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중산층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구해근  지음
출간일: 2022.11.15.
정가: 20,000원
분야: 인문교양, 정치사회
전자책: 있음

도약이냐 추락이냐,

욕망과 불안을 떠안은

한국의 중간계층은 어떻게 분열되는가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인구의 70%에 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겼지만, 2010년대에 이르면 그 규모는 20~40%로 크게 하락한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며 한국사회는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저소득층으로 분열되었다. 사회 전체의 부는 소수집단에 집중되었고, 이러한 양극화는 중산층 밖에서뿐 아니라 중산층 내에서도 발생했다. 한국의 중간계층은 소수의 부유한 상류 중산층과 다수의 일반 중산층으로 나뉘게 되었다.

IMF 구제금융 이후 경제적 양극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특권 중산층’의 계급적 특징을 분석한 『특권 중산층: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이 출간되었다. 미국 하와이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동아시아 노동연구의 선구자로 주목받아온 저자 구해근이 오늘날 한국 중산층 계급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며, 한국사회의 계급동학을 주도하며 부상한 신흥 상류 중산층을 ‘특권 중산층’이라 명명한다. 저자는 특권 중산층이 지닌 계급세습에 대한 욕망과 근본적인 불안을 분석하고, 이들의 계급적 행위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 책은 2022년 7월 미국에서 발간된 Privilege and Anxiety: The Korean Middle Class in the Global Era(New York: Cornell University Press)를 수정‧보완한 것으로, 한국의 현실을 더욱 면밀히 반영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구해근이 눈여겨본 특권 중산층은 한국의 중간계층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특권 중산층』을 따라 읽다보면 오늘날 극심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정한 중산층의 지위, 그리고 기울어진 계급 구조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히 그려질 것이다.

 

한국사회의 계급동학을 주도하는

‘특권 중산층’의 등장!

 

중산층은 누구인가? 중산층이라는 계층에 하나의 공통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OECD와 한국 정부는 중산층을 중위소득의 50%에서 150% 사이에 속하는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따라 추정하는 중산층 규모와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 중산층’ 규모는 매우 다르다. OECD 방식으로 중산층을 정의하면 한국의 중산층 규모는 전체 인구의 65% 정도인 데 비해(2015년 기준), 실제로 ‘나는 중산층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40%대(2019년 기준), 조사 방식에 따라 20%대까지 추락한다(2013년 기준).

객관적 기준과 주관적 기준에 따른 중산층 규모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 구해근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국의 불평등 구조와 중산층이라는 계층의 분열을 들여다본다. 경제적 불평등과 중산층의 위기는 21세기 거의 모든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특히 한국은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로 중산층이 와해되기 시작했다(1장 「한국 중산층의 형성과 와해」). 이러한 가운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체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중간계층 내에서도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으며, 중산층 내에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특권적 기회를 누리는 소수의 상류 부유층이 형성되었다(2장 「불평등 구조의 변화」, 3장 「특권 중산층의 등장」). 저자는 한국사회의 계급동학을 주도하며 부상한 신흥 상류 중산층을 ‘특권 중산층’이라 명명하며, 이 계층의 내부 구성과 성격, 그리고 질적 변화에 시선을 집중한다.

 

신흥 상류 중산층의 계급 구별짓기

과시적 소비, 주거지 분리, 그리고 교육 경쟁

 

특권 중산층은 경제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으로도 대다수 중산층과는 다른 계급적 특성을 보인다. 과거 하나의 중간계층으로 여겨지던 이들이 상류 부유층과 일반 중산층으로 분열되면서 신상류층은 그들만의 계급을 구별짓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구해근은 상류 중산층의 계급문화가 두드러지는 소비, 주거, 교육 세 분야를 들여다보며 이들이 어떻게 한국의 계급 지형과 사회문화를 바꾸었는지 분석한다.

소수의 부유한 특권 중산층의 계급 구별짓기가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분야는 소비 행위이다. 부유 중산층은 일반 중산층과 계급적 차별을 두기 위해 과시적인 소비를 하며 신분 경쟁을 이어나갔다(5장 「명품, 웰빙, 계급 구별짓기」). 특히 이들이 강남에 몰려 살게 되면서 주거지가 계층적으로 분리되었고, 자연스레 ‘강남 스타일’ 계층문화가 발달했다(4장 「강남 스타일 계급 형성」). 이러한 소비 형태와 생활 모습은 중산층의 새로운 기준이, 그러나 일반 중산층이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높은 기준이 되었다. 교육 분야에서의 계급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저자는 특권 중산층이 지닌 계급적 불안을 분석하며, 교육이 이러한 불안을 달래고 자식에게 계급을 세습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 되었음을 지적한다(6장 「교육 계급투쟁」, 7장 「글로벌 교육 전략」).

 

세계적인 사회학자 구해근이 바라본

한국의 불평등한 계급 구조

 

저자 구해근은 산업화 과정에서 잉태된 문제를 사회학적 시각으로 조망하는 연구를 지속하며 동아시아 노동연구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인 사회학자로 주목받아왔다. 2003년 미국 사회학회가 ‘아시아 부문 최우수 저서’로 선정한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신광영 옮김, 창비 2002, 원제 Korean Workers: The Culture and Politics of Class Formation)이 한국 노동자계급의 형성과 그 계급문화를 분석한 저서였다면, 20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저서 『특권 중산층』에서는 그의 학문적 관심이 옮겨간 중산층과 신흥 중간 계급에 주목한다.

중산층이 내부로 균열되면서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뒤따랐으며,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과 계급경쟁으로 나타났다. 그간 중간계층에 대한 연구는 중산층의 몰락과 쇠태에 집중되어온 경향이 있다. 저자는 한국의 중간계층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즉 중산층의 위기나 하향분해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상층지대에서 발생하는 계급 구별짓기와 새로운 형태의 계급투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오늘날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한국 상류층의 계층문화에 대한 숙고가 시급함을 따끔하게 지적한다. 예리하고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특권 중산층』이 한국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자각의 초석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