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53호(2022년 하반기)

영미문학연구

출간일: 2022.11.15.
정가: 14,000원
분야: 정기간행물

10.29 참사로 158명의 시민이 희생되었으나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 이하 주요 공직자들은 그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양 알려지는 과정에서 정파적 해석이 덧붙여지고 공론장은 정파적 이해에 따른 적대와 혐오가 극대화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정파적 셈법을 앞세운 적대와 반목이 공론장을 지배하는 원리가 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퇴보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공론장이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끝없이 모색해야 한다.

『안과밖』 53호는 ‘공적 영역과 시민성의 재정의’를 주제로 한 ‘특집’과 ‘혐오와 배제를 넘어선 공적 담론의 재구성’을 주제로 한 ‘연작기획’을 통해 공론장의 문제와 회복의 조건을 다양하게 탐색한다. 자본주의가 초래한 오늘날의 위기 상황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는 ‘쟁점’과 기초학문의 위기 상황 진단과 타개책을 제시하는 ‘시평’, 20세기 초에서 21세기 초까지 미국 아방가르드 시학의 역사를 다룬 ‘동향’과 현대 이란 여성 예술가의 계보를 추적하는 ‘일반 논문’은 모두 관련 주제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공론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특집] 공적 영역과 시민성의 재정의

『안과밖』은 지난 호 ‘특집’에서 공동체의 문제와 해법을 다양하게 탐색하는 네편의 글을 실었으며, 이번 호의 ‘특집’에서는 ‘공적 영역과 시민성의 재정의’를 주제로 한 네편의 글을 선보인다.

임동균은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공론장은 민주화되었으나 동시에 공적 영역이 혐오와 분노로 가득한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임동균은 현대 공론장의 비민주적인 경향성과 충동을 제어하고 심화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비판적 성찰성과 탈자동화, 규범과 윤리의 안착을 요청하는 ‘디지털 시민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20대 여자 현상, 이른바 ‘이대녀’ 현상에 주목한 김부성은 ‘이대녀’를 ‘평균적인 20대 여성’으로 정형하여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버지니아 울프의 『3기니』에 대한 심층적 독해를 통해 ‘이대녀’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박정원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하는 공적 영역의 왜곡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도시 공간 구획과 연관지어 살펴본다. 박정원은 ‘비공식 경제’의 성장이 라틴아메리카 도시의 ‘슬럼화’와 중산층들의 주거 구역인 ‘빗장 공동체’ 생성을 촉발한 과정을 밝히면서, 도시 공간의 재구성이 어떻게 분리와 차이에 기반한 배타적 시민권 개념을 정당화하는지를 논증한다.

설연지는 19세기 식민지 태생 흑인 혼혈의 여성으로서 삼중의 억압에 맞서 씨콜이 시민권을 인정받고자 했던 방식에 주목한다. 설연지는 씨콜이 영국문학에서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여성이 마녀/치유자로 재현되어왔던 서사적 전통을 전유함으로써 문학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아가 영국의 국가서사로 편입된 과정을 상세히 분석한다.

 

[연작기획] 혐오와 배제를 넘어선 공적 담론의 재구성

『안과밖』은 지난 호부터 「혐오와 배제를 넘어선 공적 담론의 재구성」을 주제로 ‘연작기획’을 시작하였으며, 이번 호에도 세편의 글을 싣는다. 박이대승은 한국 사회와 정치에서 극단의 적대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적대 공간의 사회는 결국 공동체 파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적대 공간과 분리된 시민성과 제도의 고유한 공간 수립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박이대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논쟁적 상황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개념적 분석틀을 제공한다.

조혜영은 우리의 삶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파악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윤 극대화의 논리를 넘어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영화 정책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표방하는 다양성과 포용 정책이 실제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인지 비판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조혜영은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윤의 논리를 넘어 평등을 고려하는 강력한 공공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윤경은 오늘날 무한 경쟁과 상호 적대를 일상화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라틴아메리카 안데스 지역 원주민의 공동체 재구축 운동에 주목한다. 김윤경은 ‘수막 까우사이’와 ‘아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안데스 원주민의 공동체주의와 생태주의적 삶의 양식을 조명하며 자본주의적 삶의 대안을 탐색한다.

 

[쟁점/시평]

‘쟁점’에서 서영표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오늘날의 위기 상황을 해소할 방법을 탐색한다. 서영표는 포스트휴머니즘과 신유물론이 근대의 자연/인간 이분법과 인간중심주의, 그에 기반한 자본주의적 자연착취와 환경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벤턴의 비환원론적 자연주의와 소퍼의 대안적 쾌락 개념에서 대안을 찾는 서영표는 벤튼과 소퍼의 개념이 인간의 자연적 한계를 인정하는 동시에 인간 고유의 역사적/문화적 역량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 변화를 추동할 ‘우리’의 구성과 실천적 연대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주장한다.

‘시평’에서 김명환은 위기에 처한 기초학문의 현 상황을 진단하며 그 타개책을 제시한다. 김명환은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기초학문의 중요성은 관련 법안과 정부의 정책에서 반복하여 언급되고 있으나 관련 분야 육성을 위한 조직이 부재하고, 관련 예산 지원도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처럼 현행 학술 정책의 문제를 진단하면서 김명환은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기초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학술 진흥을 위한 기구와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며, 사회적 합의로서 「기초학술기본법」을 제정하여 우리 사회의 학술적 기반을 두텁게 하고 나아가 학문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향/일반논문/서평]

‘동향’에서 박서영은 20세기 초에서 21세기 초까지 미국 아방가르드 시학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 특징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박서영은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운동과 실험적 모더니즘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아방가르드 시학의 계보를 정리하면서 향후 변화의 방향도 간략히 제시한다.

‘일반 논문’에서 정희원은 현대 이란 여성 예술가의 계보를 추적한다. 정희원의 논문은 국내 연구가 많지 않은 이란 여성 작가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주목의 가치가 있으며,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이란 사회의 정치와 이슬람 사회의 여성성 통제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세 작가를 알레고리와 정원의 재현 방식에 주목하여 이란 여성 작가 계보를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서평’에서는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으나 현대의 고전이 된 프레드릭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와 ‘탈성장 코뮤니즘’을 자본주의의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불가능 자본주의』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