈이의 목표는 다음 시험에서 50점을 맞는 것인데…….
「심부름하는 날」: 심부름하는 날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한 ‘진이’를 위해 진이의 애착 토끼 인형이 나섰다. 하지만 긴장한 진이에게 토끼 인형은 방해만 될 뿐. 진이의 첫 심부름,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늘부터 1학년
고마워, 눈물!
느린 아이
받아쓰기왕
심부름하는 날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