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친구들의 유쾌한 수다로 북적이는
미영이네 마당으로 초대합니다!
『땅따먹기』는 개성 있는 다섯 동물과 씩씩한 두 어린이를 통해 바라본 세상을 그린 동화다. 최진영 작가는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른 존재들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즐겁게 어우러지는 과정을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엮었다. 등장인물들의 왁자지껄한 수다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주인공에 따라 화자를 달리한 서술을 통해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냈다. 마침내 등장인물들이 ‘땅따먹기’ 놀이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해 나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이들은 다름을 존중하고 조화로운 삶을 꾸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수정 과정을 거쳐 개정판으로 선보인다.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달라도 너무 다른 동물들의 특별한 만남
도시 변두리 주택의 너른 마당은 어느 날 미영이가 데려온 닭 꼬꼬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충성스러운 개 누렁이가 평화롭게 지키던 마당에는 수다쟁이 참새 짹짹이에 이어, 고양이답지 않은 고양이 모질이까지 찾아와 한바탕 소란이 인다. 천적이자 원수 사이로 태어난 이들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최진영 작가의 『땅따먹기』는 생김새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른 동물들이 한데 모여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 낸다.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오롯이 지키려고 애쓰는 존재들이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나는 참새, 무리를 지키기 위해 기발한 꾀를 내는 집쥐까지……. 특히 살아 있는 것을 잡아먹고 싶지 않아 사냥을 거부하는 고양이 모질이는 무리에서 독립하여 당당히 집고양이가 되길 선택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상대의 것을 빼앗지 않고도, 서로를 해치는 일 없이도 스스로 삶을 행복하게 꾸려 나갈 수 있음을 깨달아 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동물 캐릭터의 개성적인 말소리를 맛깔나게 살리다!
마음 놓고 떠들 수 있는 마당을 선물할 동화
우리 사회는 어린이에게 정숙할 것을 요구한다. 학교와 가정에선 ‘말 잘 듣는 어린이’가 칭찬받을 뿐, 자신 있게 발언하는 어린이는 번거로운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이에 반해 『땅따먹기』는 수다스러운 동화다. 최진영 작가는 각 장별로 화자를 달리 구성하여 다섯 동물과 두 아이의 개성 있는 말소리를 온전히 담아냈다. 생동감 있는 필치로 왁자지껄하게 그려 낸 수다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김홍모 화가의 그림과 잘 어우러지며 풍부한 심상을 전달한다. 미영이와 기영이, 그리고 동물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수다를 읽어 나가는 동안, 어린이 독자들은 건강한 웃음과 함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인정받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마당은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이야.”
투기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 집을 성찰하다
『땅따먹기』에서 동물들이 마당을 두고 어디까지가 자기 영역인지 다툰다면, 사람들은 아파트를 지을 땅을 두고 얼굴을 붉힌다. 재건축으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집값이 오를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은 추억을 쌓아 온 집에서 떠나길 원치 않는 미영이네를 이해하지 못한다. 집과 땅이 쉽게 투기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세태는 날이 갈수록 점점 심화되고 있기에, 이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터전으로서 집이 갖는 의미에 대해 질문하게끔 한다. 마당의 동물들과 함께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삐뚤어진 마당이 있는 아담한 우리 집’을 지키기로 한 미영이네 가족의 선택은 그래서 더욱 미쁘다. 어린이 독자에게 이 ‘땅따먹기’ 놀이가 단지 상대보다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함께 행복을 가꾸어 나갈 집을 즐겁게 상상해 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작품 줄거리
재건축 열풍이 불어닥친 도시 변두리의 한 이층집. 누렁이가 지키던 미영이네 마당은 호기심 많은 닭 꼬꼬와 수다쟁이 참새 짹짹이 덕분에 떠들썩해진다. 고양이 모질이까지 찾아오면서 한바탕 소란이 인다. 그런데 곧 마당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누렁이의 고민은 깊어 가는데……. 미영이네 마당은 본래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사람과 동물은 서로 어울려 잘 지낼 수 있을까?
1. 미영이 이야기
2. 꼬꼬 이야기
3. 짹짹이 이야기
4. 누렁이 이야기
5. 모질이 이야기
6. 서생원 이야기
7. 기영이 이야기
작가의 말
누렁이는 마당에서 사는 개예요. 침입자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든든한 친구죠. 누렁이는 마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아저씨네 가족도 누렁이가 있는 마당을 지키려 하고요.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마당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세상에는 말이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거든. 그건 나도 아는데, 그게 말이지…… 꼭 모두 다 네모반듯하게 맞춰서 변해야 할까?” 아저씨가 누렁이에게 묻는 말이에요. 저 역시 자주 하는 질문이지요. 내달리듯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또 쫓아가느라 허덕이는 저 자신에게도요. 나이 들수록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려운데요, 그래도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할 때가 많으니까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이웃집 개가 새끼들을 낳으면 강아지를 이 집 저 집에 나눠 주었어요. 우리 집도 강아지 한 마리를 받아 마당에서 기를 수 있었지요. 덕분에 저의 어린 시절은 강아지와 함께 지낸 추억으로 가득해요. 미영이와 기영이처럼 2층 베란다에서 닭을 키우기도 했어요. 닭이 마당에 나갔다가 길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했는데, 치료해 주었더니 품에 꼭 안기는 귀여운 녀석이었어요. 그때 닭과 어울려 노는 참새, 비둘기, 까치를 몰래 숨어서 구경할 수 있었고 누렁이와 친구들 이야기로 엮게 되었지요. 2006년에 책으로 나왔던 이야기를 15년 만에 살펴보면서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 그 목소리는 아주 작아졌어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도 많아지고 유기 동물을 구조해 주는 단체도 많아졌어요. 하지만 사람과 동물이 사이좋게 어울리던 마당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어요. 그곳을 지나다닐 때면 거센 바람이 불고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괜히 불안해지고는 해요. 우리네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것 같아서요. 누렁이네 마당처럼, 시골 꼬꼬네 마당처럼 우리에게도 한숨 쉬어 갈 공간이 있다면 좋겠어요. 저는 오늘도 꿈을 꾸어요. 삐뚤어진 마당이 있는 집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세상을요. 꼭 모두 다 네모반듯하게 변하지 않아도 여유롭고 즐겁게,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라요. 이건 처음 이야기를 엮어 냈던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바람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