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리영희 선집)

리영희재단  기획  ,  백영서  지음  ,  최영묵  지음
출간일: 2020.10.23.
정가: 25,000원
분야: 인문교양, 정치사회
전자책: 있음

진실을 추구한 우상파괴자이자 한국 청년들의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 10주기 기념 대표선

 

 

 

평생을 우상파괴자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살았고한국 젊은이들의 사상의 은사로 존경받아온 리영희 선생의 타계 10주기 기념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가 출간되었다선생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시민의 의식화로 자신이 쓴 글들의 수명이 거의 끝나간다고 말했다그러나 쓰인 지 수십년이 지난 현재에도 선생의 글들은 강한 울림과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소위 탈진실의 시대에 거짓 권력과 우상의 황혼 속에서 열렬히 진실을 간구했던 선생의 글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이에 리영희재단은 선생의 사유가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길 바라며 선생이 생전에 출간한 저서와 번역서 등 총 20여권, 7,500여면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에 담긴 350여편의 글들 중에서 22편의 대표작을 엄선해 이 선집을 기획했다선별의 기준은 세가지다첫째 리영희 사상의 줄기를 더듬어볼 수 있는 명실상부한 대표작둘째 발표 당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거나 지적 충격을 안겨주었던 문제작셋째 선생의 사유나 실천을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던 청년 세대가 새로이 읽고 공감할 만한 글이라는 기준에 의거했다. ‘리영희 사상과 호흡하며 한 시대를 살아낸 세대에게는 여전히 그의 생각이 강력한 현실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환기하고동시에 질주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세계에서 좌절을 강요당하고 있는 2000년 이후 세대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근거와 부당한 현실에 저항할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토대를 마련해줄 책이다

 

 

 

사유의 중심에 한반도를 놓고 

 

국제정치를 비평하다 

 

 

 

1에는 냉전의식에 녹아 있는 흑백논리의 선입견에서 깨어나 한반도를 사유의 중심에 놓고 국제정치를 바라본 5편의 글을 수록했다광복 32주년의 반성」에서는 지속되는 일본의 망언을 허용하는 우리의 내적 근거를 적시한다해방 이후에도 수구친일기득권 세력이 친미반공이라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한국현대사를 주도한 결과 이 사회를 지배해온 유일한 가치관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반공주의”(40)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1989년 방북 취재 계획을 세웠다는 이유로 구속당했다 풀려난 후 쓴 「국가보안법 없는 90년대를 위하여」에서 선생은 반공반북의 관습적 이데올로기의 폐기를 주장하며 사실상 수구기득권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해온 국가보안법 전문(全文)의 대전제를 날카롭게 검증한다

 

동북아지역의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제언」은 1990년대 초에 이미 북핵 문제가 동아시아 평화질서의 관건임을 간파한 선생의 탁견이 도드라지는 글이다이글이 발표된 1992년은 냉전 종식과 더불어 동북아 지역질서에도 변화가 이루어진 해였지만한반도에는 여전히 강화된 갈등구조가 존재하고 있었다북핵 문제로 말미암아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에도 이러한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갈등을 해결할 한반도의 위치와 역할에 주목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한편, “최악에는 더욱 심각한 대결국면의 가능성마저도”(81있다고 경고하는 선생의 냉정한 현실주의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북핵 문제에 대한 선생의 총결산인 「북한-미국 핵과 미사일 위기의 군사정치학」은 한반도에서 핵·미사일 위협의 역사적 전개를 추적한다한국과 해외의 독자에게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이성적 태도를 권하는 한편미국 대북 정책의 책임불이행’ 문제를 거론하는 이 글의 주요 논점은 2019년 북·미 하노이회담 이후 급냉각된 남북평화 프로세스에서 미국이 보여준 태도를 다시금 성찰케 한다

 

통일의 도덕성」에서 선생은 자신이 희망하는 통일에 대한 전망을 펼친다그에게 통일은 물질적 풍요와 높은 도덕성이 함께하는 나라의 건설을 뜻한다자본주의를 따르는 남한의 물질적 생산력의 우월성 및 사회주의를 따르는 북한의 인간학적 공동이익 우선주의와 민족문화에 대한 강렬한 긍지를 지혜롭게 배합하는 방식을 선생은 기대한 것이다

 

 

 

 

 

냉전시대의 어둑서니를 헤치고 

 

세계관의 총체적 전환을 일으키다 

 

 

 

2는 한반도 지정학의 핵심 국가인 중국미국일본 및 베트남전쟁과 관련한 글을 모았다대륙 중국에 대한 시각 조정」은 중공 정권의 정통성 문제모택동사상 등 중국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와 실상을 제시하면서 냉전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사유의 자유를 연습하자고 권유한 글이다중국을 파멸로 인식하는 냉전적 시각에 길들여진 당시 독자들에겐 세계관의 전환에서 비롯된 충격을 안겼던 글이기도 한 만큼 최근 고조되는 반중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베트남 35년전쟁의 총평가」에서도 선생은 베트남 사태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베트남 국민의 역사와 입장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자고 제안한다이에 입각해보면 베트남전쟁은 베트남국민의 민족해방과 분단된 민족의 재통일을 의미하며무력에 의한 흡수통일이라는 그 종말의 형태에서보다 남베트남의 내부적 특수성·인과관계에서 더 많은 참된 교훈을 주는 전쟁이었다”(238)라는 결론이다

 

다시 일본의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에서는 일본의 교과서 문제를 일본이 전후세대에 취한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일대 세뇌정책”(260)이라 규정한다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극일의 이념과 행동강령을 제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해법은 남북 동포가 함께 어떻게 민족 주체적으로 평화적 생존양식을 형성할 것인가(272)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이 글은 조선인 강제징용과 연관해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허용한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의 무역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에 이른 현시점에도 참고할 만한 사유를 담고 있다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에 대한 종합 평가라 할 수 있는 「극단적 사유재산제광신적 반공주의군사국가」에서 선생은 미국이 앓고 있는 질병이 글의 제목에서 언급된 세가지 뿌리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흑인 빈민 비율이 백인의 25배란 수치가 말해주듯 고루 누릴 수 없는 물질적 풍요는 부도덕 내지 죄악이며이기주의와 물질 추구로 귀결되는 개인의 자유는 인간소외로 이어짐을 간파한다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방식 및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반인종주의 시위를 지켜보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글이다

 

 

 

 

 

사상의 자유언론의 자유를 설파하다

 

 

 

3에서는 리영희 사유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진실에 관련된 글들을 묶었다상고이유서」에서는 『8억인과의 대화』 『우상과 이성』에 실린 자신의 글을 반공법 위반으로 몰아가는 권력의 광기를서대문구치소에서 영어의 몸이 된 상태로 통렬하게 질타하고 있다반공법의 모순과 부당성·검사 등 법조인과 최고통치자 및 지도층 인사들의 인식정지증을 준열하게 비판하면서 사상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역설한다. 1988년 ‘5공청문회를 목도한 후 기고한 「파시스트는 페어플레이의 상대가 아니다」는 파시스트나 기회주의자 들은 용서나 화해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나 청산의 대상임을 언명한다. 5공 정권에서 호의호식한 자들은 대부분 친일부역자의 자손들로개혁의 본질은 인적 청산임을 강조한 것이다

 

사회주의의 실패를 보는 한 지식인의 고민과 갈등」은 1991년 선생이 동구권의 급격한 변화를 보면서 지식인으로서 인식능력의 한계와 인간 이성에 대한 신념의 약화를 느낀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보수와 진보 진영 양쪽에서 비판받은 글이다하지만 스딸린식 사회주의의 실패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한 것이라는 삿된 주장인간성 회복을 지탱해주는 이론적 근거로서의 전기 맑스주의의 유효성에 대한 생각과인간 본성의 개조 가능성에 대한 회의향후 통일에 대한 견해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중국과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 대한 자신의 공부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회주의 그후를 성찰하고자 했다.

 

자유인이고자 한 끊임없는 노력」에서는 독서를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염원에서 출발하는모든 사람의 자기창조 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강요된 권위와 언론자유베트남전쟁을 중심으로」는 냉전이데올로기에 맞설 수 있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역설하여 내용과 방법 모든 면에서 리영희식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었다기자 풍토 종횡기」에서 선생은 한국 언론과 언론인의 부패타락상의 근원과 문제점을 풍자적으로 비판한다한국의 기자집단을 이완용 기자류와 홍경래 기자류로 대비하고언론인은 없고 언롱인(言弄人)’만 남았다는 비판은 통렬하다부패하고 타락하여 권력에 기생하고 약자에게는 군림하며 돈이나 뜯어내고 갈수록 지성은 퇴보하여 조건반사적 토끼가 된 기자 군상에 대한 관찰은 이른바 기레기’ 원조들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5년 연속 언론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 언론에도, “기자가 마련하지 못한 것을 민중이 스스로 쟁취하려 하고 있다”(451)는 선생의 일갈은 혹독하고 뼈아프다.

 

남북문제에 대한 한국 언론의 문제」에서는 한국 언론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냉전이데올로기 비판을 바탕으로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 언론 보도의 쇄신 방향을 제시한다냉전의식광적 반공사상맹목적 애국주의동일 사실에 대한 이중적 판단기준남북 대립을 부추기는 습성과 같은 구시대 잔재는 버리고 문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인과관계의 구조상대방 입장에 한번 서보는 마음미국의 국가이기주의와 패권주의·서독 통일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 등을 고민해보라는 선생의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인간 리영희의 발견 

 

 

 

4는 인간 리영희의 면모를 보여주는 진솔한 에세이와 편지글그리고 문명비판론에 가까운 글을 엮었다농사꾼 임군에게 보내는 편지」는 1977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을 때 검찰이 특히 문제 삼은 글이다. “생각하고 저항할 줄 아는 농민”(487)을 기대하는 선생의 바람이 공산혁명을 위한 민중 선동으로 둔갑한 것이다아버지와 딸의 대담」은 선생이 교복 자유화 소식을 듣고 소설 형식으로 쓴 에세이로제복유행인간소외라는 주제를 밥상머리에 앉아 담소하는 가족의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광주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에서는 광주의 역사와 광주민주항쟁의 의미그리고 광주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바스띠유가 전인류에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알리는 자유평등박애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광주는 민주시민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뜻하는 새로운 추상명사임을 깨닫게 한다핵은 확실히 죽음을 보장한다」에서는 한국인의 맹목적 핵 숭배를 비판한다민족내부 문제의 군사적 해결정책맹목적 반공이데올로기핵무기와 핵전쟁의 위험성에 대한 무지 등이 그 원인인바반핵운동이 반국가적 행위로 매도됨으로써 핵 미신은 정권이 조직적으로 유포한 사이비 종교가 되었다는 것이다아직도 핵무기 신앙이 사이비 종교만큼이나 굳건한 한국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내가 아직 종교를 가지지 않는 이유」에서는 세속적 욕망의 본산’ 혹은 현실의 죄악과 비리 집단의 은신처이기 일쑤인 한국의 종교집단을 비판하고 있으며 「무한경쟁시대와 정보화와 인간」은 정보화시대의 인간과 인류 문명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좌절을 강요당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근거가 되기를 소망하며

 

 

 

선생에게 우상은 진실이 아님에도 진실인 것처럼 우리에게 강요된 것이다다른 말로 헛것허위의식어둑서니이데올로기들이다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자본권력의 지배는 더 교묘해졌다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반짝이는 스크린 속의 스마트한’ 우상 속으로 새로이 함몰되고 있다우리 삶을 옥죄는 모든 종류의 권력에 도전했던 선생의 이성가설역설독백이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더욱 절실한 이유다세태를 반성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저항하려는 이들에게이 책에 소환된 선생의 사유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진실에 토대한 인식능력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든든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한반도

해설 

1 광복 32주년의 반성

2 국가보안법 없는 90년대를 위하여

3 동북아지역의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제언

4 북한-미국 핵과 미사일 위기의 군사정치학

5 통일의 도덕성 

 

2부 국제관계

해설 

1 대륙 중국에 대한 시각 조정

2 베트남 35년전쟁의 총평가 

3 다시 일본의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4 극단적 사유재산제, 광신적 반공주의, 군사국가

 

3부 사상·언론

해설 

1 상고이유서

2 파시스트는 페어플레이의 상대가 아니다

3 사회주의의 실패를 보는 한 지식인의 고민과 갈등

4 자유인이고자 한 끊임없는 노력

5 강요된 권위와 언론자유

6 기자 풍토 종횡기

7 남북문제에 대한 한국 언론의 문제

 

4부 문명·미래

해설 

1 농사꾼 임군에게 보내는 편지

2 아버지와 딸의 대담

3 광주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4 핵은 확실히 ‘죽음’을 보장한다

5 내가 아직 종교를 가지지 않는 이유

6 무한경쟁시대와 정보화와 인간

 

리영희 선생 연보 

리영희재단 소개 

수록문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