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은근 짜릿해』를 출간한 신예 작가 슷카이의 첫 창작 그림책 『수상해』가 출간되었다. 호기심 많고 의심도 많은 주인공 아이가 일상에서 수상하다고 느끼는 순간순간들을 재기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체가 주인공의 천연덕스러운 매력을 잘 드러내며,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 번쯤 했을 법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해 어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루한 일상을 즐겁게 뒤바꾸는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한 그림책이다.
일상의 짜릿한 순간들을 담은 만화 『은근 짜릿해』(창비 2018)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은 작가 슷카이의 첫 창작 그림책 『수상해』는 어린이의 눈으로 포착한 일상의 수상한 순간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엉뚱하고 발랄한 주인공 ‘최수상’을 통해 독자를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야기는 포대기에 싸인 수상이의 모습에서 시작되는데 신생아 때부터 의심 가득한 눈매로 세상을 바라보는 캐릭터의 등장이 인상적이다. 동그란 초록 머리의 수상이는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풍부하다. 땅바닥에 찍힌 정체불명의 발자국들을 따라갈 때, 눈을 꼭 감고 목욕할 때, 수영장에서 몸을 부르르 떠는 아이를 볼 때, 낮잠에서 깼는데 해가 어둑어둑 질 때 등등 일상의 사소한 순간 하나도 그냥 지나쳐 넘어가는 법이 없는 수상이는 자꾸만 걸음이 느려지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잠깐! 수상해."라고 외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걸음이 느리지만 상상력이 번뜩이는 아이 수상이는 우리 그림책을 찾아온 반가운 캐릭터이다.
그림책 『수상해』에서 돋보이는 것은 역시 ‘상상력’이다. “아, 세상은 온통 수상해.”라는 주인공의 외침은 우리의 일상을 다시 보게 한다. 고만고만해 보였던 일들이 사실은 수상한 것투성이일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깨달음을 준다. 이야기에서 능청스럽고 허풍스러운 상상력이 고개를 내밀면 사소한 순간도 마법처럼 즐거워진다. 눈을 꼭 감고 머리를 감을 때 느낄 법한 이상야릇한 감정을 샤워 커튼과 욕조의 거품, 발수건이 살아 움직여 주인공을 약 올리는 듯한 모습으로 재치 있게 표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신나게 춤을 추는 주인공의 그림자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장면도 발랄하다.
장면마다 풍부한 상상을 펼쳐 나가던 이야기는 수상이가 "그런데 사실은……. / 내 마음이 제일 수상해."라고 말하며 소소한 반전으로 웃음을 주며 마무리된다. 빨개진 두 뺨, 꼼지락대는 손가락, 팔랑거리는 분홍색 나비가 캐릭터의 천연덕스러운 매력과 사랑스러운 마음을 잘 드러낸다.
『수상해』는 일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특별한 솜씨로 슷카이만의 활기와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그림책이다. 단순한 그림 속에 의뭉스럽고 재치 있는 장치들이 숨어 있어 각 장면을 은근하게 들여다보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주인공이 꿈속에서 느끼는 수상한 장면은 얼핏 보면 똑같이 생긴 토끼들이 콩총 콩총 뛰어다니는 것 같지만 찬찬히 보면 조금 다르게 생긴 토끼가 태연한 표정으로 뛰어놀고 있다. 늦은 밤, 집에 온 엄마의 수상한 냄새는 우산과 신발 안에서 꿈틀대는 오징어 다리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했다.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수상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그림에서 무엇이 수상한지 상상하고 이야기해 보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한껏 담긴 그림책이다.
줄거리: 동그란 초록 머리 수상이는 오늘도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져요. 아빠가 만들어 준 초록 주스를 보다가, 땅바닥에 찍힌 여러 개의 발자국들을 따라가다가 멈칫거려요. 세상에는 모두 다 수상한 것들뿐이거든요. 일상을 은근하게 들여다보는 엉뚱한 상상력을 담은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