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16

위저드 베이커리(개정판)

구병모  장편소설
출간일: 2022.03.27.
정가: 13,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당신에게도 되감고 싶은 시간이 있습니까?”

 

 

 

위험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2009년 출간 이후 멕시코 프랑스 태국 등 9개국에 번역 수출되며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으로, 가족에게서 도망친 한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기묘한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 같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시대에 맞게 바뀐 표현, 새롭게 정제되고 더해진 문장, 반지수 작가의 유려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이번 개정판에선 50만 독자를 사로잡은 달콤쌉쌀한 판타지가 다시 한번 빛난다.

 

 

 

한국 청소년문학의

‘고전’으로 기억될 작품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나온 『위저드 베이커리』는 2009년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간 청소년소설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은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한 이 소설은 평단과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또한 학교 안으로 한정되었던 청소년문학의 주제를 확장해 이후 다종다양한 청소년소설이 등장하는 초석이 되었다.

‘한국 청소년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은 『위저드 베이커리』는 13년이 지나 이제 우리 청소년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읽을 때마다 색다른 맛을 선사하는 인상적인 문장과 독특한 상상력은 지금의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개정판으로 돌아온 『위저드 베이커리』는 세월이 지나도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새로운 청소년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마법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간을 되감아 주는 머랭쿠키가 있다면 어떨까?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해 주는 마들렌, 사업이 잘되게 해 주는 머핀이 있다면?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 파우더처럼 흰 얼굴에 꽁지 머리를 한 마법사 점장이 24시간 불을 켜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곳,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다.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 ‘나’는 가족에게서 도망쳐 동네 빵집인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다. 급한 마음에 단골 빵집의 오븐 속으로 뛰어든 소년이 마주한 것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 평범한 빵집인 줄로만 알았던 그곳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특별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의 베이커리였던 것이다.

사과하고 싶은 사람과 화해하게 해 주는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을 ‘먹고 떨어지게’ 만드는 ‘노 땡큐 사블레 쇼콜라’, 나 대신 도플갱어가 학교나 회사에 대신 가 주는 ‘도플갱어 피낭시에’ 등 마법사 점장이 제작하는 다종다양한 빵들은 저마다 이채롭고 매력적이다. 한 번쯤 꿈꿔 봤을 법한, 소원을 이루어 주는 빵들을 만나며 독자들은 주인공 소년과 함께 위저드 베이커리의 신비로운 세계로 마법처럼 빠져들게 된다.

 

 

 

달콤쌉쌀한 판타지에 담긴

담담하지만 포근한 위로

 

 

 

소년이 몸을 피하도록 도와주지만, 점장은 착하거나 친절한 성격이 아니다. 그는 때때로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고, 손님들에게 냉랭한 말을 던지기도 한다.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점장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수습해 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전하는 판타지는 현실로부터 도피해 자기 마음대로 꿈꾸는 몽상이 결코 아니다. 무거운 현실이 마법의 세계에도 적용되는 모습을 보며 소년은 자신 또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씁쓸함을 느낀다.

이렇듯 위저드 베이커리에선 잔혹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그곳에서 소년은 한 줄기 위로를 얻기도 한다. 점장이 몽마의 습격을 당한 날, 괴로워하는 점장을 보던 소년은 악몽을 대신 꾸겠다고 몽마에게 말하고,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나오는 악몽을 꾼 뒤 이틀 동안 일어나지 못한다.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점장을 보며 가족에게서조차 느껴 본 적 없는 위안에 눈물을 흘린다.

 

 

 

 

 

 

“……낄 만한 데 껴. 누가 너더러 그따위 짓을 하랬냐.”

 

“…….”

긴장이 풀리자 뜻밖에도 눈물이 새어 나왔다. 학교 담임이, 또는 배 선생이 내게 똑같은 일을 했을 때 내 마음을 채웠던 건 회피나 분노, 억울함 아니면 냉소 같은 것들이었다. 지금 몰려오는 감정은 낯선 종류였고, 아픔 또한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음을 아는 데에서 오는 것이었다. (143면)

 

 

 

 

 

 

소년은 까탈스럽게만 보이던 점장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그가 입은 흰 가운을 하염없이 적신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시니컬한 문체로 냉혹한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갓 구운 빵과 같은 포근한 위로를 이야기한다. 가족에게서 도망쳐 마음 둘 곳 없는 소년이 마법사 점장의 담담하지만 따뜻한 포옹을 받는 장면에서, 독자들은 현실을 단단히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온기를 느끼게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보여 주는 달콤한 판타지 속에는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다. 판타지와 현실을 적절한 비율로 반죽한 덕분에, 이 소설이 말하는 위로는 결코 가볍거나 덧없지 않다. 손쉬운 연민이 아닌 단단한 위로를 전하는 『위저드 베이커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한 줄기 빛으로 남을 것이다.

 

 

▶ 줄거리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새어머니인 배 선생과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나’는 여동생인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쳐 나와, 평소 끼니를 해결하고자 자주 들른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다. 급한 마음에 단골 빵집으로 뛰어든 소년이 마주한 것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 평범한 빵집인 줄로만 알았던 그곳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특별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의 베이커리였던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 머물게 된 소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또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 점장과 그를 돕는 파랑새에게서 따끔한 충고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느껴 본 적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목차

프롤로그

 

 

개암나무 가지

 

악마의 시나몬 쿠키

 

땅콩버터 맛 대보름빵

 

체인 월넛 프레첼과 마지팬 부두 인형

 

몽마의 습격

 

타임 리와인더

 

화이트 코코아 파우더

 

바로, 그 순간

 

 

 

Y의 경우

 

N의 경우

 

 

 

초판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 미장센에 매혹되어 따라가다 보면 다소 불편한 비극들을 만난다. 그것들은 상처라고 내세우기 힘든, 내 안에 켜켜이 쌓인 작은 비극들과 닮아 있어 서글프다. 그대로 빈틈없이 정교한 글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아프고 깊은 내면에 다다르고, 거기서 한참 울다 보면 제법 괜찮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내게 『위저드 베이커리』는 잔혹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너무도 따뜻한 구원의 서사다. —김이나 작사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들에는 저마다의 맛이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타인의 입에 물려 주고야 마는, 그 맛을 잊었다 싶을 때 한 번 더 먹어 보게 되는. 두 가지 중 ‘선택’을 하자면 『위저드 베이커리』는 생의 시절마다 맛보게 되는 이야기이고, 그때마다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정들이 톡 쏘아 혀를 얼얼하게 만든다. 고등학생의 나는 배 선생이 무서웠고, 스무 살의 나는 소년이 안쓰러웠으며, 서른 살의 나는 선택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그로 인해 어떤 선택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모든 인물이 비참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이처럼 여러 번 곱씹어 삼켜야 한다, 오래도록. 끝내 소화되지 못하더라도. —천선란 소설가
청소년문학은 우리 곁에 이미 단단히 자리 잡았다. 이제 우리 청소년문학에도 ‘고전’이라 부를 만한 작품이 생겨날 때가 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야말로 그런 작품이다. 이 소설이, 십여 년이 지나 새 옷을 입고 세상에 다시 나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거운 주제를 맛난 이야기로 구워 내는 마법과 같은 솜씨는, 청소년 독자의 입맛을 돋우고 영혼을 살찌우기에 충분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구병모 월드’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훌륭한 작가는 작품들과 함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빵집 문을 열고 ‘구병모 월드’로 들어서는 순간,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김선산 도장중 교사
이 책은 두 가지(혹은 세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당신, 숨을 곳이 있는가? 빵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화덕 같은 곳, 당신을 이끌어 줄 마법사 멘토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줄 파랑새 같은 소녀가 있는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둘,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당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시간으로? 조건이 있다. 당신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야 한다. 그때 똑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겪은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 조심하라! 이 책은 당신을 달콤한 빵 냄새로 유혹해 악몽처럼 섬뜩한 진실로 이끈다. (셋, 그래도 당신…… 이 책을 읽을 건가?) —권여선 소설가 『위저드 베이커리』는 도망치고 싶은 현실의 덫에 걸린 사람들, 무모한 환상과 어두운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치명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빵과 쿠키를 맛깔나게 우리 앞에 내놓는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한 재미와 당혹스러운 서늘함과 스피디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첫 장을 열었을 때, 현실의 허기에 찬 당신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입 안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김지운 영화감독
문체는 간결하고 유머는 섬뜩하며 묘사는 회화적이다. 일찍이 이토록 잔인하고 유혹적인 성장소설을 본 적이 없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방문해 보시라.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우리 유년의 어두운 그림자를 부릅뜨고 만나 볼 비밀을 발견할 것이다. —방은진 영화감독·배우

저자의 말

어떤 소설은 생물과 같아, 독자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변화합니다. 한편으로 어떤 소설은 화석과 같아, 고생대의 잔혹한 기후와 척박한 환경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하여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화석과 생물의 중간노선을 타는 개정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책을 펴내고 지켜 주신 출판사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문을 열어 놓을 수 있었던 힘은, 적지 않은 의구심과 부족함 속에서도 독자님들이 그침 없이 보내 주신 성원에 있습니다.   2022년 3월 구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