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비밀 친구

경혜원  지음
출간일: 2022.10.28.
정가: 16,000원
분야: 그림책, 창작

 

전작 『엘리베이터』 『나는 사자』 등을 펴내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대만 오픈북어워드를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림책작가 경혜원의 신작 『커다란 비밀 친구』가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를 돌보면서 아이가 만난 환상 친구와의 찬란한 우정을 그린다. 공룡 친구 ‘두리’와 함께하는 동안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아이가 자신의 곁에 의지할 가족과 친구가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 뭉클하게 전개된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어린이 내면의 커다란 힘을 전하면서 세상에는 우정이 존재한다는 진실을, 그 우정을 디딤돌 삼아 우리는 계속 나아갈 수 있음을 다정하게 전한다.

 

"하고 싶은 말 모두 나에게 들려줘. 내가 들어 줄게."

혼자인 나를 찾아온 ‘커다란 비밀 친구’ 

 

아이는 혼자 걸어간다. 도서관, 하굣길, 집에서도 아이는 혼자 있다. 출근한 아빠는 아이가 잠든 뒤에야 돌아오고, 아픈 엄마는 병실에 누워 있어 아이 곁에 머물지 못한다. 아이가 안부를 물어도 엄마는 대답이 없다. 어느 날, 엄마를 위해 책을 읽는 아이에게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네가 읽는 책 정말 재미있다. 더 읽어 줄래? 내 이름은 두리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 공룡 ‘두리’를 만난 다음부터 단조롭던 아이의 하루에 따듯한 빛이 번진다. “배고프지? 밥 먹자.” 하고 두리가 아이를 챙길 때, “별일 없었어? 이번 주는 어땠어?” 하고 아이의 안위를 돌볼 때마다. 『커다란 비밀 친구』는 아이와 두리의 우정이 일상적인 질문에서 시작되고 깊어지는 풍경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서 우리의 삶을 반짝이게 하는 힘은 위대한 마법이 아닌 작고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어린이 내면에 깃든 커다란 힘을 일깨우는 이야기

 

아이는 엄마가 병상에서 일어나면 모든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엄마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단란하던 가족의 모습도 변해 버렸으니까. 아이는 위태로운 환경 속에서 울적한 마음을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면서도 어른이 없는 시간을 묵묵히 통과한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향한 그리움을 견뎌야 하지만 그 통증에 매몰되지 않는다. 상상 친구 ‘두리’에게 기대어 상실의 시간을 회복의 시간으로 바꾸어 낸다.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들려 달라는 부탁, 언제나 여기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약속, 그리울 땐 함께 본 풍경을 기억하자는 제안은 아이의 상상 속에서 두리의 입을 통해 아이 스스로에게 전해진다. 『커다란 비밀 친구』는 불가항력의 시간을 견디는 어린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면서 무력감에 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주인공의 근사한 용기를 그린다. 두리의 우정은 아이가 세상에서 버틸 힘이 되고, 그 힘은 아이가 현실에서 진짜 친구를 만나게 한다. 자신의 힘으로 위기에 맞부딪혀 넘어서는 아이의 귀한 경험은 독자가 이야기 바깥에서 저마다의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만의 ‘커다란 비밀 친구’를 불러낼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자신과 세상을 끌어안는 포용의 상상력

 

『커다란 비밀 친구』는 경혜원 작가가 아픈 가족을 돌보았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작가는 언젠가 아이 입장이었던 자신에게 그리고 저마다의 아픔을 간직한 독자에게 ‘두리’라는 소중한 우정을 선물하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기적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두리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아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우울한 곳이라고만 여겼던 병원 가까이에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도, 캄캄해서 무섭게만 느꼈던 밤이 별빛과 불빛으로 가득한 시간이라는 것도 모두 두리를 통해 알게 된다. 처음 두리와 만났을 때 두리의 품에 안겨 위로받던 아이는 두리와 헤어지는 순간 두리의 등을 쓰다듬으며 받은 위로를 되돌려 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 두리와는 헤어지지만 두리 덕분에 얻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아이가 그리운 이와 뭉클하게 재회하는 결말은 예상을 벗어나는 반전이면서도 읽는 이에게 아이가 자신과 세상을 끌어안으며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길고 유연한 목, 유순한 눈빛, 커다란 몸집을 한 공룡은 외로운 아이를 포근하게 안아 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담은 캐릭터이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아이를 품는 작가의 그림이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줄거리

오랫동안 병실에 누워 있는 엄마의 회복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어느 날 공룡 ‘두리’가 찾아온다. “배고프지? 밥 먹자.” “별일 없었어?” 하고 다정한 질문을 건네는 공룡을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와락 안는다. 공룡이 아이를 찾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경혜원 작가의 어린 공룡이 자라 이제는 어린이를 가득 품어 안는다. 공룡의 힘은 부드러운 곡선에서 나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작가는 일억 년 전에서 불러온 것 같은 은은한 빛으로 그 곡선 안에 안전지대를 만든다. 속 깊은 공룡 친구 ‘두리’와 있으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겠다.
『커다란 비밀 친구』는 어린이의 마음을 다 알아주는 그림책이다. 어른이 없는 시간에 더욱 자라는 어린이의 용기와 우정이 담겨 있다. 분명히 이 시간을 잘 보냈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작가는 위기의 세계 속에서도 우리를 안심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림으로 말한다.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