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우울이 찾아왔다

차열음  지음
출간일: 2024.03.27.
정가: 13,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사랑받고 싶어 먹지 않고

살고 싶어 상처를 냈던

지난날들에 대한 기록

 

무너지지 않고 이어 온, 그저 삶에 관한 이야기

 

  청소년기 겪었던 우울증과 섭식장애에 대해 고백하는 차열음 에세이 『열네 살 우울이 찾아왔다』가 출간되었다. “열네 살에 우울증과 거식증 진단을 받았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중학생 시절 저자가 성적에 대한 압박, 가족 안에서의 상처, 주변의 가혹한 외모 평가와 또래의 따돌림 등을 겪으며 ‘먹지 않기’를 선택하게 된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청소년기 저자가 경험한 ‘거식’은 단순히 마른 몸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마음의 불안을 통제하기 위한 절박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거식을 통한 통제의 열망이 높아질수록 몸은 쇠약해지며 마음의 불안은 더욱 거세어졌고, 그는 생사의 갈림길까지 내몰려야 했다.

  프로아나, 씹뱉, 먹토, 식욕억제제 처방……. 거식증은 마치 하나의 문화처럼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 최근 거식과 폭식을 포함한 섭식장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노인 질환과 식욕 부진의 영향을 받는 70대 이상을 제외하면 거식증 환자의 연령대는 1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46면). 이처럼 청소년기 섭식장애는 이미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충분히 조명하거나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일들을 솔직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놓으며, 그동안 말해지지 않았던 청소년기의 섭식장애와 우울증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식증을 촉발한 일상의 사건들에서 시작해 투병 과정, 정신과에서 받은 치료와 상담, 가족의 노력과 변화 등 생생한 경험담은 김현아 의사의 추천 글처럼 처참한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에게 그 시절을 견뎌 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최은영 (소설가)

 

저자는 거식증이 단순히 외모에 대한 집착에서 기인하기보다 스스로를 오롯이 사랑할 수 없는 고통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 준다.

김현아 (의사,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저자)

 

58kg, 52kg, 48kg, 42kg……

얼마나 살을 빼야 사랑받을 수 있을까?

 

  바쁘고 똑똑한 부모님에게 인정받으려면, 나랑 사귀는 걸 비밀로 하는 남자 친구의 마음을 돌리려면, TV 속 연예인처럼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면, 우선 살부터 빼야 하지 않을까? 그저 평범하게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 청소년기의 저자가 거식증으로 한 발 한 발 이끌리게 되었던 과정은 독자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서 외모 관리는 ‘자기 관리’의 일환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여겨지고, 몸은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의 시선과 반응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며 자아를 형성하는 청소년기에는 사회적으로 획일화된 기준이나 통념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쉽다.

 

‘인정받고 싶어. 예뻐지면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예뻐지면 공부를 좀 못해도 괜찮을 거야……. 그러려면 살부터 빼야 하지 않을까?’ ―본문 30면

 

  섭식장애를 둘러싼 사회적인 맥락과 동시에, 저자는 섭식장애가 자신의 개인적인 상처와 자존감과 어떻게 얽혀서 자라났는지를 세밀하게 복기한다. 가족과도, 친구와도 온전히 터놓고 나누지 못했던 일상의 압박과 아픔은 병으로 깊어져 몸과 마음을 서서히 무너뜨렸다. 그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을 저자는 시간이 흐른 지금 아직 늦지 않았다는 듯 용기 내어 들여다본다. 외로이 분투하던 열네 살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어딘가에서 그때의 자신처럼 아파하고 있을 또 다른 이들을 위해 찬찬히 말을 건넨다.

 

투병의 시간을 겪으며 돌아본 열네 살의 마음

다시 살게 하는 용기에 대하여

 

어느 날 찾아온 우울증과 거식증은 나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늘 주변의 반응에 신경 쓰며 뭐든 잘하고 싶었던 나는 투병의 시간을 통해 이러한 욕구가 나를 위한 마음이 아님을 깨달았다. ―본문 141면

 

  학교에서 받은 따돌림, 도망치듯 떠난 가출, 자살에 대한 생각,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한 자해 등 섭식장애와 얽힌 청소년기 저자의 방황이 독자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 책은 청소년 사이에서 흔한 일이 되었지만 제삼자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자해’와 같은 일들에 다가서는 좋은 창구가 되어 준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었음에도 열네 살의 저자가 20대를 맞이하기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회복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저자가 바래고 해진 과거의 기억을 꺼내 놓으며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은, 존재의 부족함과 열등함에 맞서 싸워 온 내밀한 시간이다. 그는 자신을 한없이 움츠러들게 했던 사회적 압박과 마음의 병을 완벽하게 벗어 던지지는 못했지만, 스스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한층 강해지고 의연해졌으며 무엇보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우울을 일거에 극복하거나 떨쳐 낼 수는 없지만 다만 조금씩 나아지면 된다는 희망이 따스하게 전해진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청소년기의 우울과 섭식장애에 대하여

 

  청소년기 우울과 섭식장애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 차열음은 10대 시기에 경험한 우울과 방황을 돌아보려는 이들과 지금 이 순간 그 고통을 앓고 있는 청소년 당사자 및 가족들이 함께 읽기를 바라며 이 책을 집필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를 최소화한 것도 그에 따른 일이다. 백초윤 일러스트레이터의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은 차열음의 글과 어우러져 한층 깊이 있게 마음을 울린다.

  본문 곳곳의 ‘생각 잇기’에는 저자가 병을 겪으며 깨닫고 또 공부했던 내용을 담았다. 병에 대해 아는 것은 병에 맞서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저자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인지적 편향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얻었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인간 욕망의 단계, 인지 행동 치료 등 여러 정보들과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주변인을 대하는 태도 등 저자가 고민한 내용들이 ‘생각 잇기’에서 펼쳐진다.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소중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목차

1부 사랑받는 딸이 되고 싶었다   007

2부 그 새벽, 주방에서 춤을   037

3부 살고 싶어 상처를 냈다   075

4부 여전히, 삶에 관한 이야기   119

추천의 글   154

작가의 말   160

거울이 나를 삼킨 시절이 있었다. 나를 향한 다른 이들의 시선과 평가로만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던 시절이. 그때 거울에서 보이던 나를 나는 얼마나 미워했던가. 지우고 싶고 벌주고 싶던 그때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에게 그 시절을 견뎌 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열네 살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내가 나인 것은 수치스러운 일도 나쁜 일도 아니라고, 그건 그저 존중받아야 할 고유함이라고. 그리고 모두가 지닌 그 고유함은 특별함보다도 더 멋진 것이라고. 흔들리며 나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왔으나 그때의 자신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최은영(소설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핍진하게 묘사하며 거식증이 단순히 외모에 대한 집착에서 기인하기보다 스스로를 오롯이 사랑할 수 없는 고통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 준다. 폭풍우와 같았던 이 기록들이 처참한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 김현아(의사,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저자)

저자의 말

어느 날 찾아온 당신의 우울은 결코 존재의 부족함과 열등함 때문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 아니니까요. 다만 그 우울을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곱씹고 터뜨려 마주하시길 바랍니다. 이겨 낸다는 건 끊임없이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발판 삼아 꾸역꾸역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당신의 눈물진 하루가 언젠가는 다듬어지고 도닥여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