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만화도서관 7

사랑하는 이모들

근하  만화
출간일: 2022.06.17.
정가: 15,000원
분야: 만화, 청소년·성인
전자책: 있음

“그 시간을 평생 껴안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모들』은 가장 외로운 날들에 스며든 가장 따뜻한 이야기다.

 

 

―최진영 소설가

 

 

 

202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근하 작가의 첫 장편만화 『사랑하는 이모들』(창비만화도서관 7)이 출간되었다. 꾸준히 성 소수자, 지방에서의 삶, 청년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이던 근하 작가가 첫 장편만화 『사랑하는 이모들』에서는 여성 청소년 서사를 펼쳐 보인다.

 

『사랑하는 이모들』은 중학생 효신이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은 후, 이모와 이모의 연인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품 안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성장담이다. 한국 사회가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울타리 안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어 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리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효신의 성장과 한국 사회의 정상성에 대한 묵직한 물음이 엮여 있는 이 이야기는, 근하 작가 특유의 서정성 짙은 푸른빛 채색이 더해져 성장기 독자의 마음에 울림을 전달한다. 효신의 여정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면서도 가족에 형태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수작이다.

 

 

 

엄마를 잃고 이모와 보낸 세 번의 계절

 

 

 

중학교 3학년이 된 효신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는다. 효신의 아빠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건강이 나빠지고, 효신은 잠시 대구에 있는 이모 진희의 집에서 살기로 한다. 상실의 아픔을 치유할 새도 없이 십 년 만에 이모를 만나게 된 효신은 진희의 집에 동거인 주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잘 해 주려는 이모 진희도,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주영도 불편하기만 한 효신. 하루아침에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야 한다는 혼란, 엄마를 잃은 슬픔,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빠에 대한 원망이 마구 뒤섞여 효신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뭐 하는 사람일까. 왜 집에만 있지. 앞으로 저 사람이랑 계속 지내야 하는 건가. 불편해…….”(본문 33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진희, 무심한 듯 다정한 주영에게 효신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주영에게도 ‘이모’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대구에 적응하려던 참에 효신은 주영에게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왜 둘이 같이 사는 거예요? 친구라서……?” “진희랑 나랑?” “아니,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야.”(본문 59면)

 

 

 

‘내가’ 사랑하는 이모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이모들

 

 

 

평생 ‘엄마’ ‘아빠’ ‘자녀’로 이루어진 형태의 가족만 겪었던 효신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효신은 모든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효신에게 주영은 원망의 말을 전하지 않는다. 주영은 효신의 존재 자체가 불편한 게 아니라 그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걱정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고 말없이 효신에게 손을 내민다. 효신의 다른 쪽 손 역시 진희가 잡아 준다.

 

느슨하고도 단단한 두 손은 엄마의 손과는 다르다. 하지만 효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큰소리로 다투고 방에 혼자 틀어박히기도 하지만, 서로 닮은 점을 찾아내고, 이모들에게 때때로 마음을 내 주며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나란히 손을 잡고 산책하는 이 가족의 뒷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제는 ‘정상가족’의 개념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억압과 강요, 편견 없이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이 사랑으로 이룬 공동체라고. ―최진영 소설가(『이제야 언니에게』 『해가 지는 곳으로』)

 

 

 

내가 가장 외로웠을 때

 

마음을 보듬어 준 나의 가족

 

 

 

감당할 수 없이 힘든 일을 겪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이의 품이다. 특히 그게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청소년이라면, 그를 단단하게 잡아 주고 위로해 줄 타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품을 내주는 사람을 꼭 우리 사회가 지정하고, 몇몇 형태로만 존재할 수 있게 제한해야 할까? 『사랑하는 이모들』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조용히, 그러나 굳건하게 전한다.

 

이야기의 말미에 새로운 발을 내딛는 효신은 예전보다 더 단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앞으로 이모들과 헤어져 살게 될지라도, 그들의 품에서 치유 받고 웃었던 날들이 효신 안에 평생 살아 있을 거라는 사실을 효신도 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이모들과 함께 보낸 효신은 가벼운 봄바람에도 시렸던 마음이 차디찬 겨울바람에도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용감해졌다. 안온한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효신의 씩씩함이 읽는 이들의 마음을 환히 밝힐 것이다.

목차

1 011

2 063

3 127

에필로그 203

작가의 말 212

『사랑하는 이모들』은 가장 외로운 날들에 스며든 가장 따뜻한 이야기다. 자기 상처를 돌아보며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까지, 두려운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저마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 옆에서 가만히 손잡아 주는 이모들이 여기 있다. 이제는 ‘정상가족’의 개념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억압과 강요, 편견 없이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이 사랑으로 이룬 공동체라고. 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사랑을 전하는 이모들과 효신이 함께한 고요하게 밀도 높은 날들을, 나 또한 평생 껴안고 살고 싶다. ―최진영 소설가(『이제야 언니에게』 『해가 지는 곳으로』)

저자의 말

오랜 시간 저는 개울가의 흐르는 물 사이로 뾰족한 돌을 밟게 될까 봐 건너기를 한참 망설이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상처 입을 것이 두려워 나서기를 주저하는, 그렇기에 좋은 일들을 스스로 내던지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만화를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자 세상으로부터 이해받는 기분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먼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생겨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화 그리게 된 덕입니다. 처음으로 만든 장편만화가 『사랑하는 이모들』이어서 기쁩니다. 이 사실만으로 저는 한동안 벅차고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