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처럼 흥겹고 밥 냄새처럼 고소한 동화
지금 여기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주미경 작가의 신작 동화집 『내 가방 속 하트』가 출간되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설렘, 이웃으로 이사 온 할아버지와 나누는 우정, 멋진 춤을 추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의 안타까움, 지금은 떨어져 사는 엄마와 만날 때 느끼는 저릿함 등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선명하게 그린 동화 일곱 편을 묶었다. 작가가 동화 속 인물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독자들도 힘찬 격려를 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설렘, 안타까움, 부러움, 슬픔……
어린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선명하게 그려 낸 동화집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과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동화작가로 자리매김한 주미경 작가의 『내 가방 속 하트』는 어린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동화 일곱 편을 묶었다. 표제작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게 된 어린이의 설렘이 담겼고, 「오빠의 두 번째 방」의 주인공은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현실 바깥의 세계를 꿈꾸는 오빠를 곁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한다. 「드래곤을 타고 기타를 치자」에는 이웃이 된 할아버지와 소년이 나누는 특별한 우정이 그려지고, 「춤 신의 운동화」에는 도무지 춤 실력이 늘지 않는 남자아이가 자신과 달리 멋지게 춤을 추는 전학생에게 느끼는 부러움과 질투가 등장한다. 「보랏빛 후드 티」에는 언니와 이별한 주인공의 진한 슬픔이 담겨 있다. 각각의 동화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묵직하다. 주미경 작가는 어린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 낸다.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차근차근 헤아리다 보면 그들에 대한 공감을 통해 한층 성장할 것이다.
지금 여기의 어린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다
『내 가방 속 하트』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오빠의 두 번째 방」에는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학생 오빠를 바라보는 초등학생 ‘정다해’가 등장하고, 「용남매 복수 작전」의 ‘용미’는 부모님과 헤어져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간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는 사고로 언니를 떠나보낸 ‘나진’이 부모님과 함께 슬픔의 공간에서 머무는 모습이 그려진다. 「밥밥띠라라」의 주인공 ‘원상’은 부모님이 아니라 삼촌과 함께 좌충우돌하며 생활한다. 『내 가방 속 하트』에는 평범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도 등장하지만, 주미경 작가의 눈길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더 오래 머문다. 그들의 존재를 발견하고 오래도록 살피는 마음이 뭉클한 여운을 선사한다.
담담하면서도 굳건한 목소리로 건네는 격려와 응원
『내 가방 속 하트』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저마다 고민이 있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리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절망해서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낙관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힘이 닿는 정도에서 고민의 답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어린이들의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삶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고, 손쉽게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그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 어린이들을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면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문제를 얼른 해결하라고 등을 떠미는 대신, 묵묵히 지켜보면서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그들의 따뜻한 품 안에서 어린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간다. 작품 속 어린이와 어른의 건강한 관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긍정적인 태도를 엿보게 한다. 어른들로부터 함부로 간섭받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존중과 보호를 받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들 또한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줄거리
「내 가방 속 하트」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 바로 같은 학년의 친구인데,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오빠의 두 번째 방」 중학생 오빠는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자꾸 방문을 잠그거나 몰래 어디론가 사라진다. 도대체 오빠가 어디에 다녀오는지 궁금하다.
「드래곤을 타고 기타를 치자」 영표는 앞산에 새로 이사 온 할아버지와 자꾸 오해가 쌓여서 껄끄러운 사이가 된다. 둘은 과연 오해를 풀고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용남매 복수 작전」 얼굴도 모르는 엄마와 드디어 처음으로 만나기로 했다. 엄마는 어떤 모습일지, 막상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스럽다.
「춤 신의 운동화」 춤을 잘 추고 싶지만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그런데 춤을 정말 잘 추는 친구가 전학을 온다.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는데…….
「보랏빛 후드 티」 캠핑을 하러 갔던 언니는 사고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와 아빠는 언니를 그리워하면서도 속마음을 감추고 살아가는데…….
「밥밥띠라라」 ‘나’는 삼촌과 함께 산다. 함께 지내면서 서로 가까운 듯하지만 왠지 모르게 서로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쯤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내 가방 속 하트 / 오빠의 두 번째 방 / 드래곤을 타고 기타를 치자 / 용남매 복수 작전 / 춤 신의 운동화 / 보랏빛 후드 티 / 밥밥띠라라 / 작가의 말
여기 실린 단편들이 어떻게 읽힐까. 궁금해요.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기도 하고, 그곳에 있는데, 마음이 보이지 않아서 없기도 한, 그런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듬성듬성, 그러나 꽤 오랫동안 들여다본 아이들이에요.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같이 별을 보기도 했거든요. 어떤 아이 때문에 눈가가 떨렸던 건 여러분 빼고 아무도 몰라요. 가끔 내 이야기에 흔들릴 때가 있어요. 이야기가 잘 지어져서가 아니라, 내가 쓴 어떤 문장이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서 그런 거지요. 아직 갈 길이 먼 작가라서 그런가 봅니다. 친구들은 어떤 말에서 피식 웃고 말까요? 어떤 풍경에서 찔끔 흔들릴까요? 혹시 그랬다면, 그것만으로도 힘이 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