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고 21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도시에서 동물과 공존하는 법

최종욱  지음
출간일: 2016.08.19.
정가: 14,000원
분야: 청소년, 교양
전자책: 있음
반려동물부터 야생 동물까지

 

베테랑 수의사의 사랑학 개론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이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야생 동물 수의사로 널리 알려진 최종욱 수의사가 청소년들을 향해 다채로운 동물 이야기를 전한다.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창비청소년문고 21)에서 저자는 현재 일하고 있는 우치 동물원을 비롯해 대관령 목장, 유기 동물 보호소, 동물 부검실, 도축장 등을 종횡무진 누비며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의사만 알 수 있는, 비밀스럽고도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가 한바탕 펼쳐지며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한껏 채워 준다. 저자는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소개하는 동시에,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동물 복지에 관한 이슈들을 제시한다. 유기견, 로드 킬, 육식, 멸종 위기 동물, 동물 전염병 등에 대한 베테랑 수의사의 문제 제기와 그만의 해법들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사는 많은 동물을 올바로 지키고 사랑해야 하는 인간의 책임감을 일깨운다.

 

 

 

1. 동물원, 목장, 도축장, 유기 동물 보호소, 동물 부검실…

다양한 공간의 동물들에 관한 속 깊은 이야기

 

 

 

수의사로 일하는 동안 저자는 다양한 공간을 거쳐 왔다. 현재 일하는 곳인 광주 우치 동물원 외에도 대관령 목장, 도축장, 연구원 등 여러 장소에서 동물들을 돌보아 왔다.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은 저자가 머물렀던 일터를 중심으로,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동물들이 간직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반려동물의 의미와 동물원의 존재 이유

 

1장에서는 광주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연구원 옆 동물보호소를 드나들며 만났던 유기견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동물보호소에 들어와 안락사의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사회의 소외된 이들에게 분양해 주는 사업을 기획해서 추진한 적이 있다. 동물에게는 새로운 안식처를, 사람에게는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만들어 주는 이 아름다운 일에 종사하는 동안 있었던 일들이 따뜻하게 펼쳐진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물들을 새 가족으로 맞아 삶의 온기를 되찾은 사람들의 사연은 ‘반려동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2장에서는 저자가 가장 오래 근무하고 있는 우치 동물원 이야기를 다룬다. 광주광역시 우치공원에 있는 우치 동물원은 서울대공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동물원으로 700여 마리 동물들의 보금자리이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동물들의 모습, 저녁나절이면 한바탕 펼쳐지는 동물들의 합창, 겨울나기를 위해 털갈이를 하는 모습 등 동물원 풍경이 섬세한 관찰력과 다정한 필치로 묘사된다. 동물원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동물 세계가 약육강식만이 아니라 사랑하고 협력하는 세계이며, 동물의 본능이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것임을 설명하는 등 잘못된 상식이나 편견을 수정하기도 한다.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수의사의 견해도 담았다.

 

 

 

가축이 지닌 생명의 무게

 

 

 

3장은 저자의 첫 근무지였던 대관령 목장 이야기를 담았다. 수의사로서 첫 인공 수정을 하던 날, 목부들과 더불어 소들의 출산을 돕던 일, 소의 지병을 치료하던 일 등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 속에 양질의 우유를 생산하고 젖소들을 잘 보살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목부들의 헌신을 담았다. 우유가 어떤 노력을 거쳐 우리에게 배달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4장은 광주의 한 도축장에서 도축 검사관으로 일하는 동안 알게 된 것들을 담았다. 인간이 육식을 하는 한, 도축 검사는 수의사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업무이다. 저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축장 한복판에 서서 그 안의 풍경을 전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내내 느꼈던 수의사 자신의 번민, 희생되는 가축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그리고 도축장에서 일하는 도부들의 애틋한 마음 등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소를 위해 헌신한 과학자도 소개하면서, 소가 더 나은 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도 짚어 보고 우리의 식탁 문화 또한 되돌아본다. 가축을 단순히 육류 생산 도구가 아니라 생명으로 바라보고 그 생명의 무게를 묵직하게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동물 부검 현장과 야생 동물의 소중함

 

 

 

5장은 동물 부검실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이다. 동물들도 사람처럼 사인이 석연치 않을 때 부검을 한다. 물론 동물들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보다는 다른 동물들도 같은 이유로 죽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부검을 한다. 저자가 묘사하는 동물 부검 과정은 마치 동물판 「CSI」라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하나하나 추론하고, 프로파일러처럼 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하다가 마침내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동들을 함께 전한다. 이국땅에서 의연하게 생을 마감한 백곰에게 느낀 감탄, 투병 중에도 진한 모성애를 발휘한 바바리양에게 느낀 감동, 별똥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 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6장은 도시나 도시 근교에 사는 야생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만을 따로 모았다. 사람들이 무심한 탓에 잘 포착하지 못하지만 도시에는 아주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고, 사람의 그 무심함 덕분에 도시 생태계는 꽤 안정적인 단계까지 성장했다. 저자는 반려동물에만 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아쉬워하면서 도시에 사는 다른 야생 동물들도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로드 킬을 막는 대안, 스라소니와 수달 같은 멸종 위기 종들의 현실, 농약 등으로부터 철새를 지켜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한다. 도시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과 공존, 상생해야 한다는 것은 이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2. 동물과 함께하는 직업의 매력

 

 

 

다양한 공간에서 얻은 경험담들은 그 자체로 수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보여 준다. 흔히 수의사라고 하면 동물 병원만을 상상하지만,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보다 훨씬 많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청소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수의사는 물론 동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직업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진지하게 진로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하루하루 동물들과 아파하고 또 기뻐하며

 

1장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

1. 버려진 동물의 가혹한 운명

2. 떠돌이 개의 중매를 서다

3. 동물은 언제나 한결같다

 

2장 동물원에서 쓰는 생명 일기

1. 동물원 수의사의 사계절

2. 새벽 동물이 일깨우는 태양의 리듬

3. 겨울은 멋 내기보다 견디는 계절

4. 동물들도 미각이 있을까?

5. 동물원에 나타난 이상 징후

6. 본능은 아주 강력하다

7. 홀로서기라는 즐거움

8. 동물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

9. 약육강식이 전부는 아니야

10. 동물원, 또 하나의 마다가스카르 섬

 

3장 대관령 목장의 풍경

1. 우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2. 목장의 핵심 업무, 인공 수정

3. 출산하는 소와 목부들의 헌신

4. 소가 아플 때 수의사가 하는 일

 

4장 우리가 고기를 먹기까지

1. 도축장은 어떤 곳일까?

2. 가축의 운명과 수의사의 딜레마

3. 생명을 대하는 도부의 마음

4. 소의 눈을 관찰하다

5. 소가 더 나은 생을 누리려면

6. 도부의 간절한 기도

7. 소를 위해 헌신한 학자

 

 

 

5장 동물들이 내게 남긴 말

1. 동물 부검의가 하는 일

2. 백곰과 양의 뭉클한 죽음

3. 벌똥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4. 치명적인 적, 기생충

5. 동물들을 습격하는 환경 병

6. 무심코 던진 비닐봉지 때문에

 

6장 도시에 사는 야생 동물들

1. 도시 안에선 공존, 밖에선 양보

2. 길 위의 죽음, 로드 킬

3. 철새는 왜 더 날아가지 못했나

4. 스라소니와 수달을 기억하며

5. 구제역과 조류독감, 최선입니까?

 

 

부록 동물원의 동물들이 궁금해요!

저자의 말

프롤로그   동물원의 시간은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갖은 에피소드를 남기며 지나간다. 한번은 사자 세 마리를 이동시키려는데 한 마리가 말썽을 부렸다. 살아 있는 먹이로 유인해 보고 동료의 울음소리도 들려주다가 잘 안 되어, 코끼리 똥까지 활용해 보았다. 또 얼마 전에는 새끼 코끼리가 나뭇잎을 따 먹으려다 함정에 빠져 버려서 일주일 동안 코끼리 구출 작전을 펼쳤다. 동물원에 들어가 열심히 관찰하고 돌보고 부딪히며 동물들과 즐겁게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15년이란 시간이 휭하니 가 버렸다. 그동안 일기처럼 책도 여러 권 썼고 누가 기억해 주지는 않지만 방송에도 많이 출연했다. 모두 일을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들이다. 동물원 수의사는 이제 내 인생의 핵심이며 나를 규정하는 이름이다. 청소년 독자들도 진로에 대해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길을 택하면 좋겠다. 어차피 길을 찾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수많은 시련과 고난이 그 길 여기저기에서 기다리고 있다. 한 고비를 넘기면 다음 고비가 찾아온다. 나 역시 도중에 타의에 의해 길을 잠깐 벗어난 적도 있다. 비록 내켜서 간 것은 아니지만, 도축장에서의 경험은 보람찼고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짧은 시기를 지나고 나는 다시 원래의 길 위로 돌아왔다. 이 책에는 내가 처음 수의사로서 일했던 대관령 시절 이야기부터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동물원 이야기, 광주 보건환경연구원과 그 옆 동물보호소에서 겪은 이야기 등 여러 공간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 나오는 동물들은 모두 우리의 동반자이자, 도시 생태계의 구성원들이다. 동물원만 해도 도시에서 지척에 있고,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에서도 잘 관찰한다면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그런 무심한 인간들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이다. 나는 늘 행복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매일 나의 자리에서 즐겁게 하루를 마감하길 바랄 뿐이다. 욕심이 적으면 근심도 적다. 동물 치료의 핵심은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이 아픈 모습을 보면 불쌍하다. ‘얼마나 아플까? 빨리 치료해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런 마음이 있으면 자꾸 돌아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빨리 치료법을 찾게 된다. 그렇게 난 하루하루 동물들과 함께 즐기고 지루해하고 아파하고 또 기뻐하며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   2016년 7월 우치 동물원에서 최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