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법 가게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동화 『이웃집 마법사』(신나는 책읽기 54)가 출간되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인 가게와 학교, 거리를 배경으로 마법 같은 상상력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천진난만하고 따뜻한 마음씨의 마법사들은 놀고 싶고, 가끔은 한눈팔고 싶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준다. 무엇이든 가능한 마법 가게에서 어린이 독자들은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제4회 비룡소 문학상을 받은 허가람 작가의 작품이다.
“이거 마법이에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마법 이야기
신작 『이웃집 마법사』에서 허가람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와 인물을 바탕으로 마법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펼쳐 낸다. 그동안 『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 『늑대들이 사는 집』을 통해 자유로운 상상력과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서사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재기 발랄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어린이들이 매일 지나치는 친숙한 가게들이 사실은 마법사들이 운영하는 신비한 장소라는 상상력은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고양이, 파리 등 무엇이든 복사하는 복사 가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스카이콩콩을 파는 가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보름달차를 파는 찻집,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바나나를 파는 가게 등 평범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한 마법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고 어린이 손님을 맞는다. 8편의 이야기가 짧은 호흡으로 간결하게 전개되고 이어져 나가는 가운데,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아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어린이 독자도 즐겁게 빠져들 수 있다.
항상 똑바르고 얌전하게 있으라고요?
억압하는 세계를 비트는 통쾌한 풍자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항상 똑바르고 단정하게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나무 싫어!」에서 교장 선생님은 “학교는 노는 곳이 아니야! 공부하는 곳이지!”(57면)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그늘과 쉼터를 만들어 주는 운동장의 나무를 모두 베어 버린다. 「굽은등」의 학원 원장 선생님은 학원에 늦은 아이들에게 “학교 끝나면 곧바로 와야지!”(30면) 하며 닦달한다. 「가게 견학」의 엄숙숙 선생님은 큰 소리로 웃지도, 콩콩 뛰지도 말고, 반듯하게만 있으라고 강요하는 인물이다. 어린이들의 갑갑한 마음을 이해하는 마법사들은 운동장 가득 나무를 심거나 학원으로 가는 길을 구부려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쉬고 놀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는 초등 저학년부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리고 놀 시간도 장소도 없는 요즘의 어린이들에게 길을 헤맬 자유, 잠시 흐트러지고 한눈팔 자유를 주자고 말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기발한 풍자와 유머에서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작은 존재를 격려하는 따뜻한 마법
어른과 어린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동화
마법사들은 어린이들을 사려 깊게 바라보고 필요할 때 조용히 도와주는 믿음직한 어른이다. 「깨금발」에 등장하는 ‘조그만 아이’는 날마다 몸집 큰 아이들에게 신발주머니를 빼앗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법사 깨금발의 가게에서 빌린 스카이콩콩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바나나 좋아!」의 ‘키 작은 아이’는 남과 다른 외모를 꼬투리 잡아 놀리는 친구들에게 맞서고, 마법사 굽은등은 멀리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키 작은 아이’를 격려한다. 이처럼 『이웃집 마법사』에는 문제와 갈등을 극복하며 자라는 어린이들을 응원하고 따뜻하게 감싸는 온기가 가득하다. 이 온기는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으로 다정한 마음을 잃어버린 교장 선생님,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견디지 못하는 깐깐한 선생님의 마음까지도 위로한다. 허가람 작가는 마법의 도움으로 예전의 다정함을 되찾거나 강박에서 벗어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리며 어른도 얼마든지 바뀌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 준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웃집 마법사』를 통해 결점을 지닌 존재를 이해하고 보듬는 마법 같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수제비
깨금발
굽은등
달맞이
파리 복사
나무 싫어!
바나나 좋아!
가게 견학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