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의 오래된 미래

원종찬  평론집
출간일: 2020.08.21.
정가: 20,000원
분야: 문학, 평론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갱신하는 비평

 

 

아동문학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평론집

 

 

 

오랫동안 아동문학에 대한 연구와 비평을 활발하게 펼쳐 온 원종찬의 새 평론집 『아동문학의 오래된 미래』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최영희, 최상희, 김리리, 유은실 등 우리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문학 세계를 조명한다. 아동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방정환, 임길택 등의 작품에 대해서는 새로운 분석을 통해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 그동안 아동문학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동아시아 담론’을 펼치며, 한·중·일 3국이 적대적인 관계를 넘어서 교류와 협력으로 가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날카로운 분석과 명확한 평가가 담긴 원종찬의 비평을 읽는 것은 우리 아동문학의 걸어온 발자취를 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리 내다보는 일이 될 것이다.

 

 

 

아동문학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는 비평

 

 

 

오랫동안 아동문학에 대한 연구와 비평을 이어 온 원종찬의 평론집 『아동문학의 오래된 미래』가 출간되었다. 『아동문학과 비평정신』 『동화와 어린이』 『한국아동문학의 쟁점』에 이은 네 번째 평론집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비평 활동을 한데 모았다. 저자는 새 평론집에서 우리 아동문학의 최근 경향을 분석하고 진단한다. 난센스적 상상력을 통해 교양과 제도 바깥을 꿈꾸는 최영희, 청소년소설에서 빼어난 성취를 보여 주는 최상희, 해석의 층위가 두터운 수작들을 내놓는 유은실,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김리리 등 아동청소년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문학 세계를 살펴본다. 『아동문학의 오래된 미래』에는 작가들과 직접 만나서 나눈 비평적 대화도 수록되었다. 저자는 최상희, 이금이, 배유안, 권오삼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 세계와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우리 아동문학이 나아갈 길에 관해 논의한다. 저자의 현장 비평과 작가론, 그리고 작가와의 대담은 언제나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명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펼쳐 온 비평을 읽는 것은 우리 아동문학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는 일인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리 내다보는 일이 될 것이다.

 

 

 

과거를 재해석함으로써 현재를 갱신하는 비평

 

 

 

원종찬은 아동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가와 작품을 새롭게 분석함으로써 재해석을 시도했다. 그는 우리 아동문학의 출발로 일컬어지는 방정환의 작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그에 대한 담론의 변천 과정을 살피면서 방정환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 또한 임길택의 동시가 내보이는 삶의 진실에 대해 주목하면서 그의 동시가 지니는 현재성을 환기하고, 아동문학가 주향두의 동시를 통해서 그동안 널리 주목받지 못했던 1930년대 계급주의 아동문학의 성과와 의미를 새롭게 확립하고자 한다. 아울러 『아동문학의 오래된 미래』에는 추모의 글이 두 편 실려 있다. 저자는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청소년문학의 영토를 넓히며 빛나는 성과를 남긴 고(故) 박지리 작가의 작품 세계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동시 비평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고(故) 김이구 평론가의 비평 활동을 돌이켜본다. 정열적이고 애정 넘치는 원종찬의 비평을 통해 우리 아동문학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동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비평

 

 

 

원종찬은 우리나라를 넘어서 ‘동아시아’로 시야를 넓힌다. 그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아동문학 담론을 통해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자 한다. 서구 아동문학이 주를 이루는 이른바 ‘세계 아동문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아시아 내부에서 상호 간의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동아시아 아동문학’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한·중·일 평화 그림책’ 시리즈를 통해 동아시아 아동문학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적대적인 관계를 넘어서서 교류와 협력으로 가기 위한 과제를 짚어 본다. 동아시아 아동문학의 현주소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와 아동문학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서자는 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동문학을 창작하고 비평하고 출판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동아시아 아동문학을 찾아서

 

동아시아 아동문학의 상호 인식: ‘동아시아 대표 동화’와 ‘한·중·일 평화그림책’ 시리즈

동아시아 전통과 장편동화

한국 아동문학의 중국인 이미지

한국 장편동화에 그려진 이상국가: 이원수의 『숲 속 나라』와 권정생의 『랑랑별 때때롱』

아동문학의 오래된 미래: 어린 시절 이야기

 

 

2부 지금 여기의 작가

 

교양과 제도 바깥의 불온함: 최영희의 상상력

단편의 매혹, 장편의 한계: 최상희의 청소년소설

깨어진 구슬: 박지리를 추모하며

동심으로 빚은 유머와 아이러니 효과: 유은실 『멀쩡한 이유정』

이야기꾼 동화작가의 탄생: 김리리 『뻥이오, 뻥』

기로에 선 신춘문예 아동문학: 2018년 동시·동화 당선작

 

 

 

3부 비평의 거울

 

내게 비평은 무엇인가?: 설문에 대한 응답

동시 비평의 최전선: 고 김이구 형의 비평을 돌아보며

더러운 그리움: 임길택 동시를 다시 읽으며

주향두의 계급주의 유희 동시: 말놀이 유희 동시에 대한 시사점

방정환의 「참된 동정」에 나타난 ‘빵과 장미’의 상상력

방정환 담론 변천사

 

 

 

4부 작가와의 대담

 

교육적 구속과 상업적 유혹에서 아동문학을 구하자: 중국 아동문학가 류쉬위안과의 대담

쓰기와 읽기, 혼이 열리는 순간들: 최상희 작가와의 대담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진실: 이금이 작가와의 대담

그 여자의 삶, 어머니의 초상: 배유안 작가와의 대담

이원수·이오덕·권정생이 남긴 숙제: 권오삼 시인과의 대담

 

 

 

수록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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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책머리에 이른바 ‘아동문학의 르네상스’ 시기에 잇달아 세 권의 평론집을 펴내고, 그로부터 꼭 10년 만에 네 번째 평론집을 내놓는다. 그사이 연구서를 두 권 펴내긴 했다. 평론집의 경우에는 어떻게 제목을 정해야 할지 매번 고민된다. 참신하고 개성적이기를 바랐으나, 논의 대상이 ‘아동문학’이라는 정보가 우선해야 한다는 고루한 생각 때문인지 핵심어 몇 개를 이리저리 조합해 봤는데 딱딱한 제목만 나온다. 결국 목차에서 제목이 될 만한 것을 골랐더니 ‘오래된 미래’라는 잘 알려진 제목을 훔쳐 온 꼴이 되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가 이 제목에 담아낸 참뜻을 새기고 사는 독자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싶다. 지난 30년 동안 필자는 연구와 비평을 병행하면서 과거의 유산을 돌아보고 현재를 갱신하고자 나름대로 힘을 기울여 왔다. 그런 만큼 이 책이 상식적 수준의 ‘오래된 미래’와 어느 한구석 통하기를 원했다. 필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뜻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이 책에 실린 많은 글들은 국정교과서를 둘러싸고 ‘역사전쟁’을 도발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시절에 발표된 것들이다. 그 때문에 우리 아동문학의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첨예하게 부딪히는 논쟁적 성격의 글들이 대부분이다. 아시다시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보수정권 시절에 우리 아동문학은 급속히 활력을 잃고 위축되었다. 새천년 즈음 백화난만했던 아동문학의 르네상스가 꽁꽁 언 겨울로 바뀌었던 것이다. 학습과 경쟁으로 내몰린 어린이의 고통은 OECD 국가 가운데 어린이 행복지수 최하로 증명되었다. 그 시절 아동문학 작가와 출판사들이 겪은 고통 또한 상당했다. 그런데 촛불혁명과 더불어 계절이 바뀌자 아동문학에 다시 청신호가 켜진 듯하다. 2020년 3월 그림책 부문의 백희나 작가가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나는 개다』 등으로 세계적 수준의 권위를 갖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어서 4월에는 청소년소설 부문의 손원평 작가가 『아몬드』로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조짐이 좋다. 요즘 들어 그림책,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 각 부문에서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필자는 한창 관심이 뜨거운 최영희와 최상희 작가의 서로 다른 독특한 스타일에 눈길을 주었는바, 다시 찾아온 이런 백화난만의 조짐은 상대적으로 침체된 비평 쪽에도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동아시아 아동문학에 대한 논의이고, 2부와 3부는 방정환부터 오늘의 작가에 이르기까지 문제적인 경향을 톺아본 것이며, 4부는 현역 작가와의 대담이다. 대담을 하면서 비평적 질문을 아끼지 않았기에 함께 수록하기로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대담 수록을 허락해 준 작가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번 책에는 추모 평론도 두 편 실려 있다. 많은 분들이 똑같은 마음일 텐데, 고인 두 분 모두 정점의 순간에 삶이 꺾인 듯해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너무나 빨리 우리 곁을 떠난 고 박지리, 김이구 형께 삼가 이 책을 바친다.  

2020년 7월 원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