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 짜! 짜!

김현서  동시집  ,  김슬기  그림
출간일: 2023.08.11.
정가: 12,0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현실을 비트는 발랄한 감각으로

새롭게 마주하는 동시의 세계

 

개성 있는 시적 발상과 언어를 구사하며 감각적인 시 세계를 펼쳐 온 김현서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짜! 짜! 짜!』가 출간되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고 발랄한 동시를 쓰겠다고 밝힌 시인의 다짐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는 매력적인 작품이 넉넉히 담겼다. 현실을 비트는 발랄한 감각으로 쓰인 시들이 유쾌한 상상의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하여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풍경과 사물을 뒤집어 보게 한다.

 

꿈꾸는 섬을 봤다/지도엔 없지만 나는 봤다//돌고래 할아버지는/어렸을 때 본 적이 있지만/지금은 없어졌다고 했고//가마우지는 헛소리 말라며/코웃음을 쳤지만//이제 막 알에서 나온 거북은/쪼르르 바닷물로 뛰어들며/소리쳤다//따개비야/빨리 오지 않고 뭐 해?_「섬」 전문

 

시인은 지도엔 없지만, 동시의 세계에는 있는 ‘꿈꾸는 섬’으로 독자를 초대하며 동시집의 문을 상쾌하게 열어젖힌다.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아기 거북을 따라 그 문을 열면 바다와 태양과 파도를 노래하는 메아리와(「메아리」) “메아리가 들려준 시를 줄줄 외우고 다니는” 이상한 개구리 ‘초록이’와(「저런 개구리는 처음 봐!」) 빗방울 작가님이 쓴 시를 읽는 고양이, 강아지, 오리가 기다리고 있다(「독자의 말」). 하나같이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화자들은 독자에게 상상의 시공간과 현실을 경계 없이 드나들 수 있게 하는 눈을 선물한다. 새로운 감각으로 보는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꿈꾸는 섬’에 발을 들인 독자는 동시 읽는 경험을 통해 넓어지는 사색의 영역을 마음껏 누빌 수 있다.

 

모두가 입을 갖는 또 하나의 세계

그 속에서 연결되는 인간과 비인간

‘꿈꾸는 섬’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첫 동시집 『수탉 몬다의 여행』(문학동네 2019)에서 하늘을 나는 방법을 찾아 모험을 떠난 몬다는 『짜! 짜! 짜!』에서 옆집 암탉, 효림이, 치타 할아버지 등 다양한 인물과 관계 맺으며 시인이 그린 동시 세계의 한 축이 된다.

 

밤비가/긴 손가락을 더듬거리며/점자책을 만들어요//바람에 휘청/놓친 글자가 생기면 어쩌나/멈칫 놀라기도 하고//연못 위에/나타났다 사라지는/오톨도톨한 글자들/하나도 빠트리지 않겠다는 듯//밤새워 글자를 새기며/깊은 생각에 잠겨요_「점자책」 전문

 

이 세계에서는 몬다처럼 엉뚱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등장인물뿐 아니라 메아리, 더위, 연못, 밤비 등 비생물도 입을 갖는다. 김현서 시인은 어린이 인간과 동식물을 포함한 비인간 대상을 찾아 부지런히 관계 맺는다(김재복 해설 「감언과 고언으로 엮은 동시의 웃음」). 밤비가 긴 손가락을 더듬거리며 골똘히 새긴 점자책에는 ‘꿈꾸는 섬’을 여행하는 현실 세계 독자의 작은 목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시인은 이렇듯 “물질과 비물질 타자가 함께하는 계기를 발명”함으로써 독자와 동시 세계를 잇는다.

 

김현서 동시에는 입을 갖지 못한 사물이 없다. 입은 사물의 말과 생각이 발원하는 곳으로서, 그 입을 통해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지곤 한다. 그런 동시적 사물의 세계는 언제나 아름답고, 그곳에서 동시만이 갖는 생명력이 피어난다._해설 「감언과 고언으로 엮은 동시의 웃음」 부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꾸는 섬’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게 하다

‘꿈꾸는 섬’에서는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빗방울 작가님이 괴발개발 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고양이, 인상적이라며 맞장구치는 강아지, 시시하다며 “꽥꽥 푸다닥푸다닥”거리는 오리처럼 같은 것을 보고도 각기 다른 자기만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독자의 말」). 마음 놓고 자신의 ‘이상함’을 한껏 뽐내며 남들과 다르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 “쿠에퀘퀘퀘” 괴성을 질러도 된다(「저런 개구리는 처음 봐!」). 타조, 김밥, 등불이 될 수 있는 해바라기처럼 자신을 단일한 존재로 확정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지의 존재가 될 수도 있다(「해바라기」).

모두의 발언이 가치를 갖는 와글와글한 세계의 이면에 공원의 의자, 하천에 떨어진 과자 봉지, 너무나 작은 개미의 마음이 궁금해서 가만히 걸으며 보고 듣고 사색하는 시인이 있다. 시인이 산책의 끝에 다다라 빚어낸 동시 세계에서 독자들이 세상을 좀 더 궁금해하고,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에 빠져 보길, 그리고 그 생각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