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때 미꾸라지

이상교  시  ,  김세현  그림
출간일: 2020.07.03.
정가: 14,000원
분야: 그림책, 창작
 

 

 

이상교의 동시를 그림책으로 새롭게 만든 『소나기 때 미꾸라지』가 출간되었다. 소나기가 내리는 날, 봇도랑에 있던 미꾸라지들이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미꾸라지들은 두엄 못, 수숫대, 호박밭 위를 헤엄쳐 지난다. 한바탕 내리던 비가 그친 후에는 말갛게 괸 물에 미꾸라지 몇 마리가 남아 있다. 상류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습성 때문에 소나기가 내린 날이면 마을 곳곳에 미꾸라지가 출현하던 풍경을 그렸다. 보에 쏟아붓는 빗줄기, 빗속에서 지느러미를 꽃잎처럼 편 미꾸라지, 미꾸라지가 나는 광활한 하늘, 그리고 비 갠 하늘에 둥그렇게 뜬 무지개로 이어지는 심상이 풍부하다. 수묵화로 그려진 그림에는 화가 김세현의 공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풍경을 세련된 미감으로 그려 낸 그림책이다.

 

 

 

힘찬 미꾸라지의 시원한 여행기!

 

 

 

소나기가 내리면 미꾸라지는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쏟아붓는 빗줄기를 잡아타고 헤엄쳐 오릅니다.

이리저리 솟구치고 넘어뛰다가 마침내

광활한 하늘을 나는 미꾸라지!

 

 

 

여름날 펼쳐지는 미꾸라지의 청쾌한 여행

권정생문학상 수상 시인 이상교, 중견 그림책 작가 김세현

― 두 작가의 공력이 담긴 신작

 

 

서둘러 날아가는 새 떼를 두터운 먹장구름이 따라와 덮어 버린다. 이윽고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림책 『소나기 때 미꾸라지』는 47년 시력의 이상교 시인의 동명의 시(『예쁘다고 말해 줘』 수록작)를 그림책으로 다시 쓴 것이다. 간결한 시어들로 여름날의 풍경을 선연하게 그리면서 아름다운 말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20년 공력의 화가 김세현이 소나기 내리는 모습과 미꾸라지의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요란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봇도랑 바닥에서 잠자던 미꾸라지들을 깨운다. 미꾸라지들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더니 천지에 가득한 빗줄기를 잡아타고 하늘로 헤엄쳐 오른다. 온몸의 지느러미를 꽃잎처럼 활짝 펴고 마침내 드넓은 하늘을 난다.

물길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려는 습성 때문에 소나기가 내린 날이면 마을 곳곳에 미꾸라지가 출현하던 옛 풍경을 그렸다. 이상교, 김세현 두 작가는 각각 강화와 연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소나기가 내린 뒤에 마을 어귀에 떨어져 있던 미꾸라지를 보고 놀라움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을 생생히 떠올리며 이 책에 펼쳐 놓았다.

미꾸라지들은 빗줄기를 바꿔 갈아타며 두엄 못을 건너뛰고 수숫대를 비켜서 호박밭을 가로질러 한바탕 여행을 한다. 좁은 봇도랑에 살던 미꾸라지들이 하늘을 나는 신기한 여행기가 청쾌하게 펼쳐지는 그림책이다.

 

 

 

힘센 미꾸라지와 시원한 빗줄기

그림책에 담은 아름다운 수묵화

 

화가 김세현은 어린이들에게 전통의 미감을 전하고자 그림책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전작인 『준치 가시』를 통해 우리 민화의 해학을 전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해룡이』에서는 황토를 바른 종이 위에 먹과 호분으로 그림을 완성하여 이야기의 감동을 묵직하게 전했다. 이번 『소나기 때 미꾸라지』에서는 그간 쌓아 온 공력을 고스란히 모아 모든 그림을 절제된 수묵의 색감으로 그려 냈다. 화가는 작고 대단찮게 여겨지지만 힘세고 익살스러운 미꾸라지의 특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미꾸라지 형태를 구상하는 데에 오랫동안 골몰했다. 장면마다 먹의 농담과 필력을 달리하여 단 몇 번의 붓질만으로 미꾸라지를 묘사했다. 몸을 비틀고, 꿈틀대고, 뛰어오르는 미꾸라지들의 동세에서 활력이 또렷이 전해진다.

한편 작가는 작품 전체에 살아 있듯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빗줄기를 그려 넣어 소나기를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어 냈다. 먹을 조금씩 떨어뜨리기도 하고, 거칠게 흩뿌리기도 하고, 흠뻑 번지게 하기도 하면서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의 속도와 공간의 깊이를 표현했다. 여러 층의 먹으로 그려 낸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산야의 초록색부터 수숫대의 붉은색, 맑게 갠 하늘의 푸른색까지 다양한 색이 비쳐 보이는 듯하다. 먹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 독자들에게도 수묵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매개가 되어 줄 것이다.

 

 

 

글과 그림이 함께 빚은 한 편의 시

 

신나게 하늘을 날던 미꾸라지들은 비가 그치자 하릴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앵섭이네 처마 밑 작은 물웅덩이에 들어앉게 된 미꾸라지들. 그때 미꾸라지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하늘에 걸린 무지개다. 호기로웠던 여행은 무지개 관람으로 백미를 장식하며 끝이 난다. 비록 결국에는 땅으로 곤두박질치더라도 하늘을 날아 본 미꾸라지들만이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게 되는 이야기는 우리 인생을 은유하며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나기가 그친 뒤, 집에서 나온 앵섭이가 마당에 출현한 미꾸라지와 하늘에 뜬 커다란 무지개를 보고 지었을 표정을 상상하게 하는 결말도 시적이다. 『소나기 때 미꾸라지』는 우리 전통 미감 속에서 미꾸라지의 짧지만 호방한 여행을 아름답게 그린 그림책이다.

 

소나기때미꾸라지 _미리보기

 

줄거리: 소나기가 내리자 봇도랑에 있던 미꾸라지들이 하늘로 헤엄쳐 오른다. 미꾸라지들은 이리저리 솟구치고 넘어뛰다가 마침내 하늘을 난다. 소나기를 타고 두엄 못, 호박밭, 수수밭을 헤엄쳐 지나는 미꾸라지의 여행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