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탐험하며 만나는 우리나라 야생 동물의 길!
일상 속 환경 문제를 솜씨 좋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논픽션 작가 박경화가 화가 김진화와 함께 ‘숲길’을 주제로 한 지식 그림책을 펴냈다. 울창한 숲을 탐험하듯 길을 발견하며 우리나라 야생 동물을 소개한다. ‘나무 위의 길’을 오르내리는 다람쥐, ‘울퉁불퉁 바윗길’을 뛰어넘는 산양, ‘향기 나는 길’로 날아다니는 꿀벌, ‘조용한 동물의 길’로 다니는 고라니처럼 야생 동물이 다니는 길을 살펴보며 동물의 생김새, 먹이, 잠자리, 흔적과 같은 생태 특징을 풍성하게 배울 수 있다. 야생 동물의 삶을 존중하며 숲을 즐기는 방법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이 그림책은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는 만큼 실천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창비 호기심 그림책’ 시리즈 아홉 번째 권.
숲에서 길을 찾아볼까요?
환경 논픽션 작가 박경화가 들려주는 야생 동물과 공존 이야기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된 환경 문제를 알기 쉽게 이야기로 엮어 온 논픽션 작가 박경화는 신간 『숲에는 길이 많아요』에서 ‘숲길’이라는 참신한 주제로 야생 동물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작가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산줄기를 따라 이어진 우리나라의 숲에 주목하고,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숲에 사람의 길만이 아니라 수많은 야생 동물의 길이 있다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아울러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야생 동물의 길을 발견하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키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에 넌지시 담았다.
이번 그림책은 야생 동물 보호를 일방적으로 외치는 인간 중심의 관점보다 숲속에 사는 야생 동물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로 여기는 시선을 통해 어린이들이 ‘공존’의 중요성과 의미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게 이끈다. 작가는 숲에 대해 설명하면서 ‘숲의 주인은 동물과 식물이며 사람은 잠깐 다녀가는 손님’이라고 명쾌하게 말한다. 무엇보다 환경 문제에 관한 꾸준한 관심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쓴 이번 책은 야생 동물의 흥미로운 생태를 보여 주면서도 숲과 야생 동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생각해 보자고 권한다. 숲에 가서 도토리와 밤과 같은 열매를 따거나 주워 오지 않는 작은 행동이 야생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나아가 자연을 지키는 길임을 부드럽게 전한다.
『숲에는 길이 많아요』에 나오는 숲길에는 야생 동물의 생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겨울잠을 잔 뒤 도토리를 먹고 나무에 오르는 다람쥐(나무 위의 길), 먹이를 찾아 고요히 물가를 찾아온 고라니(조용한 동물의 길), 몸이 마르지 않게 점액을 내뿜으며 기어가는 달팽이(비가 오면 나타나는 길), 별빛을 따라 먼 거리를 날아가는 기러기(먼 여행을 떠나는 길) 등 다양한 숲길에서 만난 야생 동물의 생태 이야기는 어린 독자들이 숲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생동감 넘치는 숲 탐험 그림책!
숲을 즐기는 유익한 정보 수록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체험 활동으로 숲에 간다. 하지만 야생 동물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많진 않다. 대부분의 야생 동물은 경계심이 많고 사람의 발길이 적은 울창하고 깊은 숲속에 살기 때문이다. 『숲에는 길이 많아요』는 아이들이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는 숲속 야생 동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관찰하고 느끼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나뭇잎에 굴을 파고 사는 광부 곤충, 높은 바위 벼랑에 사는 산양, 똥을 누고 나무 위로 올라간 반달가슴곰,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화가 김진화는 수채 물감과 판화 기법을 활용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숲을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표현해 냈다. 숲을 탐험하는 한 아이를 따라 야생 동물이 사는 곳곳을 둘러보면 어느새 숲의 낮과 밤, 숲의 사계절을 지나온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여름날 숲속에 쏟아지는 소나기, 흰 눈으로 온통 뒤덮인 겨울 숲을 표현한 장면은 숲의 정취를 흠뻑 전해 준다.
『숲에는 길이 많아요』 부록에는 숲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가진 아이들을 위해 유익한 정보를 담았다. 우리나라 숲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나무 열매 찾기, 새소리 듣기, 동물 발자국 찾기처럼 아이들이 숲을 보고 듣고 느끼며, 숲을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을 알려 준다.
숲에 들어서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바람을 따라 흔들흔들 춤추는 나무와 반짝이는 나뭇 잎, 숨바꼭질하듯 숨은 야생화를 찾는 재미도 참 좋아요. 그래서 숲에서는 눈이 바빠져요. 날마다 숲은 새롭고, 어제와 달라진 풍경을 찾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그럼 숲에는 나무와 풀 같은 식물들만 살고 있을까요? 한적한 숲에 조용히 앉아 기다려 보세요.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똑같은 풍경 가운데 뭔가 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애벌레가 꿈틀거리고 개미가 기어가고 새가 날 아가고 다람쥐도 어디론가 조르르 달려가요. 숲속 친구들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길이 있어요. 땅바닥을 천천히 기어가는 친구가 있고, 나무 위를 재빠르게 이동하는 친구가 있고, 하늘 높이 시원하게 날아가는 친구도 있 어요. 저마다 제 갈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어요. 먹이를 구하고, 친구를 만나고, 해가 지기 전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다들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어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숲속 친구들의 길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복잡해요. 만약 이들이 지나간 길을 여러 색깔의 색연필로 따라 그린다면 너무 복잡해서 눈이 뱅글뱅글 어지러워질 거예요. 숲속 친구들의 길을 관찰하면 그들의 성격을 알 수 있고, 어떤 먹이를 좋아하는지, 어느 곳에서 여름과 겨울을 보내는지, 어린 새끼를 어떻게 키우는지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숲 속 친구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살아가는 숲 속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꼭 지켜 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작업하는 중에 산양이 종종 뉴스에 나왔어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산 양의 목격이 늘 뉴스거리가 될 만큼 산양은 우리나라에서 생물 지표로 중요한 친구라고 해요. 사람들은 아스팔트를 깔고 넓고 큰길로 다니는데 그동안 숲에 사는 친구들은 우리 가 눈여겨보지 않는 길로 다니고 있었나 봐요. 이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에서 사는 친 구들도 각자의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숲속 친구들의 길을 표현하는 건 어려웠지만 그림을 그리면 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 내가 걷는 길은 숲속 친구들이 지나가던 길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소쩍새가 울던 겨울 숲에 다시 가 보고 싶어요. 그리고 다람쥐처럼 무와 배추를 땅에서 꺼내 먹던 할머니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