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

권기덕  동시집  ,  임효영  그림
출간일: 2021.09.03.
정가: 10,8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보글보글 라면을 끓이듯 즐거운 상상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품어 주는 동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자 권기덕 시인의 첫 동시집

 

 

 

2017년 동시 「정글짐」 외 4편으로 제9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권기덕 시인의 첫 동시집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이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어린이의 곁에서 생활해 온 시인은 섬세한 눈길로 어린이의 일상 속에서 다채로운 시상을 포착한다. 유쾌한 상상력과 뭉근한 유머가 돋보이는 가운데 외로운 어린이의 마음에 정중하게 다가서는 서정 또한 따듯하고 미덥다. 표제작 「라면」을 비롯해 동심의 발랄한 표정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 총 61편을 수록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라면이라면!”

 

어린이의 유쾌한 비상을 응원하는 동시집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은 권기덕 시인이 오랜 시간 품어 온 시 세계를 엮은 첫 동시집이다. “밝고 긍정적인 세계관이 독자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준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린이가 처한 현실을 곡진한 시선으로 살피며 그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시적 공간을 마련했다. 딱딱한 사각형 책상 대신 폭신한 스펀지 책상이 가득한 교실(「스펀지 교실」), 낙타 등처럼 볼록한 운동장(「볼록 운동장」)을 그린 동시들은 기존 규범을 깨뜨리는 상상과 전복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표제작 「라면」은 어린이 독자에게 친숙한 음식인 라면과 어떠한 사실을 가정하는 연결 어미인 ‘~라면’을 나란히 놓는 말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힘찬 응원을 건넨다.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운동할 땐 고릴라라면/춤추고 싶을 땐 캥거루라면/대화가 필요할 땐 앵무새라면/수영하고 싶을 땐 물개라면/협동할 땐 개미라면/여행하고 싶을 땐 제비라면/깜깜한 길 가야 할 땐 올빼미라면/친구 도와주고 싶을 땐 악어새라면//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이 되고 싶다 _「라면」 전문

 

 

 

외로운 어린이의 마음을 보듬는

 

환하고 둥근 바람의 품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에는 홀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가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축구 경기가 한창인 운동장, 갑자기 비가 내리는 하굣길에 혼자인 어린이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내밀한 바람에 귀 기울인다.

 

 

 

바람집에 갔어요.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도 초대해 준 친구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었죠. 창문은 늘 열려 있어 무섭진 않았어요. _「정글짐」 부분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혼자 노는 「정글짐」의 화자는 뼈대만 있고 벽도 지붕도 없는 정글짐을 ‘바람집’이라 부르며 “창문이 늘 열려 있”는 바람집의 이곳저곳을 탐험한다. 그러나 정글짐을 오르내릴수록 즐겁기는커녕 자꾸만 쓸쓸해지는바, 정글짐 위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이 어두워지는 어린이의 찰나를 시인은 놓치지 않는다. 어린이의 외로운 마음 구석구석을 보듬는 바람처럼, 시인은 섬세한 서정으로 어린이의 진짜 ‘바람’을 읽으며 어린이의 굳은 마음이 “점점 둥글어” 갈 수 있도록 위로한다.

 

 

 

초대장이 없어도 갈 수 있어요 살랑살랑 풀꽃들의 노래, 똑딱거리며 집 짓는 거미도 보여요//(…)//가끔 외톨이 거인이 웅크린 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요 우리가 얼마나 신날지 상상할걸요//이곳은 둥긂과 둥긂이 넘쳐요 해지는 줄도 모르고 누구나 점점 둥글어 가요 _「풀잎 놀이터」 부분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선

 

 

 

권기덕 시인의 시선은 우리 곁에 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작은 존재들에게까지 가닿는다. 작고 약해 보이는 달팽이에게도 실은 무시무시한 이빨이 이만 개나 있다며 귀여운 경고를 보내는가 하면(「무시무시한 달팽이」), 무심하게 버려지는 휴지는 “눈물이 달라붙고/콧구멍이 달라붙고/엉덩이가 달라붙는” 하얀 자석 같다며 감탄하기도 한다(「휴지」). 사소한 것에서조차 섬세한 언어를 길어 올리는 동시들을 읽으며 독자들은 시인의 바람과 같이 “작은 것들을 더 잘 지켜 줄 수 있을”(「시인의 말」) 것이다.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이 어린이다운 엉뚱한 상상, 작은 존재들을 보듬는 다정한 시심(詩心)이 담긴 동시집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목차

1 동그라미 속에 동그라미가 산다

 

 

 

스펀지 교실

정글짐

캐치볼

달성공원

반대로 하는 축구 경기

맑은 날 구름 속의 나비 속의 걱정 속의 올챙이

갯지렁이

사실 난 악어와 함께 살아

나비 드론

착한 늑대

무시무시한 달팽이

줄넘기

볼록 운동장

증강 현실

가자미눈

2학년 7반 선생님 이름

 

 

 

2 여우를 만나러 갔어

 

 

환상 교실

자전거 바퀴

여우비

라면

의자라는 식물

벽시계

물웅덩이

저글링

기울기

내가 나를 들여다보기

스케치북

잎사귀 공원

음식이 우릴 선택한다면

개미귀신

미세 먼지

냉동 피자

 

 

 

3 문이 걸어가요

 

 

걸어가는 문

피노키오 꿈

벌레와 친구 되기

풀잎 놀이터

집 벌레

찌그러진 깡통

내 마음, 날아간 새들을 기다리는 창문

기네스북

휴지

복수

롤리팝 사탕

달리기

발달

양파

 

 

4 수염을 벅벅 지우며 다짐했어

 

 

지진 대피 훈련

권 기덕 쿵더러러러

선대칭 도형

이상한 약속

뻐꾸기 그림자

수염 대결

코끼리

꽃등에

무서운 등교

골키퍼 장갑

권총

젠가

가로등

아침 자습 시간

내 마음속 깊은 곳

 

 

 

해설|품고 다독이며 날개를 달아 주는 동시_김제곤

 

시인의 말|여기 있어,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