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냄새, 소리, 몸짓, 색깔 등 고유한 신호를 주고받는 생물들의 대화법을 흥미롭게 알려 주는 지식 그림책 『동물들이 말해요』가 출간되었다. 발명왕 꿀꿀이는 발명품 ‘생물 말 번역기’를 통해 야옹 아줌마의 아기를 데려간 범인을 쫓는다. 꿀꿀이와 함께 단서를 찾으며 풀 냄새, 꽃의 무늬, 개미가 내뿜는 페로몬, 두더지가 일으키는 진동, 새의 노랫소리에 담긴 신호의 의미를 알아 간다. 생물의 신호 체계를 유쾌하게 배우면서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레 갖도록 이끈다. ‘창비 호기심 그림책’의 여덟 번째 책.
‘산과 바다, 초원과 같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서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까?’
사람이 말이나 행동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물들도 냄새, 소리, 색깔, 몸짓, 전기 등 다양한 신호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 생물들은 신호를 주고받으며 자기 영역을 지키고, 짝짓기를 하고, 먹이를 구하며 살아간다. ‘신호’는 생물들이 자연에서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소통 수단인 것이다. 지식 그림책 『동물들이 말해요』는 발명왕 꿀꿀이가 만든 기계 ‘생물 말 번역기’를 통해 생물의 말과 신호 체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 꿀꿀이는 야옹 아줌마의 사라진 아기를 찾기 위해 여러 생물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꽃의 무늬, 개미가 내뿜는 페로몬, 굴속에서 울리는 두더지의 진동, 수면 위에 소금쟁이가 일으킨 물결, 물속에서 물고기가 내는 소리, 새의 노랫소리 등에 담긴 ‘신호’의 의미를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생물들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연구해 왔다. 사람의 감각은 한계가 있어서 다른 생물들의 대화를 들으려면 특수한 감각 기관이 필요하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돌고래나 박쥐의 초음파, 코끼리의 저주파, 전기뱀장어의 전기처럼 생물들이 사용하는 정교한 신호의 의미가 조금씩 밝혀졌다. 생물의 신호는 주변 환경에 맞춰 고도로 발달된 체계여서 동식물의 신호를 알면 그들이 사는 자연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넓은 초원에 사는 코끼리가 멀리 퍼지는 저주파 신호를, 물고기가 물속에서 전기가 전달되는 특성을 이용해 전기 신호를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지식과 정보를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개성 있는 그림으로 풀어낸 어린이 논픽션 작가 권재원은 『동물들이 말해요』에서 이처럼 동식물의 복잡하고 정교한 신호 체계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로 들려준다.
작가는 발명왕 꿀꿀이를 모든 생명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캐릭터로 설정하고 만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펼친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동식물의 대화는 말풍선을 활용해서 드러내고, 탄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냄새나 진동, 소리와 같은 신호를 그림으로 시각화하여 생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더 나아가 꿀꿀이가 야옹 아줌마의 아기를 찾는 이야기 속에 사람이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넌지시 심어 놓았다. 무엇보다 유쾌한 이야기와 친근한 그림의 조화는 생물의 생태와 신호를 즐겁게 이해하며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도와줄 것이다.
『동물들이 말해요』의 부록에는 생물의 신호를 알기 쉽게 분류하고, ‘생물의 말’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정보를 풍성하게 담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어를 배우듯 생물들도 다른 생물의 말을 익히거나, 불나방이 살아남기 위해 천적의 말을 배워 거짓 신호를 보내는 사례들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유익한 정보로서 어린이가 생물학이나 동물 행동학에 관심을 갖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생물들의 신호 체계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하고 밝혀져야 할 주제다. 『동물들이 말해요』를 읽으며 동물과 식물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며 자연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얻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풀 냄새, 꽃향기, 새소리, 벌레 우는 소리, 나비의 빛깔, 애벌레의 몸짓……. 이 모든 것이 생물들의 대화예요. 자연에서 일어나는 대화는 아주 정교하고 효과적이지요. 하지만 사람은 제한된 것만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화를 알아듣기 힘들어요. 다른 생물의 대화를 알려면 특수한 감각 기관이 필요하거든요. 무엇보다 슬픈 일은 다른 생물들이 사람과 직접 대화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숲을 베고, 물을 더럽히고, 공기와 땅을 오염해도 사람들은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함부로 하죠. 물고기, 새, 곤충, 나무 등의 생물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도 말했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드는 질문 하나, 만약 다른 생물들이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사람들은 귀 기울여 들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