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씩씩한 발걸음!
외로운 어린이 곁을 환하게 비추는 동화집
자신의 힘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한 뼘 더 성장하는 어린이를 그려 온 김우주 작가의 신작 동화집 『오늘의 분실물』이 출간되었다. 소중한 것을 잃고 슬픔에 빠진 어린이가 가족, 친구 등 주변의 도움으로 내면의 힘을 되찾는 이야기 일곱 편을 엮었다. 묵직한 서사와 섬세한 필치가 평범한 일상에 숨은 성장의 순간을 깨닫게 하며 깊은 감동을 남긴다.
잃어버려도 괜찮다는 뭉클한 위로
상실 이후 성장의 순간을 그려 낸 동화집
오늘의 어린이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동화로 주목받는 작가 김우주가 두 번째 동화집 『오늘의 분실물』로 독자들을 만난다. 이번 동화집은 소중한 것을 잃고 슬픔에 빠진 어린이가 가족, 친구 등 주변의 도움으로 내면의 힘을 되찾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아끼는 운동화를 뺏겨 힘들어하던 어린이는 매사 티격태격하는 여동생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용기를 되찾고(「오늘의 분실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세 소년은 학교 운동장 한 켠에서 작은 장례식을 치르며 타인과 슬픔을 나누는 법을 배우고(「불편한 운동장」), 죽은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던 형은 동생에게 가족의 이야기를 전해 줄 인형을 선물하며 죄책감의 무게를 덜어 낸다(「굿바이 산타」). 작가는 상실의 고통을 겪는 어린이 주인공들을 가볍게 다독이며 섣불리 위로하려 드는 대신, 독자로 하여금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으며 다만 아픔을 함께 견딜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오늘의 분실물』은 우리가 매일 잃어버리고 놓치는 것, 그리고 되찾은 분실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잃어버리는 건 괜찮습니다. 다시 찾으면 되니까요. 내 품으로 돌아왔을 때, 그걸 더 소중하게 여기면 됩니다._「작가의 말」 중에서
차가운 현실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
어린이의 기쁨과 슬픔을 두루 돌아보는 동화집
첫 동화집 『지금은 여행 중』(창비 2020)을 비롯해 김우주 작가는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줄곧 소외되고 외로운 어린이를 보듬는 동화를 발표해 왔다. 『오늘의 분실물』에도 무책임한 어른들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어린이 곁을 든든히 지키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이 수록되었다. 「빛나를 소개합니다」의 주인공 ‘미래’는 도박에 빠진 엄마와 바쁜 아빠를 대신해 동생 ‘빛나’의 자기소개서와 방과 후 학교 신청서를 써 준다. 미래가 동생이 학교에서 놀림당하지 않도록 가족 관계, 부모의 학력과 직업, 주거 형태 등을 거짓으로 써도 될지 고민하는 대목은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남기며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번 동화집에서는 서늘하고도 묵직한 작품 외에도 경쾌하고 발랄한 단편들이 다채로움을 더한다. 귀찮은 남동생과 한방을 쓰지 않아도 되어 기뻐하던 누나가 혼자 방을 쓰게 된 첫날밤부터 무서움에 떨며 동생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우리 방에서」, ‘나’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헷갈리게 하는 남자아이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이야기 「기억 사이」는 어린이의 생활과 밀착한 장면들로 독자를 몰입하게 하며 유머러스한 반전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작가 특유의 잔잔하고도 따뜻한 이야기와 섬세한 문장으로 채워진 『오늘의 분실물』이 어린이의 웃음과 눈물을 빠짐없이 껴안는 사려 깊은 작품으로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작품 줄거리
「오늘의 분실물」 매일 티격태격하는 자매 단둘이 지하철 여행을 떠난다! 사춘기를 겪는 언니의 투덜거림에 지칠 대로 지친 동생이 우연히 언니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우리 방에서」 귀찮은 남동생과 한방을 쓰던 ‘우리’는 생일 선물로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된다. 하지만 각자 방을 쓰는 첫날부터 밤에 혼자 잠드는 게 무섭다. 옆방의 동생은 잘 자고 있을까?
「기억 사이」 새로운 학원에 다니게 된 ‘지혜’는 우연히 같은 학교 친구 ‘무진’을 만난다. 학교에서는 말이 없던 무진이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무진은 지혜를 좋아하는 걸까?
「불편한 운동장」 아무 계획 없이 덜컥 햄스터를 입양한 세 친구. 마음만 앞설 뿐 햄스터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결국 ‘수동’ 혼자 햄스터를 돌보게 되는데…….
「굿바이 산타」 내 소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산타 인형’에게 동생을 갖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 거짓말처럼 엄마의 배가 불러 왔다. 하루빨리 동생이 집에 오기를 기다렸는데…….
「빛나를 소개합니다」 바쁜 아빠를 대신해 동생 ‘빛나’의 자기소개서와 방과 후 학교 신청서를 써 주던 언니 ‘미래’는 고민에 빠진다. 거짓 답변을 적어도 되는 걸까?
「돌의 기억」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돌이 우연히 한 아이를 만난다. 그리고 급작스러운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는데…….
오늘의 분실물
우리 방에서
기억 사이
불편한 운동장
굿바이 산타
빛나를 소개합니다
돌의 기억
작가의 말
올해 봄, 다섯 살 딸아이와 함께 산책하던 길이었습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핀 민들레를 보면서 딸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저게 뭐야?”
“민들레.”
“맞아. 민들레는 무슨 색이지?”
“노란색.”
저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칭찬해 주며,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제 손을 잡아끌어 다시 민들레 앞에 서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엄마, 민들레는 초록색도 있어.”
그제야 노란 꽃 옆에 초록 이파리가 보였습니다. 여태껏 민들레의 초록을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분실물』은 우리가 매일 잃어버리고 놓치는 것, 그리고 다시 되찾은 분실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잃어버리는 건 괜찮습니다. 다시 찾으면 되니까요. 내 품으로 돌아왔을 때, 그걸 더 소중하게 여기면 됩니다. 앞으로 저는 길가의 민들레를 보면 노란 꽃보다 초록 이파리를 더 사랑스럽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딸 덕분에 되찾은 제 분실물입니다.
접하는 모든 것에서 소재를 구하지만, 「오늘의 분실물」는 우애령의 『사랑의 선택』(하늘재 1999), 「불편한 운동장」은 유현승의 『중학생 톡톡톡』(뜨인돌 2011)에 실린 김진주 학생의 일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려 주신 오이트 화가님과 출간을 준비하는 내내 의지가 되어 준 창비 출판사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23년 8월
김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