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은 사양할게요

김유담  소설
출간일: 2022.11.11.
정가: 16,000원
분야: 문학, 소설

찬란한 박수는 없어도 인생의 커튼콜은 우리의 것!

신동엽문학상 김유정작가상 수상작가 김유담의 단짠 청춘 소설

 

이 시대 청춘들의 삶을 고유의 활력과 리듬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2020년과 2021년 연달아 신동엽문학상과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하며 평단에서도 찬사를 받은 작가 김유담의 신작 장편소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연재 플랫폼 ‘스위치’에서 높은 조회수로 사랑받았던 이번 작품은, 오랜 꿈은 잠시 미뤄두고 회사에 취직해 고군분투하는 신입사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늘 피곤한 얼굴로 반쯤 잠에 취한 채 사무실과 월세방을 오가는 주인공 ‘연희’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깊은 공감을 불러오며, 이른바 ‘현실 고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회사 생활의 장면들은 풍성한 재미를 더한다. 맛깔나게 읽히는 김유담의 입담으로 지어진,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이 소설을 읽다보면 깔깔 웃다가도 어느새 눈물짓게 된다. 전작 『탬버린』(창비 2020) 『이완의 자세』(창비 2021)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내며 재미와 위로를 전했던 김유담의 ‘청춘 삼부작’ 완결편이기도 하다.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우리

 

대학 시절 전부를 연극 동아리에 바치며 연극배우의 꿈을 꾸던 연희는, 꿈은 잠시 뒤로하고 취업하기로 결심한다. 바닥부터 시작해도 성공을 가늠할 수 없는 배우의 길도 험난했지만 취업의 길 역시 만만하지는 않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이력서를 쓰다가도 아직 남은 미련에 연극 오디션 정보를 알아보던 여러 밤이 지나고, 연희는 ‘드림출판사’에 인턴으로 취직하게 된다. 삼개월의 평가 기간이 지나 정규직이 된 연희는 폭언을 일삼는 팀장이 있어 악명 높은 키즈콘텐츠1팀으로 배정받는다. “제발 키즈콘텐츠1팀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인사팀을 찾아가 읍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14면)이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인턴 동기들을 떠올리며 회사 생활을 이어간다.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는 ‘천팀장’과 여차하면 일을 떠넘기기 일쑤인 ‘성대리’와 함께 일하게 된 연희는 매일같이 화장실에 숨어 눈물을 훔치지만, 퇴근 후 돌아갈 작은 방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버텨낸다.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며 외로운 날들을 견디는(161면) 연희의 곁에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 ‘장미’와 연인인 ‘종민’이 있다. 연희는 취업이나 안정적인 생활은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배우의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친구 장미를 질투하고, 알고 보니 십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던 종민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이 둘에게 기대어 한 시절을 보낸다. 장미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유명 격언을 메신저 프로필에 써두는가 하면(185면) 무작정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뻔뻔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연희가 계속해서 희미하게나마 꿈을 품고 살게 해주는 둘도 없는 ‘상대배우’이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연희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좋아하는 천팀장의 호감을 이용하는 종민 역시 연희가 가장 힘든 순간 주저 없이 달려와준 유일한 사람이다.

외주 사진작가인 종민을 데리고 가겠다는 천팀장의 사심이 담긴 워크숍에 가야만 하고 천팀장의 차를 세차하는 일을 도맡기도 하며 옷차림도 사회생활의 일부라는 성대리의 구박을 견디는 날들을 보내던 연희가 차츰 회사 생활에 적응할 무렵, 키즈콘텐츠1팀이 기획한 아동전집이 ‘대박’ 난다. 별책부록으로 퍼즐을 제공한 전집은 홈쇼핑 광고에 힘입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모처럼 천팀장, 성대리와 함께 뿌듯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2차 홈쇼핑 방송을 준비하던 중 사건이 발생한다. 본부장이 고른 업체에서 만든 퍼즐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되고 실제 피해 아동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드림출판사는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전 직원이 대국민사과에 동원되는 아슬아슬한 날들을 이어가던 중, 연희는 자신의 신세만을 걱정하며 한탄하는 장미에게 버럭 짜증을 내고 만다. 그렇게 장미의 연락은 영영 끊어지게 된다. 매일매일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삶의 무대에서 하고 싶지 않은 배역을 맡아 연기해야만 하는 연희는, 상대배우마저 퇴장해버린 이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더라도

하나의 막이 끝나면 새로운 막이 열린다는 것을 안다”

빛나지 못해도 우리는 모두 삶의 주연

 

소설가 권여선의 추천사가 말하듯 “우리의 청춘이 시보다 팍팍한 산문에 가깝다는 것” “성장은 모험담이 아니라 부조리한 에피소드의 연쇄라는 것” 그래서 “그 시절의 아픔이 낭만적으로 녹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김유담의 소설은 적확하게 짚어낸다.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추천사, 윤덕원)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들을 위한 자리를 기꺼이 마련해내며 한 시절의 어둠을 지나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섣부르지 않은 위로를 건넨다. 한번쯤은 지금 이 생활이 아닌 다른 삶을 꿈꿨을 우리, 지금보다 고작 몇년 젊었던 시간 속에서는 분명 찬란한 꿈을 꾸던 우리, 그러나 줄어드는 통장 잔고와 매달 날아오는 카드 값 문자에 한숨을 내쉬는 이 시대의 ‘우리’라면 김유담의 이야기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암전 속 무대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김유담은 말한다. 인생은 반짝이는 커튼콜 없이도 괜찮다고, 커튼콜은 사양하겠다고.

스물여섯살의 조연희씨를 어디선가 본 듯하다. (불평불만이 많은 만큼 자기 반성에 능하고, 자존감이 높지 않아 남에게 상처도 잘 받고 잘 준다. 호오가 분명해 화가 많고, 옳고 그름의 잣대가 흔들려 때로 회의하고 자주 좌절한다.) 연희씨는 과거에 품었던 열정에, 현재 다니는 직장에, 미래에 다가올 불안에 동시다발적으로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감정은 널뛰고 행동은 서툴고 관계는 위태롭다. 김유담은 우리의 청춘이 시보다 팍팍한 산문에 가깝다는 것을, 성장은 모험담이 아니라 부조리한 에피소드의 연쇄라는 것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시절의 아픔이 낭만적으로 녹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어차피 잔인할 바엔 이토록 말갛게 능청스럽기로 한다. 곱게 가라앉힌 앙금을 품은 물처럼, 결국 우리는 휘저어진다. 권여선 소설가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가 있다. 이곳이 과연 내가 있을 곳이 맞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그러나 사회에 발 들이고 그 톱니바퀴 속에 놓인 이상 쉽게 포기하고 내려올 수 없다. 김유담이 그려낸 이 무대는 사회초년생이 맞닥뜨린 세상이다.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아서 헤맸던 그 시절을 지나오며 깨달은 것은, 세상에는 나의 역할이 있지만 그것은 내가 원하던 것과는 다르고 그조차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되어버린 연극을 중도에 끝내버릴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하나의 막이 끝나고 새로운 막이 열린다는 것을 우리는 곳 알게 된다.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함께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윤덕원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저자의 말

『커튼콜은 사양할게요』에 나오는 회사와 등장인물은 실재하지 않으며 모두 허구이다. 허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는 한 시절의 내가 담겨 있다. 이십대의 나는 모든 것이 과잉 상태였다. 지나치게 누군가를 좋아했고, 필요 이상으로 누군가를 싫어했다. 주변의 많은 것이 부당하고 불합리하게만 여겨졌던 사회초년생 시절, 내가 가장 미워했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 시절을 조금 더 유연하고 대범하게 보냈더라면 하는 후회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스스로를 탓하고 책망하는 일이 줄었다. 내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불행에 발목 잡힌 과거를 조금씩 흘려보낼 수 있었으니까.

(…)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굶지 않고, 작품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과분한 행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만의 행운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깜깜하고 막막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 이 시대의 ‘연희’와 ‘장미’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그들이 꿈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소설을 썼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대신 연희와 장미를 오래 기억해주세요.

2022년 가을

김유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