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아동문고 297

내 여자 친구의 다리

정재은  동화집  ,  모예진  그림
출간일: 2018.10.31.
정가: 12,0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미래 어린이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한 새로운 SF 동화!

 

 

상상력이 별처럼 반짝이는 여섯 편의 이야기

 

 

 

2005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아동문학 부문을 수상하며 등장한 정재은 작가의 첫 동화집 『내 여자 친구의 다리』가 출간되었다. 미래 사회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 내며 SF 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은 여섯 편의 동화가 수록되었다. 3D 홀로그램 아바타로 경험하는 세상, 소행성에서 바라본 지구, 가상 현실 정원, 용궁 도시, 외계 학교 등 매력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래 세계의 다양한 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상대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포근한 시선이 결합하여 독특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SF 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

 

 

 

『내 여자 친구의 다리』는 정재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첫 번째 동화집이다. 작가는 한국과학문화재단, 동아일보, 동아사이언스가 과학기술부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아동문학 부문을 수상한 이후 십여 년 동안, 『시와 정신』 『어린이와 문학』 『내일을 여는 작가』 『작가마당』 『창비어린이』 등의 지면에 꾸준히 발표해 온 단편 동화 여섯 편을 한 권의 동화집으로 묶었다. 3D 홀로그램 아바타 학교, 우주, 가상 현실 정원, 용궁 도시, 외계 학교 등 미래 세계의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과학적이고도 감성적인 상상력이 펼쳐진다. 국가 경쟁, 소득 양극화, 환경 문제 등 거대 담론을 다루던 기존의 SF와 달리, 작가는 정밀한 심리 묘사를 기반으로 미래 사회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SF 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아이들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어떻게 꾸며진 집에 살지, 바닷속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지 등 예리한 시선과 날카로운 관찰력 그리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일상을 찬찬히 그려 냈다.

 

 

 

“모습이 달라도 괜찮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자세와 따스한 만남

 

 

 

『내 여자 친구의 다리』에 수록된 여섯 편의 동화는 주인공 어린이가 새로운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관계’에 집중하며 편견 없이 서로를 포용하는 모습을 따뜻하게 표현한다. 이야기 속 아이들은 겉모습이 다를지라도 서로를 조금씩 알아 가며 손을 마주잡고, 포옹하며, 눈을 맞추고 상대방을 소중히 대하는 자세를 깨달아 간다.

 

‘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당선작이기도 한「아바타 학교」는 3D 홀로그램 아바타로 출석을 대신하는 학교에 다니는 은은이와 전학생 다영이의 관계를 그린다. 은은이는 ‘홀로바타 영사기’를 통해 다영이의 방에 찾아가 뜻밖에도 다영이가 휠체어를 탄 지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은은이가 느끼는 당혹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다영이 아바타뿐 아니라 진짜 다영이와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은은이의 마음을 허공에 악수 연습을 하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뚜다의 첫 경험」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에 따라 행동하는 따다다 소행성의 로봇 뚜다와 삐다의 정서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 뚜다와 삐다는 지구 사람들을 관찰하며 기쁨, 분노, 슬픔과 같은 인간적인 감정들을 서서히 느끼며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로봇 복제가 되든 말든, 너는 죽지 마라.”(71면) 하고 서로를 꼭꼭 안아 주는 마지막 장면은 과학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해 사유하게 하며 미래 사회에서도 인간성이 소중하다는 작가의 믿음을 역설한다.

 

「똥 실명제」는 제각각 다르게 생긴 외계인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지구인 똥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얼굴에 세 개, 투명 더듬이에 두 개의 눈이 달린 외계인 봄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존재가 서로를 긍정하는 일관된 주제 의식은 독자의 마음에 따뜻하게 가닿을 것이다.

 

 

 

미래에도, 우주에서도 직접 경험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이 동화집은 남들의 부정적인 판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성장’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표제작 「내 여자 친구의 다리」의 주인공 연이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연이는 인조 다리를 달고 세계적인 발레 오디션에 나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지만, 인조 다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갖 비난을 받게 된다. 그래도 연이는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달 기지로 떠나 발레를 계속하기로 한다.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연이와 “두 다리로 지구의 중력을 딛고 뛰어오르는 연이”(50면)를 조용히 바라보며 곁에서 응원하는 리오의 모습이 울림을 준다.

 

「하늘, 구름, 떡볶이」의 용궁 도시에 사는 유주는 또래 친구들보다 항상 느리고, 꿈꾸듯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주인공이다. 유주는 친구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특유의 호기심으로 바다 밖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나간다. 바다 밖은 깜깜하고 해로운 자외선 때문에 무척 위험하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유주는 친구들과 함께 바다 밖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결국 유주와 친구들은 떡볶이 국물처럼 빨갛게 노을 진 하늘을 난생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연이와 유주는 남들보다 느리고 서투를지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다 보면 더 큰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지금이든 미래이든, 지구에서든 우주에서든 “이러쿵저러쿵 남들 얘기 듣지 말고 모든 것을 스스로 마주해야”(「작가의 말」 중에서, 130면) 한다는 작가의 응원이 듬뿍 담겨 있다. 독자들은 『내 여자 친구의 다리』를 읽으면서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당찬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작품 줄거리

 

「아바타 학교」 3D 홀로그램 아바타가 출석을 대신하는 아바타 학교에 다니는 은은이는 전학 온 다영이가 신경 쓰인다. 은은이는 다영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다영이는 은은이의 비밀 쪽지를 거부하고 체육 대회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둘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내 여자 친구의 다리」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연이는 지능형 보조 다리를 달고 단 한 명의 발레리나를 선발하는 오디션에 나간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은 것도 잠시, 연이는 인조 다리를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온갖 비난을 받는다.

 

 

 

「뚜다의 첫 경험」 우주에서 지구 데이터를 수집하는 ‘울트라 스마트-완전 자율형-인공 지능-외계 로봇’ 뚜다와 삐다의 이야기. 뚜다는 장수풍뎅이를, 삐다는 햄스터를 통해 지구에 사는 아이와 엄마를 관찰하면서 인간적인 감정을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

 

 

 

「이 멋진 자연」 가상 현실 정원 프로그램 개발 회사 ‘e-멋진 자연’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정원을 설계해 준다. 진짜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가상 현실 정원과 진짜 자연은 도대체 어떻게 다른 걸까?

 

 

 

「하늘, 구름, 떡볶이」 바닷속 용궁 도시에 사는 유주는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다. 땅에서 온 ‘형’의 이야기를 통해 유주는 하늘, 구름, 떡볶이가 있는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가고 친구들과 함께 오리호를 고쳐 바다 밖으로 떠나는 위험한 여행을 계획한다.

 

 

 

「똥 실명제」 비상! 정화실에 나타난 똥들로 메모리 행성 학교는 혼란에 빠진다. 덩어리 배설물을 누는 것도, 보는 것도, 말하는 것도 금지하는 이 학교에서 덩어리 똥을 누는 유일한 지구인인 똥이는 범인으로 몰려 벌을 받는데…….

목차

아바타 학교

 

내 여자 친구의 다리

 

뚜다의 첫 경험

 

이 멋진 자연

 

하늘, 구름, 떡볶이

 

똥 실명제

 

 

 

작가의 말

저자의 말

꿈속에서 나는 너를 만났어. 아련한 꿈속에서도 모든 만남은 생생해. 은은이가 다영이를, 유주가 형을, 봄이가 똥이를 만날 때처럼 말이야. 이 책의 이야기들은 아주 천천히 만들어졌어. 그동안 나는 정말 많은 사람과 물건과 사건을 만났어. 주위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태어나고 떠나갔지. 스마트폰을 여러 번 바꾸었고, 다음 날 깨져 버릴 게임 신기록을 세웠고, 인터넷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번번이 잊어버리고 허둥대기도 했어. 나는 어릴 때부터 느리고 서툴렀어. 달리기는 꼴찌이고,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어. 빠르고 새롭고 낯선 것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불리하기 짝이 없지. 그런데 그거 아니? 주위에 번쩍이는 근사한 것들이 자꾸만 생겨도 나랑 상관없다고 여기면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러쿵저러쿵 남들 얘기 듣지 말고 모든 것을 스스로 마주해야 해. 느리더라도 내 다리로, 서툴더라도 내 목소리로 말이야. 가상 현실 안에서, 상상 속에서, 지구 안팎 어딘가에서 외계인이나 로봇을 만나더라도 마찬가지야. 그 온전한 만남은 현실에서도 멋진 이야기가 될 거야. 진짜야. 믿거나 말거나, 이 이야기들에도 많은 만남이 담겨 있어. 세상을 아낌없이 나눠 주시는 부모님의 관심과 가족들의 애정 어린 잔소리가 녹아 있어. 뒤뚱거리는 내 뒷모습을 지켜보아 준 친구들의 눈길이랑, 머나먼 별을 찾는 과학자들과 컴퓨터 부품을 조립하는 기술자들의 조용한 숨결이 들어 있어. 오늘도 나는 바람을 만나고 우주를 만났어. 그리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너를 진짜 만날 수도 있겠지. 손을 내밀면, 반갑게 내 손을 잡아 줄 거지?   2018년 우성이산 밑에서 정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