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121

네가 있는 요일

박소영  장편소설
출간일: 2023.09.08.
정가: 15,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를 다시 알아볼 수 있을까?”

『스노볼』 작가 박소영이 펼쳐 보이는

사랑을 되찾는 미래, 우리가 가려는 세상

 

첫 작품 『스노볼』이 미국·프랑스·이탈리아 등 6개국에 번역 수출되고 영상화가 결정되며 새로운 문학의 얼굴로 주목받고 있는 박소영의 두 번째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창비청소년문학 121)이 출간되었다. 『네가 있는 요일』은 일곱 사람이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미래, 사랑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현울림’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정해진 요일에만 현실의 육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몰입도를 높이는 가운데, 활달하고 도전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좌충우돌의 모험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자신의 신체로 살아갈 수 있는지 여부가 계급에 의해 결정되는 냉엄한 세계관 속에서 나를 ‘나답게’ 하는 인간의 조건과 자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장벽과 한계를 뛰어넘어 거침없이 세상 속으로 돌진하는 현울림을 따라가다 보면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잔혹한 사회에서도 결국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과 용기가 뭉클하게 와닿는다.

 

 

일곱 사람이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는 미래

정교하게 조각된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

 

『네가 있는 요일』은 환경 파괴와 식량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미래를 그린다. 인간 7부제에 따라 사람들은 하나의 신체를 하루씩 요일별로 돌아가며 사용하고, 나머지 엿새 동안은 가상 현실 공간 ‘낙원’에서 생활한다. 같은 몸을 공유하는 ‘보디메이트’는 되도록 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 지정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철천지원수 사이인 주인공 현울림과 강지나의 경우다.

화요일에 신체를 사용하는 ‘화인’ 강지나는 ‘수인’ 현울림에게 매번 곤란한 상황에서 몸을 넘긴다. 울림은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이거나, 빗물로 젖은 길바닥 같은 곳에서 눈을 뜨기 일쑤다. 울림에게 끼치는 이 같은 피해를 얼렁뚱땅 돈으로 해결하곤 했던 강지나는 울림의 생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쪽지를 남긴다. 울림은 의문을 품는다. “내 생일을 왜 챙겨. 우리가 그럴 사이냐고.”(본문 25면)

그렇게 맞은 스물두 번째 생일날, 울림이 강지나로부터 몸을 넘겨받아 눈을 뜬 곳은 또다시 낯선 곳이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보이는 것은 다이빙 슈트를 입은 사람들. 야간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요트에서 깨어난 울림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바다에 빠지게 된다.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허우적거리던 울림은 죽어 가는 몸에서 긴급히 빠져나온다. 그러나 끝내 가상 현실 ‘낙원’에서 사망 통보를 받는다.

 

“현울림 님께서는 긴급 브링 오일을 사용해 공유 신체에서 혼만 빠져나왔으며, 낙원 시스템으로 돌아온 지 50시간이 지났습니다. 현울림 님의 사망 소식은 여섯 명의 다른 보디메이트에게 공지되었으며, 그분들에게는 곧 새로운 신체가 배정될 예정입니다.”

“내가…… 죽었다고?” (본문 73면)

 

일곱 사람이 하나의 몸을 공유한다는 상상은 언뜻 낯설게 느껴지지만, 치밀하게 설계된 미래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소설 속 세계에 공감하며 빠져들게 된다. 특히 ‘환경 부담금’을 낼 재력이 있는 사람만이 온전한 신체를 가질 수 있다는 설정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서늘하게 짚는다. 뇌에 저장된 기억 데이터만 있으면 몸을 바꿀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리 육체의 물성과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소설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생하고 다채로운 질문을 던지며 흥미진진한 전개와 반전을 거듭한다.

 

 

“네가 거기 있으니까.

네가 있는 요일에 나도 매일 있고 싶으니까.”

한계를 뛰어넘은 사랑으로 내달리는 이야기

 

공유 신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현실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울림은 강지나가 자신을 죽였다고 항변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울림은 진실을 밝히고자 기약 없는 모험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5년 전 실종된 친구 이룬을 만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룬의 몸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울림은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육체를 되찾으려는 울림의 모험에는 여러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울림은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 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어려움을 이겨 낸다. 강지나의 삐뚤어진 사랑과 대비되는 울림의 사랑은 인간 7부제 속에서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울림은 사랑의 가능성을 믿으며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 억압에 맞서 주체적으로 몸을 던지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울림의 모습은 시원한 쾌감을 선사한다. 요일의 장벽을 초월해 ‘네가 있는 요일’에 가닿으려는 울림의 단단한 용기와 믿음이 미덥다.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와 나는 틀림없이 서로를 알아보고 어김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거야. (본문 398면)

 

 

“그의 세계에서 길을 잃을 준비를 해 두길 바란다.”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의 탄생

 

박소영은 국내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은 물론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신예 작가다. 특히 CJ ENM 영상화가 전격 결정된 『스노볼』은 내년 초 번역판 출간을 앞둔 미국에서도 “「헝거 게임」과 「오징어 게임」이 만난 디스토피아 스릴러”(엔터테인먼트 위클리)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험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서사와 장르적 쾌감이 돋보이는 『네가 있는 요일』 또한 출간 전부터 사전 서평단 독자와 제작사, 해외 출판사의 관심을 받았다. “그의 세계에서 길 잃을 준비를 해 두길 바란다. 상상하지 못한 반전이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라는 크리스타 머리노(『메이즈 러너』 편집자)의 추천사처럼, 박소영이 그리는 한계 없는 상상력의 세계에 흠뻑 빠져 볼 시간이다.

목차

프롤로그: 어느 수요일 밤

1

2

3

에필로그

작가의 말

우리는 무너지는 기후 속에서 얼마만큼 처절해질까. 우리가 지구를 바꾼 대가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1인 1몸’이라는 절대 불변의 규칙까지도 무너뜨리면서. 『네가 있는 요일』은 ‘환경 부담금’을 내지 못하면 하나의 몸에 일곱 명의 사람이 공생하며 하루의 요일만 살아갈 수 있는 처참한 미래를 그린다. 내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할 수 없는 이 기이한 미래, ‘온전한 나’가 되기 위해 다른 이의 권리를 무너뜨려야만 하는 시대는 지금 여기의 현실과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시대를 ‘너와 나’로 견디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맞이할 어떠한 시대도 함께 견딜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금 품는다. 천선란(소설가)
우리의 몸은 언제까지 우리만의 것일 수 있을까?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며 시작하는 이 소설의 대담함에 놀랐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한 세계관을 무사히 납득시키기 위한 디테일이 대단하다. 가장 멋진 건 이 세계가 정교하게 조각된 만큼 그 안의 인물들 역시 저마다의 이야기로 생동한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의 ‘몸’을 되찾기 위해 내달리는 주인공을 뒤쫓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한계를 뛰어넘은 사랑의 모습에 도달한다. 주인공은 말한다. 때로는 허무하고 때로는 부조리한 비극으로 가득한 세계이지만 절망은 과정일 뿐 결말이 아니라고. 이 낯설고도 정교하게 조각된 세계의 생생한 추적극을 꼭 따라가 보길 바란다. 조예은(소설가)
세계 문학계의 새로운 발견 박소영은 놀라운 통찰력과 예지력을 보여 주는 이야기꾼이다. 그의 세계에서 길 잃을 준비를 해 두길 바란다. 상상하지 못한 반전이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 크리스타 머리노(『메이즈 러너』, 『스노볼』 영문판 편집자)
일곱 명의 사람이 하나의 몸을 요일별로 하루씩 공유하고, 뇌에 남겨 둔 기억의 데이터로 가상 현실에 머무르는 세상이라니! 『스노볼』에 이어 이번에도 박소영 작가는 한계를 초월한 상상으로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미래’를 만들어 냈다. 치밀하게 설계해 놓은 미래의 풍경은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뜨린다. 그리고 어느새 억울한 죽음에 맞서 자신을 지켜 내고자 돌진하는 현울림의 모험에 동참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몸을 뺏기고 기억을 잃을지도 모를 잔혹한 미래일지언정 세상을 지탱하는 건 자본도 권력도 아닌 오직 사랑이라고 말하는 울림. 단단한 믿음과 용기로 그 사랑을 지켜 낸 울림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계의 미래를 그녀에게 온전히 맡기고 그녀의 요일에 함께 살고 싶어진다. 이유진(CJ ENM IP소싱팀)
일곱 명이 하나의 신체를 요일별로 공유하는 ‘인간 7부제’라니.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냐며 책의 첫 장과 눈씨름을 한 것이 무색하게, 소설의 설정에 설득당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가 있는 요일』은 냉엄한 현실 인식과 경계 없는 상상력의 끈끈한 결합을 바탕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게끔 만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시각적이다. 가상 현실 ‘낙원’과 무국적자들이 살아가는 ‘여울시’ 등 소설 속 무대를 구체적으로 그려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물론, 몸과 혼의 분리가 가능해 주인공이 여러 번 몸을 바꾸는 설정도 시각적 재미를 보장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그러니 이 작품을 소설로만 읽기에는 영 아쉽다. 이미 영상화가 진행 중인 작가의 전작 『스노볼』처럼 『네가 있는 요일』 역시 언젠가 영상으로도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할리우드도 탐낼 이야기다. 이주현(『씨네21』 편집장)

저자의 말

각 요일 사이에 장벽이 생긴 세상에서 강제로 로미오와 줄리엣 신세가 되어 버린 연인에 대한 상상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그 스토리라인은 새로운 이야기로 대체되었지만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굳건히 살아남았다. 그때 편집자님에게 보낸 이메일을 다시 보니 “로맨스에는 소질이 없지만 사람 사이의 다양한 사랑 얘기를 곁들여 보고자 합니다.”라고 호기롭게 썼었는데, 다행히 그렇게 되어 신기하다. 로맨스라는 장르를 앞세울 수 있는 책은 아니겠지만, 이 소설은 여전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