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그림책
2003년, 동화작가 이상권과 세밀화가 이태수가 완성한 그림책 『잘 가, 토끼야』는 순박한 산골 소년 시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10여 년의 시간을 넘어, 이 책에 담긴 자연과 생명의 의미를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과 다시금 되새기고자 개정판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잘 가, 토끼야』는 토끼털 귀마개를 갖고 싶은 산골 소년 시우가 주인공이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시우는 토끼털 귀마개를 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다. 시우는 친구들에게 아빠와 형이 산토끼를 잡아서 귀마개를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풀이 죽지만, 혼자 씩씩하게 토끼 사냥에 나선다. 철사로 덫을 만들어 산에 올라간 시우는 발자국을 따라 토끼를 쫓는다. 흰 눈이 내린 마을의 뒷산을 배경으로 토끼를 쫓는 순박한 아이의 내면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시우는 덫을 놓고, 토끼는 덫을 피해 도망치는 일이 연이어 펼쳐지는데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가면서도 생명의 가치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도시에 사는 요즘 시대에 산골 소년의 사냥 이야기는 다소 낯설겠지만, 문학적 깊이가 있는 글을 통해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상권 작가는 자연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살려 산골 소년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그려 내고, 주인공 시우가 산에서 맞닥뜨린 사건을 통해 생명의 아픔을 느끼고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잘 가, 토끼야』는 곤충이나 벌레와 같은 아주 작고 여린 생명들을 무심코 괴롭히거나 죽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모든 생명이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조용히 보여 주는 작품이다.
펜 선으로 쌓은 세밀화의 아름다움
자연에서 살아가는 풀, 꽃, 벌레와 같은 생명들을 세밀화로 따듯하게 표현해 온 이태수 작가는 『잘 가, 토끼야』에서 글에 어울리는 색과 재료를 골라 완성도 높은 세밀화를 선보인다. 펜 선으로 촘촘히 쌓아 올린 그림과 절제된 색감으로 작품을 표현해 냈다. 흰 눈이 내린 산과 시골집, 붉은 덫에서 보듯 흰색과 붉은색의 대비로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고, 산골 소년과 토끼의 끈질긴 싸움을 그림자를 활용하여 기품 있게 보여 준다. 토끼를 잡으려고 놓은 동그란 덫 안에 시우가 갇혀 보이거나 눈밭에 비친 시우의 그림자 위로 토끼 발자국이 지나가는 장면 등은 등장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한 장의 이미지로 인상 깊게 시각화한 것이다. 개정판에서는 새롭게 단장한 표지와 더불어 이태수 작가가 다시금 정성스레 다듬고 고쳐 그린 세밀화를 감상할 수 있다.
* 『잘 가, 토끼야』는 책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 태그를 부착해,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켜고 책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종이책과 함께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는 ‘더책’ 서비스를 제공한다.
줄거리: 산골 마을에서 엄마와 사는 시우는 친구들의 토끼털 귀마개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시우에게는 토끼를 잡아 줄 아빠나 형이 없다. 꿈속에서도 토끼를 잡고 싶었던 시우는 혼자 토끼를 사냥하러 뒷산에 오르고 산토끼 굴을 발견한다. 시우는 매일 아침 산토끼 굴 앞에 새로운 덫을 놓아두면서 토끼가 잡히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시우를 비웃는 듯 산토끼는 덫을 피해 간다. 참다 참다 화가 난 시우는 애꿎은 토끼에게 화풀이하고 놀란 토끼는 산 위쪽으로 달아난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