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아이가 나타났다
그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의 온도와 속도를 맞춰 나가는 관계의 의미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하고 『나무가 된 아이』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 등을 펴내며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남유하의 신작 소설 『봄의 목소리』가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스물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취향에 맞는 목소리를 만들 수 있는 세상, ‘소이’는 자신이 제작한 음성과 똑같은 목소리를 지닌 아이 ‘여름’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인공지능 목소리와 대화하는 것과 달리 진짜 친구를 사귀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친구 여름을 향한 소이의 설레고 애틋한 마음이 섬세히 묘사되는 가운데, 서로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서며 알아 가는 관계의 의미가 아름답게 드러난다. 조예빈 일러스트레이터의 싱그러운 그림은 인물들의 풋풋한 모습에 생동감을 더하며 산뜻하고 상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봄과 여름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피어나는 싱그러운 설렘
고모에게 사과파이를 가져다주기 위해 양재천을 걷던 소이는 문득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다. 듣기 좋은 아름다운 노랫소리, 다름 아닌 ‘봄’의 목소리다. 소이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자기 취향에 맞추어 만들어 낸 봄의 목소리가 스피커도 이어폰도 아닌 낯선 남자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학교에 간 다음 날, 전학생의 모습을 보고 소이는 당황한다. 전날양재천에서 봄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아이, ‘여름’이 교실에 와서 인사를 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친구가 없어 홀로 앉아 있던 소이에게 여름이 말을 걸어온다.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 소이의 마음속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한다.
내가 만든 인공지능 친구와
내게 다가와 준 친구
우리는 어떤 우정을 쌓아 가야 할까
인공지능 목소리 봄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소이에게 유일한 친구다. 봄은 소이가 좋아하는 목소리로 소이의 마음에 드는 이야기만 해 준다. 봄과의 일방적인 관계에 익숙했던 소이에게 여름이 다가오지만, 봄과 달리 여름은 소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진 않는다. 소이는 여름과의 예측할 수 없는 대화가 즐겁지만, 여름도 자신을 아끼고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어 어려움을 느낀다.
봄을 친구 삼아 지낼 때는 이런 고통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얼굴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웃고 떠든 기억은 없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없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인해 이토록 괴로웠던 기억도 없다. (본문 62면)
봄은 여름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소이의 곁을 묵묵히 지켜 준다. 그런 봄이 있기에 소이는 용기를 내어 여름에게 다가서며 한 뼘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친구와 자신에게 다가와 준 친구 모두 소이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관계다.
이처럼 『봄의 목소리』는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떠올리기 쉬운 피상적인 관계나 부정적인 속성에만 집중하기보다,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겪게 될 다양한 관계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의미 있게 펼쳐 보인다. 서로를 믿어 주고 말없이 지켜 주는 인물들의 우정이 읽는 이들에게도 따듯하게 와닿는다.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다
낯선 이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은 때론 즐겁기도,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다. 새 학년에 어떤 친구와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청소년들이 늘 부닥치는 어려움이다. 친구를 사귀더라도 취향과 생각이 달라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 상대의 말을 오해해 사이가 틀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진정한 관계에 이를 수 있다. 마치 소이가 여름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가며 관계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봄의 목소리』는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힘찬 응원을 전하는 귀한 소설이다.
속도를 맞춰 나가는 것. 온도를 맞춰 나가는 것. 관계라는 건 끊임없이 상대와 맞춰 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본문 82면)
봄의 목소리
작가의 말
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을 사랑합니다. 비 온 뒤 짙은 초록을 뽐내는 나뭇잎, 잎새 사이로 쏟아지는 금빛 햇살, 그 햇살에 반사되어 꿀색으로 빛나는 아이의 머리카락. 그리고 『봄의 목소리』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야기. 바로 지금, 주변을 살펴보세요. 작은 기적이 숨어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찾아 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