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른 전쟁을 목격하는 최근, 국내의 상황 또한 상식을 넘는 수준의 거짓말과 책임회피가 범람하며 사회 전반에서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인류가 지향해온 평화와 공존이라는 가치가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에 무력감이 드는 이때, 본지 편집위원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냉소와 절망에서 벗어나 서로의 얼굴에 다시금 촛불의 꿈을 비추고 “기득권 세력이 훼손한 것들을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지는(「책머리에」) 태도를 통해 지금 느끼는 분노와 당황을 새로운 정동으로 바꾸어내자고 역설한다.
『창작과비평』 2023년 겨울호 특집은 ‘삶을 돌보는 사회를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팬데믹을 거치며 팽창한 돌봄담론을 점검하고 체제전환에 유의미한 지점을 재구성한다. 팬데믹 못지않게 사회적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 더욱 긴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대화에서는 새 정부 출범 1년을 되돌아보며 한국이 맞닥뜨린 정치‧경제‧외교적 위기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짚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했으며, 후꾸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룬 지난호 대화의 일본 현지 반응을 현장란에 담았다. 개벽사상의 사상적 깊이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논단의 글들이 혐오와 대립을 극복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한편, 등단 30주년을 맞은 김소연 시인의 작가조명 인터뷰와 전북 부안을 다룬 ‘내가 사는 곳’ 연재, 창작란의 신작들도 풍성한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책머리에
다시 우리의 얼굴을 촛불로 밝히고 / 송종원
특집_삶을 돌보는 사회를 위하여
백지연 / 돌봄의 시민성과 문학의 공동영역
박소란 / 돌보는 사이
조혜영 / 존재의 염려와 산만한 돌봄의 제스처
시
고형렬 / 나의 공룡능선 외
김명기 / 작약 꽃잎 떼어내는 밤 외
김민지 / 염소가 열리는 나무 외
박일환 / 박제가 된 파리 외
박지일 / 물보라 외
전수오 / 아톰에게 외
전욱진 / 피부와 마음 외
정끝별 / 세상 가장 작은 뼈에게 외
채인숙 / 자와어를 쓰는 저녁 외
하재연 / 종의 기원 외
허유미 / 소라 통조림 공장 외
황인찬 / 어깨에 기대어 잠든 이의 머리를 밀어내지 못함 외
소설
권여선 / 안반
오선영 / 안평
정지돈 /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정찬 / 왼쪽 눈
김금희 / 대온실 수리 보고서(장편연재 3)
대화
서복경 양경수 이남주 이태호 / 위기의 한국, 전환의 과제
논단
이정배 / 기독교의 개벽적 전회
김종대 / 캠프 데이비드 이후의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북아 평화
작가조명
김소연 시집 『촉진하는 밤』
장이지 / 포물선, 끝을 지나치는 사랑의 운동
문학평론
이지은 / 감염병의 사회적 형식과 돌봄의 탈가족주의
산문
유수정 / 부안, 시골 살 결심
현장
사끼하마 사나 / 오끼나와, 토오꾜오 그리고 후꾸시마
문학초점
신용목 / 다만 ‘나’의 이야기로 말해질 때
하혁진 / 일상의 감수성을 재조정하는 소설들
한영인 / 비평적 대화를 수행하는 섬세한 독해의 힘
촌평
오연경 / 황규관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신철규 /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조문영 / 김진희 외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이관후 / 최태현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조은애 / 김종철 『야만의 시간』
류진희 / 김수지 『혁명과 일상』
김선철 / 레이나 립시츠 『미국이 불타오른다』
한건수 / 하워드 W. 프렌치 『본 인 블랙니스』
이정진 / 테주 콜 『오픈 시티』
제38회 만해문학상 발표
제25회 백석문학상 발표
창비의 새책
독자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