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태도(개정판)

송기숙  장편소설
출간일: 2023.01.05.
정가: 16,000원
분야: 문학, 소설

시대를 초월하는 송기숙 문학의 역작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농민들의 삶과 투쟁을 그린 민족문학의 성과를 다시 만나다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써낸 쟁쟁한 작품으로 민족주의 리얼리즘의 본령을 지켜온 고(故) 송기숙(1935~2021)의 장편소설 『암태도』가 1981년 초판 출간 이후 41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농민들의 삶과 투쟁을 깊숙이 파고들어 생생하게 그려낸 민족문학의 빛나는 성과를 2023년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1920년대 목포 앞 섬 암태도에서 일어난 ‘암태도 소작쟁의’는 우리나라 소작쟁의의 효시로,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항일농민운동으로 평가받는다. 턱없이 높은 소작료를 내리기 위해 1923년 8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 소작인들이 벌인 암태도 소작쟁의를 소설화한 이 작품은 매몰되었던 억압적 일상에서 깨어나 인간다움을 찾아 몸부림치는 농민들의 삶과 투쟁을 묵직하고도 감동적인 필치로 보여주는 송기숙 문학의 역작이다. “투박한 인물들의 낡은 정서 안에서 민중적 전통의 진보적 역동성이 살아 있음을 읽어낸”(염무웅 추천사) 『암태도』는 가진 자들이 민중을 착취하는 오늘날의 현실 앞에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역사적·문학적 의의를 선연하게 빛낼 것이다.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대항하는 사람들의

치열하고도 뜨거운 항쟁

 

암태도 소작쟁의는 암태도의 농민들이 지주 문재철을 상대로 돌입한 쟁의이되 크게는 일제 당국을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100년간 그 정신을 계승해온 역사적 사건이다. 소설은 그 역사적 사건을 충실히 좇아 농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고도 거침없이 펼쳐놓는다. 소작인들은 목숨을 걸고 항쟁을 시작했지만 지주 문씨 일족은 일본 관헌과 경찰의 힘을 믿고 뻗대기만 할 뿐이었다. 기어이 문씨 일족 청년들과 농민들 사이에 유혈극이 벌어지자 이를 빌미 삼은 경찰이 소작회 간부들을 구속하고 이에 분노한 농민들은 경찰서와 지주 문재철의 집이 있는 목포로 나가 역사에 길이 남을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치열하고도 뜨거웠던 이 항쟁을 소설화하기로 마음먹은 계기에 대해 작가 송기숙은 “사건 자체의 극적인 발전과정도 흥미롭거니와 반봉건적·반일적 순수한 민중운동이 암태도라는 작은 단위의 섬에서 또 아주 밀도 있게 진행되어 민중의 의지를 관철시킨 것이 통쾌했기 때문”(초판 작가의 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실존인물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 작품에는 작가가 창조해낸 허구적 인물 또한 등장한다. 그중 암태도 사건 때만 해도 불과 30년 전에 불과했던 동학농민전쟁에 가담했던 인물로 극화된 ‘춘보’는 192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소작쟁의의 물결이 1894년 동학농민전쟁의 연장선에 있다는 작가의 작중 의도와 역사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동학농민전쟁의 영향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작품은 하여 송기숙의 대하소설 『녹두장군』으로 나아가는 “중간단계의 역작”(염무웅 추천사)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착취당하는 현실에서 깨어나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뜨겁게 투쟁하고 연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본에 휩쓸려 붕괴된 농촌의 현실,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은 100년이 흐른 현재에도 ‘오늘’의 일이다.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암태도』 개정판 출간을 계기로 故 송기숙 작가의 뜨거운 시대정신은 이렇듯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한편,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대항하는 사람들이 가진 연대의 힘을 보여주며 인간의 가장 본래적인 숭고함을 다시금 숙고하게 할 것이다.

목차

제1장 앞에 나선 사람

제2장 깊은 뿌리들

제3장 동요

제4장 위협

제5장 배신

제6장 대결

제7장 난투

제8장 공덕비를 부숴라

제9장 모두 목포로

제10장 모두 목포로

제11장 결전

제12장 만석이의 눈물

 

작가의 말

일찍이 소설가로서 송기숙의 시선이 주목한 것은 인간의 원초적 심성이 그 본연의 모습대로 작동하는 농민의 삶이었다. 장편 『자랏골의 비가』가 보여주듯 그는 ‘교양’으로 분식되지 않은 거친 지역어로 농촌의 붕괴와 거기 비타협적으로 맞선 강인한 인간상을 실감 있게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송기숙의 탁월한 점은 투박한 인물들의 낡은 정서 안에서 민중적 전통의 진보적 역동성이 살아 있음을 읽어낸 사실이다. 그것은 작가가 직접 농촌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얻어낸 소설적 성과였다. ‘교육지표사건’으로 들어간 감옥조차 그에게는 농민적 투쟁을 묘사하는 창작 장소였다. 그렇게 탄생한 문제작이 장편 『암태도』인 것이다.
『암태도』에서 주목할 점은 소작쟁의에 떨쳐나선 농민들의 다양한 삶을 묘사한 데만 있지 않다. 암태도 사건 때만 해도 불과 30년 전에 불과했던 동학농민전쟁의 피의 장면들이 소작농의 기억 속으로 거듭 소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암태도』는 송기숙 문학에서 『자랏골의 비가』의 농민소설로부터 『녹두장군』의 역사소설로 나아가는 중간단계의 역작이다.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을 맞은 오늘, 자본의 물결에 휩쓸려 몰락한 농촌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도 우리는 이 작품의 현재성을 숙고해야 한다. 염무웅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