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까?
오늘을 사는 10대들의 폭풍 같은 속 이야기
개성 강한 만화가 네 팀이 지금, 여기의 청소년 이야기를 가지고 한데 모였다. 그저 ‘성장통’이라 일축하기엔 꽤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들, 오늘의 청소년들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을 만화다운 감성과 필치로 풀어냈다. 나 자신과 인생, 세상에 대해 십 대들이 피부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오롯이 담겼다.
만화가 라일라는 청각장애인이 청소년기를 통과하는 법을, 이동은‧정이용은 청소년 성 소수자로서 겪는 갈등을, 글피는 시골 학생들의 즐거움과 고충을, 김소희는 가정 폭력과 생활고 속에서 홀로서기하는 일에 대해 섬세하게 그렸다. 네 작품을 통해서 십 대의 성장이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일이란, 거저 얻어지거나 그냥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각자가 온몸으로 부딪히며 쟁취해 가는 것임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전하는 메시지는 사뭇 묵직하지만, 만화 특유의 재미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똑같이 다르고, 남다르게 평범하다
청각장애, 성 소수자, 가정 폭력, 시골 학교 사정까지
4인 4색 만화에서 펼쳐지는 우리 청소년의 삶
네 작품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청각장애인, 성 소수자, 시골 학생,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은 어디에나 있지만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만화가들은 이렇게 저마다 남다른 사연이 있는, 그렇기에 또 평범한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만화 속에 담아냈다. 청소년의 마음을 막연히 상상하는 대신 자기 경험을 통해, 혹은 분주한 취재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했다.
전작 「나는 귀머거리다」에서 청각장애인의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바 있는 라일라는 이번 작품 「토요일의 세계」에서도, 결코 녹록지 않았던 자신의 10대 시절을 이야기한다. 열세 살이 되면서 청각장애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동네로 이사 온 뒤, 낯선 세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전학생은 처음이라」에서는 도시에서는 겪을 수 없는, 시골에 사는 학생들의 남다른 즐거움과 고충이 시트콤처럼 실감나게 펼쳐진다. 실제로 귀촌해 살면서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웹툰을 인기리에 연재 중인 글피는, 시골살이에서 얻은 경험들을 이번 작품에도 한가득 쏟아놓았다.
「캠프」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자아낸다. 「캠프」의 이야기를 구상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동은은 영화의 컷을 준비하듯 구체적인 배경과 상황 속에 입말의 말맛을 제대로 살려 냈고, 만화가 정이용은 매 장면마다에 서정성을 부여해 독특한 질감의 만화를 만들어 냈다. 그 속에서 성 소수자인 청소년이 겪는 내적, 외적 갈등이 조심스럽게 나타난다.
「옥상에서 부른 노래」는 분주한 취재가 이야기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경우이다. 이 작품은 만화가 김소희가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실제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 밴드 리더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폭력과 생활고 속에서도 홀로서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진심이 전해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화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네 작품을 묶은 이번 만화책의 표제작은 라일라의 「토요일의 세계」로, 이 작품의 제목이 그대로 책의 제목이 되었다. 「토요일의 세계」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 즉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세계로 건너가는 일, 두 세계 가운데에서 번민하며 자신이 발 디딜 공간을 만들어 가는 일이란 비단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십 대라는 시기를 지나는 모든 청소년이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의 문제의식은 다른 세 작품이 청소년, 청소년기를 대하는 태도에도 공통으로 스며 있다.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지면 구성은 비교적 심플한 대신 이야기의 흐름이 빠른 웹툰 스타일부터 지면 구성이 역동적인 출판 만화 스타일까지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한데 모여 있어 읽는 맛이 커진다.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다양한 주제가 수록되어 있어 학교나 동아리에서 함께 읽고 토론을 해 보아도 좋겠다.
▶ 작품 소개
「토요일의 세계」
“나는 토요일에만 이 동네에 다시 올 수가 있었다.”
청각장애인인 주인공은 농학교가 있는 동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 많고 동네 사람들도 이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네에서 살았다. 그러다 열세 살 무렵 이사를 가게 되고 장애인이 가시화되지 않은 동네, 차별이 일상인 동네에 살게 된다. 익숙한 세계와 낯선 세계 가운데 어디에서 어떻게 발붙일 곳을 찾아야 할까?
「캠프」
“새우튀김 보면 꼬리만 튀김옷이 없잖아? 그거 뭐 때문인지 알아?”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진석과 유승은 교회 여름 캠프에서 우연히 한 방을 쓰게 된다. 원해서 온 캠프가 아니라 캠프 프로그램에는 시큰둥하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둘은 조금씩 친해진다. 어느 날, 진석은 누나 진영과 격한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 와중에 진석의 고민이 드러나는데….
「전학생은 처음이라」
“그럼 우리 중학교 없어지는 거야?”
중학교에 두 명, 고등학교에 여덟 명. 어르신 학생들을 빼면 전교생이 몇 되지 않는 시골 학교에 전학생이 찾아온다. 전학생 지수는 학원도 편의점도 없고, 선생님도 부족해 한 선생님이 여러 과목을 맡아 가르치는 시골 중학교의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어색함도 잠시, 시골 학교 특유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낀다. 도시 학교와 시골 학교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가 졸업하고 나면 이 학교의 운명은?
「옥상에서 부른 노래」
“되고 싶지 않은 걸 생각하는 건 편했다.
되고 싶은 게 생기니까 두렵고 무섭다.”
가정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선우는 무면허로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다 사고를 내고 만다. 소년원에 갈 위기에 처하지만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의 도움으로 장기 보호 관찰 처분을 받게 되고, 센터에서 지내게 된다. 센터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도 발견하게 되는데…. 음악은 선우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토요일의 세계
캠프
전학생은 처음이라
옥상에서 부른 노래
작가의 말
만화 「토요일의 세계」는 제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작가 토마스 만에게 전하는 감사이기도 해요. _라일라 만화를 만드는 저희는 작품을 쓰고, 그리는 일련의 경험들이 ‘나’에서 ‘우리’로 점점 그 울타리가 넓어지는 과정으로도 다가옵니다._이동은, 정이용 시골의 청소년도 도시의 청소년도, 똑같이 꿈꿀 권리가 있으니까요._글피 혼자보다는 여럿이 걷는 게 좋지요._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