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06

우리의 여름에게

최지은  에세이
출간일: 2024.06.07.
정가: 14,000원
분야: 문학, 에세이

“나의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내 마음을 지키며

나는 오늘도 사랑을 배운다”

 

유년을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

지금 가장 사랑받는 젊은 시인 최지은의 첫번째 에세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젊은 시인 최지은. 첫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창비 2021)로 단숨에 주목받는 젊은 시인으로 활약하며 독자에게 두루 사랑받아온 최지은이 첫번째 에세이 『우리의 여름에게』를 창비 에세이& 시리즈로 출간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생의 슬픔과 행복을 다정히 보듬는 특유의 필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번 에세이에서 작가는 자신의 유년기를 내밀한 고백의 목소리로 풀어놓으며 감동을 선사한다.

다 자라 언어를 가지게 된 어른이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던 어린이를 만난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쓰이게 될까? 『우리의 여름에게』에는 작가가 조손 가정의 어린이로 성장하는 동안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었던 할머니, 웃고 울게 했던 친구들, 언제나 긴 단어들을 덧붙여서만 말할 수 있는 존재인 아버지가 등장한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주고받았던 빛나는 마음을 지키면서 여전히 자신을 돌보는 귀한 사랑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이 이야기에는 마음껏 슬퍼하고 난 후 찾아오는 개운함, 아픔을 온전히 껴안기로 다짐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환희의 순간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여리고 섬세하지만 깊이 있는 문체로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통과하는 이 빛나는 에세이는 우리 저마다의 상처를 보듬으며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갈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하고,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상처의 시간을 깊이 위로할 것이다.

 

안녕, 나의 어린이

여기가 나의 기쁨이야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3부로 나아가며 한 사람이 과거로부터 이어진 삶을 통과하여 새로운 시작 앞에 서는 여정에 함께하게 만든다.

1부 ‘여름에 만난 아이’에서 작가는 자신 안의 어린이가 혼란하고 뜨거운 날들을 보내며 무엇을 느꼈고 어떤 사랑을 했는지를 복기한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할머니가 있다. 조손 가정의 어린이로 자란 작가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주었던 사랑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양분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언제나 ‘주는’ 쪽으로, 가난한 형편에도 가난하지 않은 마음을 물려주려 애쓰던 모습으로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손녀에게 먹일 오이지를 절이기 위해 눅눅한 여름 새벽 물을 끓이다가 화상을 입은 할머니, 열두살까지 품에 안아 머리를 감겨주던 할머니, 그렇게 “나의 몸, 나의 말, 때때로 나의 밤이 되어 내내 나와 함께할 사랑의 재료들”이 되어준 기억들. 마침내 “그러니까 나는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될 것”이라 말하며 풀어놓는 이야기는 마음의 온도를 올리고, 우리를 지탱해온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2부 ‘기쁘게 집으로 돌아오렴’에는 상실과 그 이후의 시간이 담겨 있다. 사랑과 기쁨이 있다면 상실과 아픔 또한 피할 수 없다. 작가는 할머니, 아버지와의 이별을 경험한다. 삶의 순간마다 안고 가야 할 무거움을 남긴 이 경험은 극복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작가는 온몸으로 아파하며 상실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시간의 곁에 아름다운 기억들을 덧대어보기로 다짐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너지고 부서진 조각들과 반짝이는 기억을 함께 모아둔, “내가 아니면 열릴 일이 없는 상자”를 열며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다시 살아내기로 다짐하는 작가의 용기는 은은한 빛이 되어 독자에게 스며든다.

3부 ‘나를 기다리는 이야기’는 한 꼭지의 제목처럼 ‘그러고도 혹여 네게 힘이 남아 있다면’에 대한 대답이다. “내가 아는 나의 어린이”로부터 고개를 들면 지금의 나를 지키는 존재들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과 두마리의 개, 시 쓰는 날들을 응원하는 다정한 동료들은 다시 한번 용기 내어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다. 그렇게 작가는 결핍을 껴안고 충만함 쪽으로 나아간다. 불안과 상처가 얽혀 있는 그물을 통해서도 건져 올릴 수 있는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은 타자를 향해 뻗어갈 때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럴 때 우리의 사랑은 조금 더 나아”간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목소리는 어떤 화려한 수식어를 붙인 문장보다도 단단하게 삶을 보호한다.

 

매일매일 조금 더 환한 쪽으로

 

작가는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을 꺼내어놓는 순간의 힘을 믿는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쁨과 슬픔이 얼룩진 시간 속으로 먼저 들어가 어려운 고백의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그 고백을 마주하는 우리에게는 “당신의 여름 과일은 무엇인가요?” 물으며 느리고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몸은 얼고 숨은 가빠지고 온몸이 깨질 것 같은 두려움”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두려움이 지나간 자리에 기쁨의 기억을 덧대어보는 이 아름다운 시도는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삶의 한복판을 향해 한발자국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해줄 것이다. “내가 또다른 누군가를 아프게 할까봐. 이파리 하나라도 상하게 만들까봐. 나는 얌전히 조심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진심은 조금 더 다정한 마음으로 오래전 감춰두었던 말들을 털어놓아도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 우리의 여름 한복판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는 설렘으로, 이제 이 기분 좋은 흔들림을 마주할 시간이다.

목차

1부 여름에 만난 아이

자랑 같지만,

그럴 때 우리의 사랑은 조금 더 나아가고요

지침 없이 날아, 휘휘 날아

고양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평화를 주고 싶어서

그리될 거라는 믿음

햇빛 냄새

 

2부 기쁘게 집으로 돌아오렴

나의 손으로

단장

그때 생일 추카해요

나는 얌전히

르트루바유

당신의 여름 과일이 궁금합니다

 

3부 나를 기다리는 이야기

오틸라, 제가 이룬 것을 보세요

그러고도 혹여 네게 힘이 남아 있다면

세계를 구하고 마음을 지키는 이야기

계수나무 숲

옛날 옛날에

한번 안아줄게

아주 작은 이야기

 

작가의 말

이건 반칙 아닌가. 최지은의 에세이를 읽다가 질투심이 솟았다. ‘자랑 같지만,’이라며 운을 떼는 첫 글을 읽고 눈물 그득 사랑의 마음이 충만해진 것으로 시작해 『우리의 여름에게』가 여상하게 부려놓는 비밀들에 중독되는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삶에서 있었다가 없게 된 사람들, 순간들에 대하여 이 책이 말을 전할 때마다 가서 손을 잡고 싶었다. ‘최지은 시인님, 제가 시인님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 산문도 좋아하게 되어버려서요’ 하고 고백하고 싶었다. 여기에는 시간이 지나도 허물어질 줄 모르는 온전한 슬픔과, 때 이르게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한참을 가라앉고 있을 뿐이었던 어린이가 있다. 누구든 정말, 완전히, 진짜 나를 떠나버린 세계를 기억해내게 되리라. 『우리의 여름에게』는 축복처럼 저주처럼, 마음에 달라붙을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이다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