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값의 비밀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출간일: 2022.11.18.
정가: 20,000원
분야: 인문교양, 인문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미술을

가장 세속적인 ‘돈’으로 풀어낸다!

미술사학자 양정무가 알려주는 미술 투자의 세계

 

최근 2~3년 사이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2021년 거래액 9천억원을 돌파하면서 전년 대비 세배 가까이 성장했다. 미술시장 하면 높은 진입장벽과 천문학적인 금액을 떠올리게 되는데 디지털 아트, NFT 등 온라인에서도 미술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상류층들만의 특수한 소비나 취미활동으로 여겨지던 미술 투자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미술 투자, 아트테크가 더 이상 먼 나라의 일만은 아니게 되었지만 막상 이 세계에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그림값의 비밀』은 미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미술 투자에 대한 변치 않는 진실을 알려준다. 미술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무기로 거듭나는 과정, 아트 딜러의 역할을 통해 그림값이 결정되는 과정, 고가의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 그림값을 매기는 기준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온 과정 등을 포착한다. 미술을 둘러싼 세계가 아무리 급변한다고 해도 현명한 미술 투자를 위해서는 결국 ‘작품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어떤 작품이 미술계나 대중에게 인정을 받고 가치가 오를 수 있을지 예견하는 일종의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미술사학자 양정무가 과거와 현재, 서구와 한국을 넘나들면서 펼치는 설명을 통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미술 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요동치는 미술시장을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13년 매일경제신문사에서 펴낸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구성을 전면 개정하고 그사이 급변한 미술시장의 양상을 보완해 펴냈다.

 

자본은 미술 창작의 물질적 기반이다

미술을 바라보는 가장 세속적인 시각, 돈!

 

사람들은 흔히 미술이라고 하면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양정무는 사람들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대담하게 꺾고 미술을 가장 세속적인 수단인 ‘돈’으로 풀어낸다. 요즘 미술 투자 붐이 일면서 미술작품을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투기 자산의 일부로 바라보는 양상이 부상했지만 이것이 단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선 요즘 사람들만의 일일까? 저자는 미술사학자의 시선으로 미술이 자본주의 시장의 무기가 된 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촘촘하게 살펴본다. 미술을 고상하고 신비한 영역에 가두는 대신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적극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미술이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내용이나 의미에서 찾지만 양정무는 자본에서 찾는다. 미술에서 자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시 말해 미술 창작의 물질적 기반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한 시대의 미술을 탐사하는 데 요긴한 문제임을 역설한다. 미술이 주문되고 거래되는 방식을 살펴보지 않고 작품의 의미나 양식을 말하는 것은 자칫 공허한, ‘해석을 위한 해석’으로 귀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얀 반 에이크로 대표되는 17세기 플랑드르 화파, 조토와 마사초에서 시작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파를 비롯해 오늘날 미술시장의 블루칩으로 인정받는 인상주의 화파, 그리고 현대의 앤디 워홀과 데이미언 허스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미술형식이 어떻게 등장했으며 시장과의 길항관계 속에서 어떻게 전개해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얼핏 돈이 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미술과 돈의 관계는 시대․지역마다 다양한 접점을 갖고 다채롭게 변화했다. 특히 요즘은 미술이 자본을 좇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초에는 미술이 앞서나가고 자본이 미술을 좇았다는 분석이 흥미로운데, 상업주의의 결과로 미술이 상품화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미술이 상업주의를 포함한 근대 역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1장 예술의 자본화 혹은 자본의 예술화). 저자가 미술과 시장을 오가며 중세 이후의 서양미술사를 탐사하는 과정은 ‘미술은 시장의 산물’이라는 말로 단순화할 수 없는 복잡한 미로에 가까우나 그의 친절하고 사려 깊은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눈뜰 수 있을 것이다.

 

‘밥벌이의 지겨움’에 시달린 화가들

제2의 창작자인 후원자와 아트 딜러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화가인 뒤러, 다빈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루벤스 등이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데, 천재 예술가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밥벌이의 지겨움’을 날마다 감당해야 했던 생활인으로서의 민낯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들이 당대의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 사회적 요구와 예술적 성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이들의 갈등이 입체적으로 조명된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 화가로서 크게 성공했지만, 그의 화풍이 부르주아의 고전 취향에서 벗어나는 순간 시장에서 가차 없이 버림당했고, ‘영끌’해서 구매한 주택의 잔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경제적 몰락과 가족의 불행을 겪고 난 생의 말년에 고객을 만족시키기를 포기한 듯한 회화적 실험을 감행한 그의 작품은 오늘날 렘브란트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인정받는다. 삶과 예술의 이러한 가혹한 아이러니를 담은 ‘8장 돈과 예술가의 삶’은 저자가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으로 꼽은 장이기도 하다.

흔히 미술사에서 작품과 화가에 가려져 있던 수요자와 판매자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 이 책의 주요한 특징이다. 저자는 이제껏 미술을 이해할 때 우리가 간과해왔던 이들, 그림을 주문하고 소유한 후원자들과 그림을 판매하는 아트 딜러의 세계를 공들여 소개한다(3장 미술은 누가 거래하는가: 딜러의 세계). 르네상스 미술을 열어젖힌 것으로 평가받는 ‘아레나 예배당’은 화가 조토의 ‘성전’으로 일컬어지지만 사실상 이 예배당을 기획하고 건축과 미술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이는 주문자인 스크로베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작품을 구매하고 향유하는 것을 넘어 미술 생산에 개입하고 회화적 혁신을 이끄는 이로서 주문자의 역할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4장 죽음 앞에서 미술을 거래하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 공개되면서 미술 후원자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는데, 프릭 컬렉션, 게티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 기업인이 미술관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맡아온 사례는 역사 속에서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 경영으로 쌓은 막대한 부를 미술 후원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천문학적인 돈으로 사들인 명작들을 자신과 함께 화장해달라는 망언을 쏟아낸 기업인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미술 후원의 바람직한 형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넌지시 언급하고 있다(6장 미술은 어떻게 소유하는가: 후원자의 세계).

 

그림값의 비밀이 궁금한 일반인을 위해

미술 투자를 시작하고 싶은 초보자를 위해

 

일반인이 미술에 대해 가장 품고 있는 가장 큰 질문은 ‘그림값은 왜 그렇게 비싼가?’일 것이다. 천문학적인 경매가를 기록하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미술시장은 일반인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세계와는 다른 논리로 움직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든 영역일 것만 같아 무관심과 냉소로 대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미술시장도 엄연히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계산과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 변동하게 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얼핏 예측이 불가능한 도깨비 시장처럼 보여도 각종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이해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미술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미술시장도 여느 투자시장과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고 주식 투자를 위해 공부를 하듯이 합리적인 미술 투자를 위한 공부가 필요함을 권한다. 미술 투자에 대한 궁금증과 투자를 시작하기 위한 요령 등에 대해서는 ‘10장 미술 투자를 위한 Q&A’에 정리되어 있다. 

한국 미술시장은 4천억원을 넘지 않는 규모로 계속 유지되어왔는데 최근 한해 사이에 두배 가까이 성장해 2021년에는 9,223억원의 규모를 기록했다. 저자는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주요한 원인으로 젊은 구매층의 미술시장 유입, 온라인 미술품 거래시장의 성장을 꼽는다. 또한 NFT 작품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는 현상에 대해 신중하게 분석하면서 미술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거시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지금 미술시장에 일어나는 변화와 발전을 지켜본다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미술 투자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이 걷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

그림은 두번 태어난다

 

그림은 두번 태어납니다. 화가의 손에서 한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번 태어납니다.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화가의 몫이지만 그림의 성장은 컬렉터의 품속에서 이뤄집니다. 그림이 화가의 작업실에서 태어나 미술관에 걸리기까지 겪는 기나긴 여정을 생각해볼 때, 컬렉터는 작품의 두번째 창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림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 완성된 수많은 작품 중 컬렉터들에 의해 선별된 극히 일부의 것들이에요. 과거에 그려진 수많은 그림 중에서 컬렉터의 눈에 든 소수의 작품들에게만 세월의 망각을 이겨낼 수 있는 불멸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작품이 두번째 탄생하는 짜릿한 순간을 왼쪽 페이지의 그림이 멋지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앙투안 바토(Jean Antoine Watteau)가 그린 「제르생의 그림 가게」(L’Enseigne de Gersaint)의 일부분입니다. 무려 300여년 전 그림이지만 그림이 거래될 때의 감동과 흥분을 생생하게 담아냈죠. 그림 가게에서 직원 두명이 팔린 작품을 정성스럽게 운반상자에 넣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 장면에 몰두하고 있고요. 화랑에 들어오는 젊은 커플이나 왼쪽의 행인까지도 팔려나가는 그림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네요.
배경의 화랑 벽면에는 수많은 그림이 빼곡히 걸려 있지만 결국 우리의 관심은 방금 팔린 그림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화랑에 막 들어선 잘 차려입은 두 남녀는 좋은 작품을 놓쳤다는 아쉬움과 함께 그림 구매욕을 경쟁적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반면 소박한 복장의 행인은 그림이 거래되는 것을 신기해하고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도 합니다.
이 책은 바토의 그림 속 인물들처럼 그림 거래에 호기심을 느끼는 일반인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집필했습니다. 특히 발길은 화면 밖을 향하지만 눈길은 화랑에서 거래되는 그림에 향한 수수한 차림의 보통 사람이 이 책의 독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바토가 그림을 그린 300여년 전에도 이미 강력했던 미술시장은 오늘날에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미술은 상류층만의 특수한 소비나 유한계급의 취미활동으로 고립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미술품 경매가의 초현실적인 신기록 행진이 이어질 때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관심이나 냉소로 이를 대하고 있습니다.
미술에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커진다 해도 미술 속에 담긴 이미지의 세계는 결코 돈만으로 환원할 수 없는 무한한 상상력의 우주입니다. 미술은 항상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으면서 약간의 계기가 제공되면 언제든 우리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와 우리의 세계관을 일순간 흔드는, 엄청난 침투력을 가진 매개물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세계를 일부 특수층의 손에 한정시키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올바른 일이 아닐 거예요.
바토의 작품을 다시 한번 살펴볼까요? 그림 속 인물들의 시선이 운반상자 속 그림에 쏠려 있는 것은 이 그림이 시장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판매된 그림은 바로 한때 프랑스를 지배했던 최고 지배자 루이 14세의 초상화거든요.
태양에 비견될 정도의 막강한 왕권을 휘둘렀던 절대자의 이미지가 뿜어내는 힘은 누구도 쉽게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초상이 바로 눈앞에서 거래되고 있다면 이 작품으로 쏠리는 관심은 더 크게 증폭될 테죠. ‘이 작품이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누가 이 작품을 샀을까?’ ‘수많은 작품 중 왜 하필 이 작품이 선택되었을까?’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컬렉터가 무슨 작품을 살까 고민하는 것만큼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컬렉터가 될 수는 없겠지만, 미술의 진면목을 일등석에서 바라볼 수는 있습니다. 오늘날 미술 현장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일등석 자리는 바로 미술시장이라는 무대 앞입니다. 이 무대 위의 주인공은 작가와 컬렉터입니다. 두 주인공의 대화와 움직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미술 감상의 첩경이며, 둘이 벌이는 신경전과 갈등이 스토리 전개의 핵심입니다.
『그림값의 비밀』은 작가와 컬렉터가 미술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두 주인공의 갈등과 고민을 생생하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각자가 겪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기 위해 시장경제의 틀이 갖춰지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보았습니다. 미술시장의 역사적 전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상의 모습을 함께 포착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인 셈입니다.
소비주의 사회에서 미술이 차지하는 역할, 다시 말해 미술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무기로 거듭나는 과정이 책 초반부의 주제입니다. 뒤이어 화가와 컬렉터를 연결해주는 그림 상인, 즉 아트 딜러의 심리와 전략을 잡아내면서 그림값이 결정되는 과정을 추적해보았습니다. 이 책 한권으로 그림값이라는 요지경을 모조리 파헤쳤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수수께끼 같은 세계를 바라볼 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논점은 충실히 제시하려 노력했습니다. 화가들 사이에 임금이 차별되는 순간이나 그림값을 매기는 기준이 작가의 노동력과 그림에 들어간 재료값에서 작품의 가치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순간 등을 포착하려 한 것입니다.
창작의 열정에 빠진 화가들도 매일매일 닥쳐오는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피할 수는 없었죠. 결국 ‘밥벌이의 지겨움’을 어떻게 이겨내는가의 문제는 작가를 이해할 때 중요한 문제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책의 후반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고뭉치 동생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면서도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매달려 그림을 그려야 했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개인 파산과 거듭되는 가혹한 불행 속에서도 그림을 그려야 했던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 등을 다룬 8장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입니다.
오늘날 인상주의 미술은 미술시장을 떠받친다고 할 만큼 비중이 큽니다. 그러나 인상주의 미술은 등장 당시에는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동시대의 냉혹한 평가는 지금의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줍니다. 지금 우리가 무시하거나 경계하는 미술이 다음 세기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미술시장의 측면에서 바라본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이야기는 모네(Claude Monet)와 고흐(Vincent van Gogh)가 주인공인 9장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0장은 미술시장에 대한 열개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술시장에 대해 누구나 가져볼 법한 궁금증을 추려봤는데 미술 투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마지막 장부터 읽어도 됩니다. 물론 앞 장들에서 다루고 있는 미술시장에 대한 역사적 사례와 함께 어우러질 때 미술시장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의 기획은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당시 저는 『상인과 미술』(사회평론 2011)이라는 단행본을 막 출판하고 성취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습니다. 상업주의가 서양미술의 발달에 중요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저의 논점을 좀더 자신감 넘치고 분명하게, 그리고 역사적으로 풍부한 사례에 적용하여 풀어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던 터였죠. 이때 마침 『매경이코노미』로부터 칼럼 연재를 제안받게 되었고, 글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상업주의로 바라본 미술의 역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렇게 이 책은 2012년 1년간 『매경이코노미』에 격주로 연재한 총 26편의 글을 토대로 삼아 이듬해인 2013년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출간 10년을 맞아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해 새로운 형식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미술시장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담은 글이 여전히 필요한 때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갖고 재출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시장과 미술의 상업주의 문제에 대한 책들이 적잖이 출판되어 나오고 있지만, 논점이 찬양이나 비판이라는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미술시장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은 오히려 파묻히고 있는 실정이죠.
무엇보다도 미술시장에 대한 논의가 현대라는 짧은 시간의 벽에 갇히면서 우리의 현실을 냉철히 되돌아보게 해줄 만한 과거의 지혜들이 간과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부족하나마 새롭게 빛을 보는 이 책이 그간의 논의에서 결여된 부분에 대한 보완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무대가 마련되기를 꿈꿉니다. 모든 사람이 미술시장이라는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더라도, 많은 사람이 이 멋진 무대를 일등석에 앉아 감상하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저자의 의도에 대한 평가는 물론 독자들의 몫이지만, 이 책을 통해 미술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작가와 컬렉터, 그리고 아트 딜러가 벌이는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감상하면서 미술을 보는 안목을 높이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의 새 출발에 용기를 주신 창비출판사의 황혜숙 이사님과 이지영 국장님께 감사드리며, 편집을 통해 책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신 이하림 팀장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2년 늦가을
두물머리에서
양정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