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불후의 명작

『송곳』 노동자 보급판 출간

 

월급생활자들의 필독서, 국민 노동 교과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바이블이라 불리며 누적 판매부수 20만부를 돌파한 한국 웹툰의 기념비적 작품 『송곳』이 연재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대한민국 원주민』 『100도씨』 『지옥』 등 한국 리얼리즘 만화계에 굵은 획을 그어온 최규석 작가의 작품으로, 외국계 대형 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 맞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파업을 이끌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연재 당시부터 한국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노동문제를 날카롭게 그려내며 사회적인 메시지는 물론 극적 재미와 작품성까지 성취했다는 찬사를 받아왔다. 『송곳』은 국내를 넘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미국·중국 등에 번역 수출되며 한국 만화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2023년에는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공식 경쟁 부문에 올라 전세계 평단과 대중을 두루 사로잡으며 글로벌 명작의 반열에 등극했다.

이번에 출간되는 ‘노동자 보급판’은 연재 기간 동안 6권에 걸쳐 출간되었던 초판을 전 3권으로 합본해 최규석 작가가 치밀하게 설계한 스토리텔링을 작가의 의도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묵직한 볼륨감에 더해 한 손에 들어오는 편안한 판형으로 한결 쾌적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고, 새로운 표지화로 인물 간의 긴장감과 노동운동의 현장성을 더욱 생생하게 담아낸다.

 

 

인간 대접 받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작품은 2000년대 후반, 프랑스계 대형 마트인 ‘푸르미’를 배경으로 부당해고지시를 받은 주인공 이수인과 노동운동가 구고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이수인은 입바른 소리를 삼킬 줄 모르고 끝없이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이다. 조용히 살기 위해 직업군인을 그만두고 평범한 직장을 잡았지만, 회사가 직원들을 강제로 내보내라는 지시를 내린 탓에 다시 한번 세상과 부딪힌다. 이런 이수인을 돕는 구고신은 푸르미 근처에서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는 냉철하고 능수능란한 노동운동가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원칙주의자인 이수인과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무리한 방법도 꺼리지 않는다. 두 사람이 ‘평범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권리를 일깨우고, 함께 변화해가는 과정은 독자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주변 인물들은 작품에 현실감과 생동감을 더한다. 맑은 성품으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주강민, 명문대 출신의 이수인을 시기하는 부장 정민철,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노동조합에 참여하지만 이수인과 반목하는 남동협, 오랜 싸움에 지친 본조 위원장 유종학 등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통찰로 만들어진 입체적 인물 군상은 『송곳』의 또다른 매력이다.

『송곳』의 백미는 스스로를 ‘노골리스트’라고 부르는 최규석만의 예리한 현실인식을 담은 대사들이다. 수많은 독자에게 회자된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와 같은 명대사는 작가의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한국 최초의 노동만화, 심각하게 재미있다!

만화계, 노동계가 입 모아 추천하는 ‘인생작’

 

노동문제의 복잡다단한 결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2008년부터 근 10년에 걸친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철저한 취재에 바탕한 만큼 무거운 사건들이 잇따르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와 뛰어난 스토리텔링은 ‘노동문제는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낸다. “심각하게 재미있는”(주호민) 『송곳』은 jtbc에서 2015년 드라마로 방영되며 더 많은 사람이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노동문제를 나와 가까운 일로 생각하게 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작품의 전반부가 회사의 부당해고 지시와 노동조합 결성을 중심으로 노사갈등을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더 강력해지는 회사의 탄압과 노동조합 내부의 균열을 그려낸다. 조합원 간의 갈등부터, 노동조합 지부와 본조의 갈등, 주인공 이수인의 내적 갈등, 이수인과 구고신의 갈등을 첨예하게 보여주면서 『송곳』은 현실을 한층 더 깊숙이 파고든다. 투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 대의를 위한 선택이 개인의 내면을 망가뜨리기도 한다는 것, 법을 지키자고 싸우는 사람들이 법을 어길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 등, 노동문제뿐 아니라 다른 사회문제 혹은 인간관계에도 적용해 읽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되며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재미와 깊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희대의 명작에 만화계와 노동계는 서로 극찬을 쏟아낸다. 『송곳』은 만화가이자 영화감독 연상호에겐 “한국 만화의 기념비”, 노동자 유최안에겐 “모든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국회의원 류호정에겐 “노동 입문서”였다. 흡인력 있는 내러티브와 단단한 주제의식, 섬세한 관점을 동시에 탑재한 『송곳』은 계층과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 마음에 저마다의 의미를 새기며 ‘인생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갑갑한 노동 현실을 꿰뚫는 날카로운 메시지

우리에게는 여전히 『송곳』이 필요하다!

 

『송곳』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권리가 있으며,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만 그 권리를 찾고 정당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송곳』 연재 당시 댓글난은 체불임금을 받았다는 이야기, 노동 공무원이 초심을 찾았다는 사연 등이 줄을 이으며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독자들을 위한 ‘노동상담소’가 되었다. 살면서 누구나 겪는 부조리함을 다시 짚어보고, 잃어버린 권리를 찾게 하는 역할도 했던 것이다.

노동을 천하게 여기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일하는 자의 권리의식을 일깨운 『송곳』이 연재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을 죽도록 착취하고 싶어 안달난 자본주의적 광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직장 내 괴롭힘,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 뿌리 깊은 노동문제의 근본 해결은 앞길이 꽉 막힌 채 갑갑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폐부를 날카롭게 찌를 한국 최초의 노동 만화가 더 많은 노동자의 손에 쥐어져야 하는 이유다.

정답이 없는 선택 앞에 선 모든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우리가 송곳을 읽어야 할 이유는 이 한문장으로 충분하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송곳』은 제게 '노동 입문서'입니다.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할 즘 만난 구고신에게서 '노조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작품을 접했다면 시행착오를 줄였을 수도, 노조 활동의 '난이도'를 빨리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구고신이 '하나쯤 뚫고 나온 류호정'을 만들었듯,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구고신을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류호정 국회의원
주제의식의 훌륭함은 이미 다른 이들이 충분히 칭송했기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추천하자면, 이런 소재로 이런 재미를 뽑아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한마디로 심각하게 재밌다.
주호민 만화가
한국 만화의 기념비적인 완결. 최규석이 오랜 시간 마음의 빚처럼 품고 있던 이야기를, 허투루 만든 컷 하나 없이 한땀 한땀 완성해냈다.
연상호 영화감독
2008년 가을부터 몇달 동안 최규석 작가를 일주일에 한번씩 만났다. 최 작가가 『송곳』을 준비한 기간이 무려 5년이 넘었다는 뜻이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어서 질문이 예리하고 꼼꼼했다. 요즘은 “내 강의를 듣는 것보다 『송곳』을 보는 것이 더 많은 공부가 된다”라고 소개한다. 이 말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우선 프롤로그부터 보시라.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전연령 필독서. 다 읽고 난 뒤 거울을 보게 만드는 만화. 만약 무인도에 여섯가지 물건만 들고 갈 수 있다면 나는 『송곳』 1~6권을 챙길 것이다.
유병재 방송인
드라마 「송곳」에서 구고신으로 살았던 몇개월은 내 연기 인생의 끝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송곳』이 교과서가 되면 세상의 모든 모순은 끝나지 않을까?
안내상 배우
『송곳』은 불쌍한 양민을 흑기사가 나타나 구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민중이 저절로 각성하여 노동해방을 쟁취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들의 구차하고 처절한 일상적인 사회생활 안에서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해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줄 따름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필독서다.
김낙호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