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그림과 분명한 주제 의식으로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여 온 남윤잎 작가의 새 그림책 『출발! 자동차 여행』이 출간되었다. 도심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쫓아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를 하늘, 바다, 우주 등 끝없는 곳으로 데려간다. 미스터리한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와 독특하고 긴장감 있는 화면 연출로 여행에서 느끼는 각양각색의 감정을 전하면서도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달릴 준비, 됐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 『출발! 자동차 여행』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상상력이 빛나는 그림책 『출발! 자동차 여행』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그림책의 물성을 활용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게 하고(『버스』 2018), 따로 또 같이 걷는 곰의 여정으로부터 내일을 향한 긍정을 잔잔하게 전하며(『곰곰 걷다』 2022) 주목받아 온 그림책 작가 남윤잎의 신작이다.
『출발! 자동차 여행』은 자동차를 타고 도심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떠나는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들은 스릴 있고 즐겁다.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화면 연출과 고정관념을 뒤엎는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반복하여 읽을 때마다 눈앞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우리가 마음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상상, 그 이상의 자동차 여행
화려한 도시 야경을 뒤로하고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독자에게 다가오는 자동차가 그려진 표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떠나요 여행사’ ‘빠르다 방송국’ ‘훌훌 상담소’ 등 간판이 즐비한 도심지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 중 하나에 『출발! 자동차 여행』의 주인공들이 타고 있다. 자동차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하늘 높이 달리고, 바다 깊숙이 헤엄치고, 우주까지 날아오른다! 어느 조용한 숲속에 도착했을 때, 멈출 줄 모르던 자동차가 비로소 속도를 늦추는데……. 과연 이 여행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초록빛 자동차를 탄 두 주인공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위기를 헤치고 여행을 즐기면서 끝까지 나아간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동차 여행을 그린 『출발! 자동차 여행』은 여행에서 느끼는 설렘, 자유로움, 즐거움은 물론 낯선 곳에서 느끼는 긴장감, 두려움을 폭넓게 담아내었다. 독자들은 달리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탄 것처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여행을 함께하게 된다. 큼직하고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은 자유자재로 바뀌는데, 저마다 바라는 여행의 풍경을 마음껏 상상하면서 책을 감상해 보아도 좋겠다.
안에서 밖으로,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으로
시야를 넓히는 놀라운 그림책
머나먼 여정을 지나 한적한 숲속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자동차를 타고 달려 온 두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진다. 목적지는 어디였으며 그들은 누구였을까? 주인공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결말에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독자의 상상에 따라 마지막 그림의 시점은 자동차 여행보다 과거일 수도, 미래일 수도, 혹은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 독자에 따라 아름답고 신나는 여행 이야기로도, 현실을 비판하는 서늘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출발! 자동차 여행』은 독특한 화면 연출과 잘 짜인 반전으로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깨트리며 진정한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해석의 폭이 넓어 결코 한 번만 읽을 수 없는 그림책이다. 여러 번 읽을수록 작가가 섬세하게 그려 낸 모든 장면의 디테일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 작품 줄거리
“우리, 밖으로 나가자.” 자동차는 기차만큼 빨리, 비행기만큼 높이 달려요. 멈출 줄 모르는 자동차 여행의 끝은 어디일까요?
● 교과연계
1-2 국어 ㉯ 10.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요
2-1 국어 ㉯ 상상의 날개를 펴요
2-2 국어 ㉮ 4.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 박지웅 「택시」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수록작)
『출발! 자동차 여행』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책입니다. 하늘, 바다, 우주 끝까지 달리지만 기나긴 여행 끝에 결국 제일 닿고 싶은 곳. 여행을 떠나는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그 간절한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신나고 즐거운 여행인 척, 뻔하고 행복한 결말인 척하는 이 그림책은 담담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비판하거나 논쟁을 벌이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책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책을 넘기며 생각해 온 상상들이 뒤집히는 그 순간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의 고정관념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입장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요? 우리에게 당연한 것은 없을지 몰라요.
- 아직 그대로일까?
- 그럼,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진짜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