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 흡혈마전

김나경  장편소설
출간일: 2020.12.11.
정가: 13,000원
분야: 문학, 소설 전자책: 있음

제1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1931년 경성,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강렬한 모험담!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최전선 창비와 장르문학 No.1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제1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나경 장편소설 『1931 흡혈마전』이 출간되었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사전 연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31 흡혈마전』은 정체를 숨기고자 기숙학교 교사가 된 여성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와 ‘뱀파이어’라는 언뜻 동떨어져 보이는 두 소재의 만남이 빚어내는 효과가 절묘하며, 1930년대 경성이라는 흥미로운 시공간을 실감 나게 살려 몰입감을 높인다. 성년과 미성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선 두 여성이 서로에게 기대어 각자 태어난 이유, 살아남은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로, 매력적인 두 인물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결과물이 두 인물이 지닌 매력의 총합을 뛰어넘음을 증명한다. 역사적 사실의 진부한 재현이나 자극적이기만 한 설정에 그치고 마는 이제까지 역사 판타지 로맨스의 한계를 돌파할 수작.

 

 

 

 

“나와 함께 갑시다.

 

신의 은총도, 악마의 축복도 함께 있을 것이오.”

 

 

 

때는 1931년, 열네 살 임희덕은 진화여자고등보통학교 1학년이다. 어린 여성도 배울 수 있는 데까지 배워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고집 덕분에 농사를 짓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향 전주를 떠나 경성으로 유학을 왔다. 어느 날, 기숙사에 새로운 사감 선생 계월이 부임하면서 희덕은 기이한 일들을 목격하기 시작한다. 창백한 피부, 뾰족한 귀, 붉은 눈동자, 신비로운 분위기로 학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새 사감 선생님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계월의 정체를 파헤치고자 주변을 맴돌던 희덕은 사감실에서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힌 수첩을 손에 넣는다. 수첩에서 드레스 차림으로 서양 남성과 나란히 선 계월의 사진을 발견한 희덕의 의문은 커져만 간다. 한편, 십자가와 햇볕에도 끄떡없지만 제복 입은 일본인만은 피하는 계월의 행동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며 서사에 서스펜스를 불어넣는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이한 콤비의 발랄한 모험담”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추천

 

 

 

『1931 흡혈마전』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두 여성 주인공이다. 식민지 조선인이자 여성으로서 이중의 억압 속에서 주어진 삶에 부딪치며, 극복하고, 끝내 성장해 가는 인물들의 활력과 생기가 남다르다.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아픈 상처를 품고 있는 흡혈마 계월과, 아직 자신이 타고난 특별함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점차 각성해 나가는 소녀 희덕의 서로를 향한 동경과 애정을 넘나드는 미묘한 감정도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희덕의 존재감은 단연 눈길을 끈다. 작품 안에서 희덕은 계월이 흡혈마로서 발휘하는 기이한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러나 희덕이 돋보이는 까닭은 단지 흡혈마의 능력이 듣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계월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그의 존재를 기억에서 지우지 않는 것이야말로 희덕을 각별히 빛나게 한다. 독립운동 자금을 전하고자 만주로 떠나는 계월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아버지도, 남편도 아닌 희덕이다. 희덕의 관심이 수려한 외모의 지적인 대학생 일균이 아닌 오직 계월에게로 향하는 것 역시 장르의 문법을 보기 좋게 비껴가며 일말의 통쾌함마저 안긴다.

 

 

 

 

 

다채롭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

 

 

 

두 주인공뿐 아니라 이야기의 주 무대인 기숙사 학생들도 저마다 개성을 뽐낸다. 희덕의 가장 친한 친구 경애는 친일파의 딸이지만 굴하지 않고 정의로운 목소리를 낼 줄 안다. 진중한 성격의 맏언니 단이는 희덕이 계월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던지며, 감초인 동백과 난초가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로 작품의 균형을 맞춘다. 나이와 성별에 연연하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이름으로 호칭하면서도 희덕에게만큼은 끝까지 존대하는 화란의 모습에서는 어린 여성을 향한 존중이 느껴진다. 세간에서 핍박받는 기생 화란과 무속인 백송이 실은 독립운동 단체의 기틀을 다진 원동력이었음이 밝혀지는 대목은 역사 속 숨겨진 여성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드러낸다. 강경애의 『인간 문제』, 김명순의 「들리는 소리들」 「샘물과 같이」, 나혜석의 「노라를 놓아주게」 등 한국 근현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따온 각 장의 소제목에는 앞서간 여성들의 발자취를 기리고자 한 저자의 뜻이 담겨 있다.

 

 

 

 

 

“우리도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시대를 딛고, ‘큰일’을 이루고자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

 

 

 

『1931 흡혈마전』은 역사소설로서 고증 또한 충실하다. 당대 여학교 생활상과, 1930년대 경성 거리 등 풍속을 생동감 있게 복원하고, 권말에 참고 자료를 밝혔다. 명시되지는 않지만, 광주 학생 항일 운동, 병인양요 등의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구체적인 설정은 작품에 실감을 더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백송의 질문은 오늘날 소수자에 대한 비유로도 읽히며, 흡혈마보다 더 끔찍한 전쟁과 제국주의의 민낯을 겨눈 주제 의식은 묵직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동시에 이 작품은 장르문학으로서 쾌감도 놓치지 않는다. 일본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계월의 과거, 계월을 흡혈마로 만든 전쟁광 백작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를 흡인한다.

 

 

 

“저는…… 제가 선택한 대로 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전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더 알고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잠깐 새로운 곳에 다녀오려는 거예요. 그뿐이에요.” (281면)

 

 

 

소설의 의미심장한 첫 문장 “(계월은)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7면)는 결말에 이르러 “그리고 희덕은, 더 이상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279면)로 변주된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독보적인 모험담의 탄생은 흡혈마에 맞서는 대결도, 불의에 저항하는 독립운동도 더는 소년들만의 몫이 아님을 알린다. 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기꺼이 믿는 여성 서사의 출현이 반갑다.

목차

들리는 소리들

K사감과 러브 레터

표본실의 청개구리

알거든 나서라

팬터마임

앤더슨의 편지

나에게 레몬을

흑흑백백

정당한 스파이

수정과 장미

기도, 꿈, 탄식

노라를 놓아주게

결별

인간 문제

샘물과 같이  

 

작가의 말

참고 자료

 

 

피에 굶주린 흡혈마는 전쟁을 사랑하지만, 모든 흡혈마가 그런 것은 아니다. ‘1930년대 경성’이라는 특별한 시공간에 떨어지는 순간, ‘식민지 여성’이라는 이중적 타자의 위치에 놓인 흡혈마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여학교 기숙사에 정체를 감춘 채 사감 선생으로 부임한 흡혈마와 용감하고 선한 열네 살 여자아이의 특별한 유대 관계는 예상치 못했던 미래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이한 콤비의 발랄한 모험담에 푹 빠져 보시길.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
캐릭터의 성장에 따라 두 인물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가 궁금하며, 다음 전개가 기다려지는 이야기. ―심사위원 김지은 박하익 송시우 이다혜 카카오페이지
매력적인 필력, 깔끔한 문장이 술술 읽힌다. 웹툰화, 영상화가 기대된다. ―YA 심사단

저자의 말

이 소설은 자신에게 허락된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주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 왔던 내가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한 편의 세계를 완성하고 싶다는 욕구를 따르기까지는 이전과는 다른 결심이 필요했다. 한때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모험 이야기는 외면당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익숙지 않은 길로 들어선다는 건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1931 흡혈마전』을 구상하는 동안 세간에선 20대로서, 여성으로서 지켜보기 힘든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이를 위해 용기를 내고, 그 경험으로 인해 스스로의 삶에서도 새로운 결단을 내리는 순간은 무엇보다 빛난다. 주인공인 희덕과 계월도 누군가를 위해, 때로는 서로를 위해 내린 결정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주어진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떠난 여성들은 역사적 기록에서 자취를 감춘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런 공백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그들이 어디까지 다다랐을지 궁금해진다. 독자분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상상력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 앞서간 이들의 숨겨진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한국 근현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각 장의 제목을 빌려 온 것은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시절과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자유분방한 문장을 다듬어 주신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소설을 쓰겠다는 도전을 응원해 준 친구들, 가장 가까이에서 의지가 되어 준 어머니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2020년 겨울 김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