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문학 그림책 4

해룡이

권정생  글  ,  김세현  그림
출간일: 2017.12.25.
정가: 18,000원
분야: 그림책, 창작
 

 

 

 

 

 

 

 

 

 

 

 

 

 

 

권정생의 빛나는 단편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나는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의 네 번째 책 『해룡이』가 출간되었다. 주인공 해룡이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이 작품은 1978년에 출간된 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창비아동문고 5)에 수록되어 40년간 널리 읽혀 왔다. 인물이 처한 불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빛을 잃지 않는 따뜻한 가족애와 숭고한 자기희생의 정신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그림책 『해룡이』는 오랫동안 우리 전통 그림과 이야기를 치열하게 고민해 온 화가 김세현이 그림을 그렸다. 새로운 화풍으로 차곡차곡 그려 낸 50편의 그림이 깊은 감동을 더한다.

 

 

 

 

비극적 운명 속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가족애

 

 

 

주인공 해룡이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해룡이」는 1978년에 출간된 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창비아동문고 5)에 수록되어 널리 읽혀 온 단편동화다. 동화가 발표된 지 약 40년 만에 화가 김세현의 그림을 덧붙여 그림책으로 새롭게 펴냈다.

 

해룡이는 일곱 살 때 전염병으로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어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지낸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쓸쓸함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난 해룡이는 스물두 살 되던 해에 비슷한 처지의 처녀 소근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혼자서 애끓는 시간을 보낸 끝에 소근네와 “온 마을이 축복해 주는 가운데 오붓한 잔치를 치”르고, “참으로 정다운 부부”가 된다. 해룡이는 머슴살이를 그만두고 따로 집을 마련해 농사를 지으며 삼 남매를 낳아 간절히 바라 오던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집 뒤꼍에 심은 감나무, 살구나무가 자라 여름내 가으내 과일이 열렸습니다. 앞산 밭에는 조도 심고 고추도 갈았습니다. 가재개울 건너 논에서 벼를 거둬들여, 가을 앞마당은 따사로웠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밤은 콩을 볶아 먹으며 오순도순 식구들이 재미있게 옛얘기도 하고 윷놀이도 벌였습니다.

 

 

 

해룡이는 가난한 농사꾼일 뿐이지만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 부러울 것 하나 없이 행복하다. 화가 김세현은 무엇보다도 이렇게 따뜻한 가족애를 그림에 담고자 했다. 실제로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화가는 삼 남매인 옥이, 천석이, 만석이를 생각하는 해룡이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해룡이의 표정, 달밤에 창문으로 비치는 다섯 가족의 그림자, 화면을 채우는 황톳빛 따스한 색이 어울려 가족간의 사랑을 포근하게 전한다.

 

 

 

 

숭고한 자기희생과 사랑의 주인공

 

 

 

행복하던 해룡이에게 갑자기 불행이 닥쳐온다. 한센병(나병)에 걸린 것이다. 해룡이는 아름답던 자신의 얼굴이 변해 가고 살갑던 이웃들이 자기를 피하는 것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문둥이 아버지가 참아버지 자격이 있을까 싶”어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해룡이가 집을 나가면서 잠든 아이들의 얼굴이며 손목을 쓰다듬고 꼭꼭 쥐어 보는 모습, 십 년이 흐른 뒤 거지 행색으로 돌아와 돈다발이 든 주머니를 놓고 소리 없이 떠나는 모습은 애틋하고 절절하다.

 

 

 

잠시 서 있던 거지는 다시 사랑방 문 앞으로 갔습니다. 문고리를 쓰다듬었습니다. 힘껏 그러쥐었다가는 힘없이 놓았습니다. 그대로 엎드려 만석이와 천석이의 고무신에 손을 집어넣었다가는 일어섰습니다. 조용조용 걸어서 사립문께로 갔습니다. 사립문을 나간 거지는 다시 뒤돌아보았습니다. 그러고는 골목길로 사라졌습니다.

 

 

 

해룡이의 남루한 행색은 십 년 동안 그가 겪었을 시간들을 짐작게 한다. 자기희생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과 슬픔을 견뎌 왔을 해룡이의 모습이 가슴을 묵직하게 울린다. 권정생 문학 연구서인 『권정생의 삶과 문학』(창비 2008)에서 이계삼(전 국어교사, 사회 활동가)은 권정생 동화는 “자기희생과 사랑의 원리가 지배하는 삶의 형상을 매우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이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희생의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권정생의 작품들을 찾아 읽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을 것 같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136면) 해룡이는 ’몽실 언니‘와 같이 자기희생으로 숭고함을 전하는 권정생 문학의 또 다른 주인공인 것이다. 『해룡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화가 김세현은 해룡이에게서 수행자의 모습을 느끼고 그의 얼굴을 삼국 시대 보살상과 같이 표현했다. 둥근 턱선, 부드럽게 호를 그리며 이어지는 눈썹과 콧날, 단호하고 날렵한 눈매와 입매 그리고 관(冠)을 쓴 듯한 머리 모양까지, 보살상과 꼭 닮은 얼굴로 인고와 희생을 통한 사랑의 정신을 드러낸다.

 

 

 

 

 

자연의 재료만으로 표현한 전통 미감

 

 

 

화가 김세현은 약 20년 동안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 왔다. 긴 시간 동안 잊혀 가는 우리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되살려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한결같이 노력해 왔다. 『해룡이』에서 화가는 기존의 이러한 고민을 그대로 이어 간다. 상징적인 그림, 글과 그림의 조화는 우리 전통 시서화를 닮았다. 그러면서도 화가로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 권정생 작품과 같이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리고자 세련된 기교와 디자인은 배제했다. 그리고 먹, 숯, 황토, 조개껍데기를 갈아 만든 호분 등 자연의 재료만으로 그림을 그렸다. 특히 황토는 권정생이 살던 안동에서 구해 온 것이다. 책에는 숯으로 그린 밑그림, 황토가 흘러내린 자국, 물을 많이 먹어 운 장지 같은 것이 그대로 남아 화가가 그림을 그린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화가가 참선하듯이 차곡차곡 그린 50점의 그림이 작품의 감동을 더욱 깊게 한다. 덕분에 해룡이는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아동문학 속 인물로 독자에게 생생하게 다가갈 것이다.

 

 

줄거리

 

 

해룡이는 일곱 살 때 전염병으로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었다. 그때부터 해룡이는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지내 왔다. 가족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 속에서도 건실한 청년으로 자라난 해룡이. 어느 날, 비슷한 처지의 처녀 소근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혼자서 애끓는 시간을 보낸 끝에 해룡이는 드디어 소근네와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가난하지만 남 부러울 것 없던 해룡이에게 갑자기 병마가 닥치고, 고칠 수 없는 자신의 병이 가족에게 고통이 될 것을 염려하여 괴로워한다. 해룡이는 결국 홀로 집을 떠난다. 십 년이 흐른 뒤 어느 겨울, 한 거지가 소근네와 아이들이 사는 집 앞에 나타난다…….

 

 

 

해룡이-본문20

 

해룡이-본문22

 

 

 

해룡이-본문24

 

해룡이-본문45

 

 

* 『해룡이』는 책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 태그를 부착해,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켜고 책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종이책과 함께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는 ‘더책’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가 김세현이 직접 낭송하여 책의 감동을 더한다.

 

 

 

권정생의 빛나는 단편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난다!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

 

 

 

권정생 단편동화가 그림과 만나 새로운 감상을 전하는 그림책 시리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동화들이 그림책으로 피어나 문학의 감동을 확장한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더 많은 독자들과 풍성하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김용철 그림) 2. 『빼떼기』(김환영 그림)

『사과나무밭 달님』(윤미숙 그림) 4. 『해룡이』(김세현 그림)

 

이후 계속 출간 예정.

 

 

 

 

 

흔적이 없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정한 아빠, 엄마, 형이나 언니, 동생이었던 이들에게 당장 가족과 헤어지라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떠나라고 했습니다. 해룡이는 그 부끄럽고 아픈 역사 속에서 몸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어디에 있더라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움을 못 이긴 해룡이는 겨울 눈길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지만 방문 앞에 놓인 신발들만 바라보다 소리 없이 떠납니다. 흰 눈이 해룡이의 발자국을 지우는 장면은 더없이 슬픕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해룡이가 남기고 간 빨간 주머니만큼 선명하게 해룡이를 기억합니다. 우리 곁에는 아직도 또 다른 해룡이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은 결코 지워지거나 감추어질 수 없습니다. _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