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바다 마을. 노견 ‘하나’는 할머니와 공놀이를 하러 바다에 간다. 할머니가 하나의 불편한 다리를 고려해 바닥이 푹신한 모래사장으로 하나를 데려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가 던진 공을 언제 어디서나 척척 받던 하나지만 이제는 종종 공을 놓친다. 놓친 공이 파도에 밀려가자 하나는 공을 잡으려고 바다로 뛰어든다. 하나가 오랜 시간 소중히 여겨 온 빨간 공이기 때문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빨간 공을 따라가던 하나는 수많은 공으로 이루어진 섬에 다다른다. 하나는 공 섬에서 불편한 다리도, 하나를 기다릴 할머니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해가 저물 무렵, 집에 가져가고 싶은 새 공을 입 안 가득 문 하나에게 빨간 공은 뜻밖의 이야기를 건넨다. 자신은 너무 낡아서 공 섬에 남겠노라는 것. 하나는 빨간 공과 보낸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본다. 하나와 빨간 공 그리고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작가 서은영은 『나의 빨간 공』을 통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속 서랍을 열어 잊었던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나의 빨간 공』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늙은 개와 낡은 공 그리고 외로운 할머니가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렸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사는 단칸집은 1인용 소파와 소반, 단출한 옷가지, 반들반들 윤이 나는 장독 등으로 세심하게 묘사된다. 설명하는 글은 없지만 그림만으로도 할머니의 정서와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외진 바다 마을에서 홀로 살아가지만 할머니의 삶은 반려견 하나가 있어 쓸쓸하지 않다. 하나도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마음은 할머니가 하나에게 선물한 빨간 공을 통해 드러난다. 하나는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빨간 공을 늘 곁에 둔다.
할머니와 하나 그리고 빨간 공 사이의 애틋한 사랑은 어김없이 서로를 향하는 인물들의 시선과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셋이 함께 어울려 있는 포근한 풍경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작가는 인간 중심적 세계상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책임 있는 관계 맺음을 섬세하게 그린다. 친구를 잃어버린 공들이 모여 사는 섬을 상상한 작가의 세계 속에서는 누구도 외롭지 않다. 작가의 다정한 상상은 우리 주변에서 홀로 지내는 모든 이들을 떠올려 보게 하며 ‘우리’라는 경계의 외연을 가뜬하게 넓힌다.
잃어버린 빨간 공을 찾아 떠난 노견 ‘하나’의 모험 이야기. 한적한 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늙은 개와 낡은 공 그리고 외로운 할머니가 가족을 이루어 다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렸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며 섬세한 연출로 이야기의 길목을 연결한 작가의 솜씨가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기분 좋게 이끈다. 신예 작가 서은영이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으로,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려한 전개와 연출,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이 빛난다.
『나의 빨간 공』은 작가 서은영이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이다. 구아슈와 수채 물감 그리고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전하면서도, 칸을 나누어 연속적인 그림을 그리는 만화 형식의 구성을 활용하여 이야기 마디를 좁히거나 늘여 서사에 리듬을 만들어 냈다. 장면 흐름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컷으로 분할한 레이아웃과 널따란 펼침 레이아웃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분해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주인공들의 추억을 배치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적 연출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그림책 서사로서는 실험적인 시도다. 작가는 천천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함축적인 글, 단단한 글과 일체를 이룬 그림, 적재적소에 알맞은 화면 연출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이야기의 길목을 섬세하게 연결해 냈다. 이야기의 구조와 리듬을 직조하는 작가의 유려한 솜씨가 독자를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기분 좋게 이끈다.
작품 줄거리
노견 ‘하나’는 오랜 시간 함께한 빨간 공을 소중히 여긴다. 할머니와 공놀이를 하다가 빨간 공을 바다에 빠뜨리고 만 하나는 바다로 뛰어든다. 빨간 공을 되찾기 위해 떠난 모험에서 하나는 잃어버린 공들이 모여 사는 섬에 도착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