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변비인 줄 알았는데, 내 몸에 혹이 있다고?
평범한 1인가구 여성의 눈물 나게 유쾌한 부인과 수술기
지독한 변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몸에 혹이 있다고 하면 뭐부터 해야 할까? 몸이 아무리 아프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당장 입원하라는 주치의의 말에 회사에 병가를 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입원비와 수술비는 얼마나 나올지 근심하며, 1인가구라면 수술 동의를 해줄 보호자는 누구로 해야 할지, 간병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혼자 입원했습니다: 요절복통 비혼 여성 수술일기』는 홀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게 된 주인공의 고민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쾌활하게 엮어낸 만화다. 전작 『안녕 커뮤니티』로 고독사, 노인문제, 젠트리피케이션, 사회의 차별과 편견 등 굵직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엮으며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받는 만화가 다드래기의 작품으로, 2020년 웹툰 플랫폼 딜리헙에서 「얼렁뚱땅 병상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작품을 수정‧보완해 새로운 제목의 단행본으로 선보인다.
서른둘, 평범한 콜센터 상담사인 주인공은 난소내막종 진단을 받고 암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여성의 질병에 대해 사회 전반은 물론 당사자인 여성조차 무지한 현실, 병원에서 마주하는 생과 사의 무게, 간병 및 돌봄노동 문제까지,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투병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 안팎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두루 다룬다. 다드래기 작가 특유의 탄탄한 연출과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묵직한 주제의식이 명랑하게 어우러진다. 배가 끊어질 듯 아프고 배가 끊어질 듯 웃긴 ‘요절복통’ 수술기가 독자들을 눈물 나게 유쾌한 세계로 초대한다.
당장 입원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호자가 없는데요?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는 조기순은 지독한 변비로 고생한다.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 친구의 조언을 듣고 부인과로 향하게 된다. 그저 변비가 심할 뿐인데 이어지는 검사가 심상치 않다. 기순은 난소에 꽤 큰 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난소내막종 제거 수술을 받게 되지만 어느 것 하나 순탄치 않다. 입원하기 위해 회사에 병가를 내야 하지만 상사는 ‘그깟’ 부인과 질환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우는 걸 못마땅해한다. 6인실 병실이 모자라 배정받은 1인실 입원비는 만만치 않다. 수술 전후로 간병을 도와줄 마땅한 보호자도 없다.
주인공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곤란해하지만,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상사에게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발언을 날리고, 친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간호사들의 다정한 보살핌을 받고, 옆 침대 환자들과 도란도란 음식을 나눠 먹으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제대로 된 휴가 한번 없이 일만 했던 지나간 시간이 서러웠으나,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 더 즐거운 미래를 그리며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여성의 몸은 더 자세히 이야기되어야 한다
주인공의 친구인 문조미는 첫 생리를 시작한 이후 매달 생리통으로 고생하지만 진통제를 먹지 않고 버텨왔다. 여학생들만 따로 모여 받았던 성교육 시간에 ‘생리통은 약을 먹는다고 낫지 않으며,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다 괜찮아지는 거’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주변 어른들은 아무리 더워도 생리 중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며, 앞으로 남자들과 가까이 지내지 말고 얌전히 행동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다.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은 모순투성이였지만,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성의 몸을 감추는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처녀가 부인과를 오면 수군거리는” 게 현실이다. 난소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프고, 그 아픔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큰 용기가 된다. 여성은 여성의 몸을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 여성의 질병은 더 크게 이야기되어야 한다.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함께 마련하는 내일의 삶
아픔이 지나가든 지나가지 않든 일상은 계속된다. 누군가에겐 병원에서의 삶이 일상이 되고, 다른 누군가는 병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혼자 입원했습니다』의 주인공은 퇴원 후에도 고만고만하고 지루한 일상을 이어나간다. 다만 수술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그리고 더 재미있게 살겠다고 결심했다는 점이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자주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보호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들의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투박한 일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까운 이들과의 돈독한 관계가 주는 위안을 떠올리게 만든다. 저자는 이렇게 새로운 방식의 품앗이를 꿈꾼다고 말한다. 당신이 어느날 혼자 아파도 서럽지 않도록, 그리고 주변의 누군가가 홀로 외로워하지 않도록 서로 보호자가 되어줄 수 있다고, 그렇게 같이 미래를 마련하자고 말이다.
1화 변비인의 결심
2화 미세한 암시
3화 처음 만나는 불편함
4화 이상하게 억울합니다
5화 아무 죄도 없습니다
6화 믿어도 되겠습니까
7화 실제 상황
8화 일사천리
9화 하찮은 시간
10화 숙박의 품격
11화 혼자의 여생
12화 입실
13화 사람의 끝에는 뭐가 있게
14화 익숙하다 했지
15화 풍전등화
16화 모두가 예민하다
17화 가벼운 생사
18화 결전의 마음으로
19화 타이밍의 귀재
20화 줄을 서서
21화 시작했습니다
22화 귀환
23화 굳세어라 기순아
24화 수술 후 당일
25화 모두의 첫날
26화 1차 고비
27화 둘째날 아침
28화 둘째날 오후 섭식
29화 둘째날 오후 적응
30화 비범한 소리
31화 병문안은 토요일이 제맛
32화 시나브로 회복이
33화 피의 일요일
34화 나이롱
35화 퇴원의 품격
36화 10년 만의 휴식
37화 지나가리라
마지막화 계속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