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그림 동시집 1

우리 집 한 바퀴

박성우  글  ,  박세영  그림
출간일: 2016.02.25.
정가: 11,0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 동시집

 

 

 

한국 서정시의 맥을 잇는 시인이자, 청소년을 위한 시집 『난 빨강』의 저자 박성우 시인이 유아와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그림 동시집’을 선보인다.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동시와 다채롭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 어우러진 동시집으로, 동시를 처음 접하는 아이도 편안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동시에 담긴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보여 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돕는 그림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우리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 집

 

 

 

『우리 집 한 바퀴』에는 규연이네 가족이 등장한다. 밝고 명랑한 아홉 살 규연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고, 시골에는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규연이는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와 아빠를 도깨비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이야기할 만큼 천진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머뭇거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당찬 아이다. 박성우 시인은 규연이가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에 담아서 보여 준다.

 

 

 

어이쿠, 우리 딸 내복 무릎에 구멍이 났네? // 괜찮아. 엄마랑 아빠만 보는데 뭐 어때.

 

—「구멍 난 내복」

 

 

 

 

 

박성우 시인이 그린 규연이네 모습은 특별할 게 없이 평범해 보인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잠을 잔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적인 행동과 대화에는 밝고 건강한 기운이 스며 있다. 박성우 시인은 명랑하면서도 깊이 있는 규연이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소중히 여기며 아껴야 할 것은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며,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말은 크고 높은 소리가 아니라 곁에서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는 가족의 목소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의자도 처음엔 / 우리처럼 다리가 둘이었대. // 한데 너무 힘들어서 / 의자와 의자는 / 둘이 꽉 껴안고 서 있게 되었대. / 그랬더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대. / 그 뒤로 의자 다리는 넷이 되었대. //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는 의자가 되었대.

 

—「의자」

 

 

 

 

별처럼 반짝이는 아이들의 마음

 

 

 

박성우 시인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신,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가만히 펼쳐 놓는다.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것처럼 보이는 말도 흘려 듣지 않고, 사소한 행동도 눈여겨본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난 척을 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수박씨를 삼킨 후에 배 속에서 수박이 자랄까 봐 걱정하는 모습도 가만히 지켜본다.

 

 

 

구름하고 바람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 싸우면 안 돼. // 개미하고 코끼리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 싸우면 안 돼. // 호랑이하고 도깨비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 아빠도 참, 싸우면 안 된다니까! / 아빠하고 나하고 싸우면 좋아?

 

—「누가 이길까?

 

 

 

『우리 집 한 바퀴』에 실린 동시들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아이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과 닮았다. 하지만 간결한 구절 속에는 풍부한 상상력이 숨어 있고, 발랄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아이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말은 전혀 새로워서 놀라울 뿐만 아니라 어른의 말보다 더 정확하고 날카롭다.

 

 

 

엄마 아빠랑 별을 보러 갔다. // 우리가 별을 보려고 반짝이니까 / 별들도 우리를 보려고 반짝였다. —「별」

 

 

 

박성우 시인은 아이들이 쓰는 말, 아이들의 몸짓, 아이들이 품고 있는 생각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별처럼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한다. 그는 세상을 보는 아이들의 눈과 그들이 하는 말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를 느끼면서 그것을 동시로 길어 올린다. 박성우 시인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동시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온전한 존재라는 믿음 덕분일 것이다.

 

 

 

따뜻한 색으로 규연이네 가족을 그리다

 

 

 

박성우 시인이 동시에 담아낸 규연이네 가족의 이야기는 박세영 작가의 그림과 만나 더 흥미롭고 풍성한 모습으로 완성된다. 출간 준비 과정에서 박성우 시인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긴밀한 협업 과정을 유지한 박세영 작가는 규연이네 가족을 따뜻하면서도 재미있는 모습으로 그려 냈다. 규연이의 풍부한 감정을 담아낸 사실적인 그림과 마치 아홉 살 규연이가 그린 것처럼 표현한 그림들은 어린 독자들이 규연이네 가족의 모습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짧은 동시에 담긴 의미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목차

머리말 | 이제는 내가 도와줄게

 

가시

눈 잘 자

누가 이길까?

저녁과 밤

하얀색 사탕

방구 냄새

얼마만큼 좋아?

코딱지

바다

쉬는 날은 아빠가 요리사

몇 번이나 업어 줬어?

아빠 왜 그래?

강아지와 반달

말맛 배워유

수박 사 줘요

내 말 잘 들어

악어

수박씨

뚱뚱한 나비

닭이랑 염소랑

도서관에 가자

뭉실뭉실 둥실둥실

꽃무늬 남방셔츠

초저녁만 두고 올 순 없어

기러기 떼

보름달 찐빵

구멍 난 내복

칠월, 살구나무집

이불 텐트

잠이 잘 와

눈 위에 꿩 발자국

뭐 해?

잘난 척하기는

아빠 생일 선물

종이 오리기

나랑 놀아 줘

잠이 안 와

의자

박새 편지

 

발문 | 삐뚤빼뚤 오린 코뿔소는 힘이 세다_김제곤

저자의 말

이제는 내가 도와줄게 몇 방울 비가 온다. “딸, 탈모 되니까 모자 써.” “아빠, 탈모가 뭐야?” “음, 머리카락이 빠지는 거야.” “아빠, 그럼 탈춤은 춤이 빠져나가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신이 난 춤이 팔다리 어깨에서 빠져나오는 건 맞아.” 딸애와 나의 대화는 대충 이런 식인데, 나는 이런 말들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동시 수첩에 옮겨 적어 두곤 했다. 딸애가 처음 한 말은 엄마를 부르는 “마”였고, 그다음은 아빠인 나를 부르는 “아쁘”였다. “나는 박규연, 아빠는 박성우, 엄마는 엄마!”라고 말했을 때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아침이었는데, “엄마는 엄마”라는 말이 어찌나 하얗게 좋던지. 딸애가 도화지에 처음으로 그린 그림은 동그라미 몇 개를 그린 게 전부인 ‘분홍 돼지’였고, 딸애가 내게 처음으로 불러 준 노래는 ‘내가 도와줄게’라는 가사가 딱 한 번 나오고 끝나는 짧은 노래였는데,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이 어쩌면 그리도 길게 쟁쟁거리던지. 딸애가 처음으로 읽은 글자는 ‘우유’다. 그런 딸애는 올해 초등학교 삼 학년이 된다. 하지만 아빠인 나와 함께 밥을 먹고 놀다 잠을 잔 날을 꼽아 보니 겨우 삼 년이 조금 넘는다. 많은 날들은 아빠인 내 일터가 멀리 있어 두어 주 만에야 한 번씩 만나 밥풀처럼 붙어 있다 떨어져야만 했다. 일요일 오후마다 엉겨 붙는 딸애를 떼어 엄마 품에 안겨 놓고 하던 “안녕”은 여전히 아프고 미안하다. 이번 동시집은 대부분 딸애에게서 안아 온 것들이다. 이러한 까닭에 딸애와 내가 주고받은 얘기가 많이 들어 있다. 딸애와 내가 노는 모습도 있는 그대로 넣어 보았다. 어린이 친구들과 이제는 내 친구이기도 한 딸애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시도 몇 편 써서 넣었다. 그저, 맑고 밝게 읽어 주시길! 멋진 그림을 그려 주신 박세영 선생님과 디자인을 예쁘게 해 주신 반서윤 선생님, 좋은 글로 힘을 보태 주신 김제곤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창비 어린이출판부 식구들과 넘치는 애정으로 동시집을 만들어 주신 유병록 선생님께 각별한 마음 전한다. 박성우