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

김성민  동시집  ,  안경미  그림
출간일: 2017.06.15.
정가: 10,8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유쾌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다!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자 김성민 시인의 첫 동시집—

 

 

 

201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성민 시인의 첫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어린이들의 삶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순간에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보태어 빛나는 동시를 길어 올린다. 특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낯선 공간을 천연스럽게 펼쳐 보이는 능력이 인상적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밝고 유쾌한 상상의 세계를 접하면서 기존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주변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내는 힘을 얻을 것이다.

 

 

 

유쾌한 상상력으로 길어 올린 어린이의 삶

 

 

 

201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성민 시인의 첫 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에는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어린이의 삶이 가득 담겼다. 시인은 어린이의 삶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순간에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보태어 빛나는 동시를 만들어 낸다. 층간 소음 문제로 떠들썩한 아파트를 장난감 큐브에 빗대어 우스꽝스럽고 뒤죽박죽인 세계로 표현하기도 하고(「큐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믐달을 통해 잘하는 게 없다고 자책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한다(「그믐」). 김성민 시인은 여간해서는 동시에서 보기 어려운 소재인 ‘중력분’과 ‘박력분’을 활용해 어린이의 연애 감정을 이야기할 만큼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다.

 

 

 

슈퍼에 갔다 // 밀가루 파는 데 / 중력분이라는 게 있다 // 중력 / 지구가 우리를 당기는 힘 //중력분 / 뭔가를 당길 수 있을 것 같다 // 예슬이한테 살짝 뿌려 보고 싶은 가루다 // 그 옆에 박력분도 있다 / 이건 나한테 뿌려야 할 가루 같다 —「중력분과 박력분」

 

 

 

 

『브이를 찾습니다』에는 어린이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요즘의 교육 현실에 관한 동시도 여러 편 실려 있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학원 버스들이 학교 앞에 늘어선 모습이 그려지고(「학교 앞」),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가정의 모습도 담겨 있다(「상위권」). 표제작 「브이를 찾습니다」는 사진 속에서만 웃고 사진 밖에서는 별로 웃을 일이 없는 어린이의 모습을 담았다. 김성민 시인은 팍팍하고 고달픈 요즘 어린이들의 현실을 이야기할 때조차 상상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그는 장래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컴퓨터 모니터에서 깜빡거리는 ‘커서’(cursor)와 ‘크다’는 말을 뒤섞어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장래 희망 글쓰기 숙제 하려 /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 나는 커서 뭐가 될까? // 모니터 하얀 화면에 / 한 발짝도 못 나간 커서도 / 깜빡깜빡 눈만 끔뻑이고 있어 // 정말 뭐가 될까, 나는 커서? —「커서」

 

 

 

그동안 많은 동시가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 주려 노력했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한다는 의식 때문인지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성민 시인은 밝고 유쾌한 상상력을 통해 어린이들의 교육 현실을 드러낸다. 그 덕분에 『브이를 찾습니다』를 읽는 어린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새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상상력으로 펼쳐 보이는 새로운 세계

 

 

 

시인의 상상은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시인은 어린이들의 생활을 그릴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주변의 동물이나 사물과 소통하는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펼쳐 보인다. 『브이를 찾습니다』에 등장하는 어린이는 냉장고 속에 든 고등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냉동실」), 바쁠 때는 뛰지만 여태까지 바쁜 일이 없어서 뛴 적이 없는 지렁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귓속말」). 시인은 아예 동물이나 사물이 되어 인간을 바라보는 처지에서 동시를 쓰기도 한다.

 

 

 

엄마! 엄마! / 조기 울타리 너머, 두 갈래로 머리 땋은 쪼그만 여자애가 / 날 똥그랗게 보면서 / 음무, 음무 한참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 쌩 가 버리던데, 왜 그런 거예요? // 너 할 일이나 하지 / 뭐 그런 데 신경 쓰고 난리니? // 저도 소가 되고 싶다, 뭐 그런 뜻이겠지 —「송아지가 엄마 소에게」

 

 

 

시인은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하고 아주 낯선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기도 한다. 차에 깔려 납작해진 고양이를 무쇠 팔 무쇠 다리를 가진 늠름한 초강력 로봇으로 부활하고(「고양이 접기」), 이빨이 자꾸 자라서 무엇이든 다 갉아 먹는 달나라 토끼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그리는가 하면(「토끼 이빨 토끼」), 아예 낯선 공간으로 함께 가자고 권유하기도 한다.

 

 

 

 오늘 밤엔 / 산 너머 골짝에 / 별똥 누러 가자 // 별똥은 달님 것도 / 별님 것도 아니야 // 나와라, 찬울아 / 별똥 누러 골짝에 가자 // 밤하늘에 별똥 누자 / 벌렁 누워 시원하게 별똥 누자 —「별똥」

 

 

 

 

상상력의 발휘를 자신의 주요한 시적 임무로 여기는 것처럼 보일 만큼, 김성민 시인은 새롭고 신기한 세계를 펼쳐 보이려 부단히 노력한다.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은 동시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 주변의 평범한 풍경들 속에도 새롭고 낯선 모습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브이를 찾습니다』를 읽으며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풍선은 어떻게든 날아올 거니까

 

제1부 곧 파티가 시작될 거야

중력분과 박력분

캥거루

송아지가 엄마 소에게

나비 효과

토끼 이빨 토끼

오토바이 도넛

곧 파티가 시작될 거야

모자

우리 집에 왜 왔니?

큐브

고양이 접기

궤도

나는 자전거

씨앗!

 

제2부 안녕, 똥

뽀드득

비 오는 날

지렁이 달리기

할 말 있어요

귓속말

수박 문안

나비 울음

토끼

냉동실

대보름

고등어 한 손

안녕, 똥

호랑나비

 

제3부 브이를 찾습니다

무게

별똥

물병자리

물수제비

장아찌

고요

약속

브이를 찾습니다

2월 8일 바람

참새의 하루

고양이 만세

상위권

카멜레온이 사람에게

 

제4부 걸렸다고 생각될 때

그믐

걸렸다고 생각될 때

커서

칠팔이 팔팔이

학교 앞

축구

멸치볶음

동물원

모기

나무젓가락

달린다 치킨

마트는 한마디

슈퍼 아저씨

아침 약속

 

해설|발명가와 같은 호기심으로_김이구

김성민 시인이 첫 동시집을 낸다. 첫 동시집이지만, 아니 첫 동시집이라서인지 그의 동시들은 다양한 관심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모색의 시간과 정련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얻은 열매들일 것이다. 그런 만큼 독자들은 이 동시집에서 한 편 한 편을 펼쳐 그때그때 읽고 음미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리라.
_어린이문학평론가 김이구

저자의 말

풍선은 어떻게든 날아올 거니까

풍선을 놓치고 우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옆에서 아이를 지켜보던 다른 아이는 금세 자기 풍선도 미련 없이 하늘에 줘 버리더군요. 그 순간, 아이의 선선하던 눈빛. 그걸 보면서 저는 괜히 서러워지고 말았습니다. 벽 한쪽에다 금을 그으며 키를 키웠죠.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이 되고 싶으니까요. 그동안 어른이 되려고 뭔가를 해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고 나서는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키가 좀 작아지면 좋겠어요. 힘도 좀 약해지고요. 그럴 수만 있다면 골목길은 더 넓어질 거예요. 몸무게도 좀 가벼워지면 좋겠습니다, 새만큼은 아니어도 말이에요. 언제고 다시 풍선은 날아올 거고, 키가 다시 줄어드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어린 시절을 ‘존재의 우물’이라고 불렀던 바슐라르의 표현처럼, 이 우물이 부디 깊고 시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물물을 마시다 배시시 웃음도 배어 나오면 더 좋겠고요.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어요. 고마운 마음 조금씩 갚아 나가도록 할게요. 세상이 좀 재밌어지면 좋겠습니다.

브로콜리 숲에서 김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